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정기 주총 임박 … 남는 자와 떠나는 자
제약업계 정기 주총 임박 … 남는 자와 떠나는 자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최장수 CEO' 18년 마침표

임기 만료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전통 깨고 이사회 잔류

셀트리온그룹,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 서정진 명예회장 자녀 이사회 입성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3.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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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윤재춘 대웅제약 사장,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동아에스티 엄대식 회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윤재춘 대웅제약 사장,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동아에스티 엄대식 회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매년 3월은 12월 결산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주식회사는 결산일 이후 90일 이내에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주총이 집중돼 있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인 제약업계도 이달 20일을 전후해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과 향후 포트폴리오를 주주들에게 보고하고 다양한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사안은 전문경영인들(CEO)의 거취다. 

먼저 지난 18년 동안 일동그룹의 사령탑을 맡아온 제약업계 최장수 CEO 이정치 회장은 일동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홀딩스는 최근 주주총회 소집을 알리면서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과 최규환 일동제약 이사 등 2명만을 안건으로 부의했다.

현재 일동홀딩스의 상임 사내이사는 이정치 회장, 박대창 일동홀딩스 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등 3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이정치 회장과 윤웅섭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데 오너 3세인 윤 사장만 재선임 명단에 포함됐다.

이사 선임 안건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될 경우 이정치 회장은 일동그룹의 지배 정점에 있는 일동홀딩스의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이정치 회장은 1967년 일동제약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3년 일동홀딩스가 지주회사로 분리되기 전 일동제약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연임하다가 지주회사가 분리된 이후에는 일동홀딩스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일해왔다. 

다만, 이 회장은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당분간 회사의 고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업계의 전통이기도 하다. 일종의 전관예우다.

# 지난 2015년 대표이사를 맡아 2018년 연임에 성공한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은 이달을 끝으로 6년의 임기가 모두 끝난다. 유한양행의 대표이사는 딱 한 번 연임이 가능하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에게는 예외가 적용된다. 재임 기간 신약개발과 기술 수출 등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번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이정희 사장 취임 전까지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 투자는 저조하고 도입 품목 비중은 매우 높았다. 제약업계에서 매출 순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실적이 좋았지만, 도입 품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정희 사장은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유한양행의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수년 동안 500억원 안팎에 머물렀던 R&D 투자는 이정희 사장 취임 직후 증가하기 시작해 3년 만에 두 배(1037억원)가량 증가했다.

경쟁사보다 신약 개발에 늦게 뛰어든 만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늘려갔다. 그 결과, 2015년 초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2020년 12월 30개로 3배 이상 늘었다. 그중 절반이 넘는 22개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했다. 

이 사장은 이러한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총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계약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던 파이프라인인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허가도 받았다. 이 사장은 유한양행을 '신약 명가'로 바꿔놓은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이 확정되면 이 사장은 기존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대표 임기 만료 후에도 이사회에 남아 기업경영에 관여하는 첫 CEO로 기록될 전망이다.  

# 셀트리온그룹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키워낸 서정진 명예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의 사내이사 자리에서 내려온다. 이는 서 회장이 스스로 약속한 것이다. 

서 명예회장은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의 등기 사내이사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임기는 양사 모두 3월 31일까지인데, 이번 정기 주주총회 이사 선임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 명예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말 은퇴를 알리며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현재 명예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자리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서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셀트리온 그룹은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셀트리온그룹의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37) 셀트리온 부사장(미등기임원)과 차남인 서준석(34) 셀트리온 이사(미등기)의 이사회 합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서진석 셀트리온 부사장, 서준석 셀트리온 사내이사를 등기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이번 주주총회에 부의했다.

1984년생인 서진석 부사장은 서울대 동물자원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뒤 2014년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 입사해 생명공학 1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16년 셀트리온스킨큐어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7년 10월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가 지난 2019년 4월 셀트리온으로 복귀, 현재 제품개발부문장(미등기 이사)을 맡고 있다.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1987년생으로 올해 33살이다. 어린 나이에도 입사 2년 만에 과장에서 이사로 승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7년 박사급 과장으로 셀트리온연구소에 입사했으며, 현재 생산업무를 지원하는 운영지원 담당 부서의 미등기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밖에도 종근당 김영주 사장, 대웅제약 윤재춘·전승호 사장, 동아에스티 엄대식 회장,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사장 등의 임기가 이달 끝나는데, 김영주 사장과 엄대식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 재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사령탑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아직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지 않았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으나, 아직 이사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윤재춘·전승호 경영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만큼 이번 주주총회 과정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인보사' 사태로 이우석 사장이 기소된 상태여서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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