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원제약의 '펠루비'(펠루비프로펜,국산 신약 12호)와 일양약품의 '놀텍'(일라프라졸, 국산 신약 14호)은 LG화학 '제미글로', 보령제약 '카나브' 등과 함께 국산 신약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꼽힌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인 '펠루비'는 2007년 허가받아 2008년 출시됐다.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의 항궤양제인 '놀텍'은 2008년 허가를 받고 2009년 시장에 등장했다. 두 약물은 치료 분야가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 출시된 국산 신약이라점과 매출 규모 등이 비슷해 종종 비교 대상에 오른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동시에 처방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두 제품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주요 적응증 확보 전략에서 성패가 갈렸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 수위도 차이를 보이기 시작해 향후 성장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놀텍', 비미란성 GERD 적응증 확보 실패
'펠루비', 급성 통증 국내 첫 적응증 확보
일양약품은 최근 '놀텍'의 적응증 확대에 실패했다. 적응증을 비미란성역류질환(NERD)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내에서 임상3상 시험을 실시했으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위식도역류질환(GERD)은 전체 항궤양제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미란성과 비미란성 역류질환으로 나뉘는데, 비미란성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미란성 역류질환(ERD) 치료제 시장보다 2배 이상 크다.
'놀텍'은 이미 미란성 역류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남은 것은 시장규모가 큰 비미란성이다. 일양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NERD 적응증 확보에 도전, 10년 넘게 임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와 달리 대원제약은 '펠루비'의 적응증 확대에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펠루비'의 서방형 제제인 '펠루비서방정'의 적응증을 '외상 후 동통'까지 넓혔다. 이에 따라 '펠루비서방정'은 기존의 만성 통증은 물론, 근육 긴장이나 염좌(발목 등 관절을 삐는 증상), 기타 연조직 장애 등 외상에 따른 급성 통증에도 처방이 가능해졌다.
국내 제약사 중 NSAIDs 계열 약물에 대해 급성 통증 임상을 진행해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것은 대원제약이 처음이다.
NSAIDs 계열 약물은 그동안 염증과 통증을 동반한 만성 질환자에게 주로 처방돼왔다. 국내에서는 임상을 통해 급성 진통 효과를 입증한 제품이 전무했던 만큼 '펠루비서방정'의 이번 적응증 추가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외상 후 동통' 적응증 추가로 '펠루비' 제품군은 NSAIDs 제품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확보, 시장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펠루비'와 '펠루비서방정'은 골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요통 증상 완화까지는 적응증이 동일하다. 여기에 '펠루비는' 급성 상기도 감염의 해열 적응증을, '펠루비서방정'은 외상 후 동통 적응증을 추가했다.
대원제약은 현재 '펠루비서방정'의 적응증을 월경통으로 확대하기 위한 임상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놀텍' 처방액 성장에도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
굵직한 후속약물 대거 등장 … 시장 경쟁 심화
'놀텍'은 일양약품의 대표적 '캐시카우'다. 지난해 원외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은 352억원에 달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직전 연도인 2019년 회사 전체 매출(3246억원)로 보면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놀텍'의 지난해 처방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까지 원외처방액 증가율이 연평균 28.63%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P-CAB 계열 신약과 PPI 복합제 등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 등장하면서 '놀텍'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 등 이후 출시된 신약이 NERD 적응증을 확보해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기존 PPI 계열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들도 NERD 적응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상황. 일양약품의 이번 임상 실패가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캡'은 국내 최초의 P-CAB 계열 약물이다. 기존 PPI 계열 약물의 단점을 극복한 데다 효과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신약 중 성장도 가장 빠르다. 2019년 출시한 이 제품은 첫해 원외처방액이 29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725억원을 기록하며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케이캡'은 '놀텍'과 적응증이 대부분 겹친다. '케이캡'이 성장할수록 '놀텍'의 설 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종근당 '에소듀오' 등 'PPI+제산제' 복합제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펠루비' 역시 치열한 경쟁 체제에 놓여 있으나, 새로운 위협 품목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놀텍'과는 차이가 있다.
'펠루비'는 대원제약을 대표하는 효자 품목이다. 출시 초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08년 발매한 이 제품은 2014년까지 연간 원외처방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대원제약이 2015년 '펠루비'의 서방형 제제인 '펠루비서방정'을 내놓고, 후속 임상을 통해 적응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펠루비' 제품군의 원외처방액은 2017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한 뒤 이듬해인 2018년에 2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19년부터는 300억원대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처방량은 NSAIDs 계열 약물 중 1위다.
다만, 지난해 원외처방액(301억원)은 전년(312억원)보다 3.5%가량 줄었는데, '놀텍'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펠루비는 경쟁약물로 등장하는 약물이 대부분 제네릭이라는 점도 위안거리다. '케이캡'이나 '에소듀오'와 같은 강력한 경쟁 신약이 등장하지 않고 있어 '놀텍'과 달리 시장 불안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는 전체 시장 규모의 확대와 함께 실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놀텍'과 '펠루비'는 얼마 전까지는 특허 존속기간 만료일도 2027년과 2028년으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대원제약은 서방형 특허와 제제 개선 특허를 새로이 등록하며 후발 제약사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양약품은 2014년 이후 '놀텍'과 관련한 특허 출원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데, 2014년 이전 출원한 특허도 상당수는 특허청에서 거절됐거나, 자진해서 취하한 상태"라며 "아직은 미세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향후 두 제품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