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코로나 장기화에 재심사 '난항'
제약업계, 코로나 장기화에 재심사 '난항'
"환자 모집 어렵다" … 증례수 조정 요청 줄이어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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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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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업계가 신약이나 개량신약의 재심사를 수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환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워서인데, 신약이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가세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심사 증례수 감축을 요청하고 있다.

식약처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제약사들의 이 같은 요청을 기존보다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길리어드가 신청한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소포스부비르) 및 '하모니'의 재심사 증례수 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환경을 고려한 결정인데, 당초 3000례가 목표였던 이들 제품의 재심사 증례수는 각각 1840례, 798례로 줄어들었다.

중앙약심은 경쟁 약물의 등장으로 '소발디'와 '하보니'의 처방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조사 대상자 등록이 어려운 점을 인정했다. 특히 이들 제품은 이미 해외에서 다수 임상시험을 진행한 약물로, 여러 국가에서 재심사를 진행해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이 증례수 조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중양약심 A 위원은 "처방이 줄기는 했으나, ('소발디'와 '하보니'는)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약제"라며 "조정 증례수는 국외 시판 후 조사 결과에 따른 이상사례 발생률을 확인하기에 부족하나, 현실적으로 계획 수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앙약심 위원들은 "증례수가 줄어든 만큼 의약품 감시활동과 정기적 안전성 정보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듀켐바이오가 판매하는 국내 유일의 '플로르베타벤' 성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 약물인 '뉴라체크주사'(플로르베타벤)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재심사 증례수가 3000례에서 2000례로 하향 조정됐다.

'뉴라체크주사'는 비급여 약물이어서 사용하려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를 거부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보험 급여가 안 돼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환자 수가 감소, 조사 대상자 등록은 더욱 어려워졌다. 회사 측이 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목표 증례수를 채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중양약심 위원 대부분은 듀켐바이오의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증례수 조정에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외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뉴라체크주사'의 주성분인 플로르베타벤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증례수를 줄여도 안전성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중앙약심 B 위원은 "('뉴라체크주사'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을 확인하여 진단하고 평가하는데 중요한 약물로,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환자 모집의 어려움)과 업체의 자구적인 노력은 타당하다"며 "변경을 요청하는 2000례가 드물게 발생하는 중대한 이상반응 및 본제와 기전적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상반응을 관찰하지 못할 만큼 적은 수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대상환자군의 특성과 비급여현황, 조사대상자 등록 부진 등은 회사 측이 예상할 수 있는 요소였던 만큼 증례수 조정으로 다른 제품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산 신약 23호인 동화약품의 항생제 '자보란테'(자보플록사신)도 코로나19 사태로 재심사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자보란테'의 재심사 기간은 이달 19일까지로, 증례수 3000례 조사가 목표였으나, 당시 회사 측이 수집한 증례수는 1551례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동화약품은 목표치보다 적은 1930례로 증례수를 조정해 것을 식약처에 요청했다. 

중앙약심에 의하면, '자보란테'의 적응증인 '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기관지염, 폐기종 포함)의 급성 악화'는 발병률이 낮아 처음부터 환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은 약물이다. 회사 측이 폐렴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려 했으나,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여기에 '자보란테'는 의료기관이나 환자가 재심사 참여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증례수 확보가 부진했던 상황. 이런 가운데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재심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중앙약심 C 위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COPD의 급성악화는 현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동화약품이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한정된 적응증에 대해 증례를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앙약심은 회사 측이 제시한 재심사 증례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중앙약심 D 위원은 "('자보란테'를 포함,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의 주요 이상반응인) 말초신경병증 관련 위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1428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동화약품이 확보한 1551례 중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말초신경변증 1건이 발견돼 회사 측이 신청한 1930례로도 타당한 판단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질환 특성, 조건(보험, 임상처방 등), 코로나19로 인한 참여 저조 상황을 고려하면 증례수 변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회사 측이 신청한 재심사 증례수 1930례는 '자보란테'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합리적인 표본수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식약처도 회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재심사 증례수 조정을 대부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며 "다만, 이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타당한 증례수를 확보했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례수 조정을 반대한 위원도 있었던 만큼,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해 증례수를 줄이려 한다면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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