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코와 뺨 등 얼굴의 중간 부위가 빨개지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 '주사'(Rosacea)가 신경학적 조절 곤란의 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 일반 주사 환자와는 다른 증상을 보이며 이에 따른 치료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팀(강석영 전공의 포함)은 고려의대 김일환 교수, 한림의대 김광호 교수, 서울의대 조소연 교수와 함께 작열감·따가움·감각 이상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신경성 주사 환자와 안면홍조·홍반이 보이는 전형적인 홍반모세혈관확장성 주사(Erythematotelangiectatic Rosacea, 이하 ETR) 환자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김 교수팀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한림대학교성심병원·고려대학교안산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진료받은 신경성 주사 환자 17명과 ETR 주사 환자 106명을 비교 분석했다.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주사 환자에 전형적인 치료방법(레이저·항생제·국소요법)을 시행해도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신경성 주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신경성 주사 환자들은 따가움·감각 이상 등 심각한 이상 감각을 호소한다.
분석 결과, 신경성 주사 환자의 홍조 병변은 대부분 심한 작열감·따가움·심한 피부 감각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유병 기간은 5.7년으로 ETR 주사 환자(3.3년)대비 길었고, 홍반은 얼굴의 중심부보다 양 뺨 전체에 더 심한 경향을 보였다. 구진(뾰루지)이나 농포는 드물었으며 특히 안구건조증·각막 출혈 등 안구 증상이 ETR 주사 환자보다 더 많이 관찰됐다.
반면 ETR 환자에서는 구진·농포·홍반·혈관 확장 등 증상이 뺨 앞쪽·코·턱·이마 등 얼굴 중심부에 나타났고 피부 감각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연구팀은 신경성 주사 환자에서 신경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신경성 주사 환자의 82.3%(17명 중 14명)는 테트라사이클린, 아소트레티노인 등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 요법에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항경련제와 티아넵틴, 디아제팜, 둘록세틴 등 항우울제 투여 후 신경적 증상과 함께 피부 징후가 개선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주사 환자 중 전통적인 주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면 신경성 주사의 가능성을 고려해 항경련제 및 항우울제와 같은 신경 약물을 사용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주사의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신경성 주사 환자 17명 중 3명은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만성 및 중증의 증상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나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김혜원 교수는 "주사는 주로 아시아인보다 백인에게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시아인에 대한 주사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번 연구는 일반적인 주사 환자와 신경성 주사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 치료반응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첫 연구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 '한국의 신경성 주사(Neurogenic Rosacea In Korea)'는 SCI급 저널인 '피부과학회지(The Journal of Dermatology)' 2020년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