왜? 드라마 속 제약회사는 항상 악의 축일까?
왜? 드라마 속 제약회사는 항상 악의 축일까?
신약 관련 음모론 만들기 쉬워

제약회사 입지 커진 것도 영향
  • 이상훈
  • admin@hkn24.com
  • 승인 2021.03.2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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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 TVN 홈페이지 캡쳐
드라마 빈센조, TVN 홈페이지 캡쳐

[헬스코리아뉴스 / 이상훈] 영화나 드라마 등 창작물 속의 악당들은 대부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거나 세계정복 같은 거창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어떤 이익을 위해 악행을 일삼기도 한다.

따라서 악당들의 능력은 주인공에 버금간다. 셜록홈즈에 대항하는 모리어티 교수, 배트맨과 대적하는 조커 등 주인공과 악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히려 극중에서 주인공을 압도하며 극을 끌고 가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조커가 그렇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악당의 지위에 최근 들어 ‘제약회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상하리 만치 픽션 속 제약회사는 좋게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생물병기나 생체병기를 만들어 대재난을 유발하거나, 인체실험을 마구잡이로 행하는 ‘거대한 악의 축’이라는 클리셰(cliche)를 따른다.

가장 최근에는 빈센조에서 제약회사가 악당으로 등장했다. 송중기 주연의 이 드라마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빌런(villain) 집단은 바벨그룹인데 계열사 중 하나인 바벨제약 역시 우리가 창작물에서 흔히 보던 온갖 ‘나쁜 짓’은 빠짐없이 다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출시해 사람들을 모두 중독자로 만들려고 했으며 이를 위해 비윤리적 실험으로 사람들을 해쳤고 거대한 카르텔(cartel)을 통해 덮으려 했다.

톰크루즈 주연의 미션임파서블2에서도 제약회사가 나온다. 기자의 기억에는 제약회사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첫 영화다. 이 영화에서 거대 제약사 바이오사이트의 CEO 존매클로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키메라(chimera)를 만들어 전염병을 퍼뜨릴 계획을 세운다. 그 뒤 자신이 만든 키메라에 대응할 수 있는 약 벨레로폰을 비싸게 팔아 이득을 챙기려고 한다.

랄프파인즈 주연의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보이는 제약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백신을 실험하고 그 전모를 밝히려는 사람들을 살해하기도 한다.

공유 주연의 부산행에도 막장 제약회사가 나온다. 바로 유성바이오인데 극중 일어난 좀비바이러스 사태가 실은 이 유성바이오에서 시작됐다.

부산행은 영화 반도와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데 반도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웹툰 ‘631’을 보면 이 유성바이오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웹툰을 보면 이 회사는 자신들이 나라를 붕괴시킨 바이러스를 탄생시켰다고 밝히고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중이라고 하지만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가차없이 실험하며 실패가 계속되자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며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으려는 비윤리적인 모습도 나온다.

이외에도 제약회사를 악으로 묘사하는 작품들은 매우 많다. 그렇다면 창작물 속에서 제약회사는 왜 악당이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음모론을 만들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의 숙명은 바로 신약개발이다. 그런데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와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작용 원리,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임상시험은 3단계에 걸쳐서 적게는 수 백명에서 수 천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위약(가짜약) 이상의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데 신약 성공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많은 제약회사들이 투자금액의 회수 및 이윤을 얻기 위해 결과를 조작하고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저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음모론은 하나의 클리셰가 돼 여러 창작물을 통해 반복 또 재생산된다. 그러면서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런 음모론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제약회사의 입지가 커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장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는 제약회사의 파워를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확실한 것은 창작물 속의 제약회사 이야기는 말 그대로 허구라는 점이다. 실제와 혼동하는 일 없이 픽션 속 제약회사의 모습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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