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잃은 일양약품 … '아~옛날이여'
성장동력 잃은 일양약품 … '아~옛날이여'
연이은 임상 실패 … 중장기 성장동력 의문

중국 법인·놀텍 등 기존 사업 의존 높아

연구개발 과제 대부분 초기 … 상용화까지 먼길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3.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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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양약품 사옥과 정도언 2세 경영자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매출액이 1500억원에도 미치지 않던 시절, 국산 신약을 두 개나 만들어낸 회사가 있다. 일양약품이다. 규모는 작아도 탄탄한 연구개발(R&D) 능력에, 제약업계서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최근 행보를 보면,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다. 

과거 성과물로 인해 당분간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 성장전략에서는 물음표가 던져진다. 오너 2세인 정도언 회장이 회사를 맡은지 20년이 훌쩍 넘었고 그의 부친인 정형식 명예회장이 타계(2018년 1월)한지 3년여가 흐른 시점에서도 여전히 창업주 시대의 성과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공을 들이던 몇몇 임상시험이 연이어 실패해 오너가는 물론, 10년 넘게 전문경영인으로 있는 김동연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놀텍, NEDR 적응증 확보 실패
임상3상 결과 유효성 입증 못해

일양약품은 최근 자사의 신약 중 하나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의 항궤양제 '놀텍'의 적응증 확대에 실패했다. 적응증을 비미란성역류질환(NERD)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내에서 임상3상 시험을 실시했으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위식도역류질환(GERD)은 전체 항궤양제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미란성과 비미란성 역류질환으로 나뉘는데, 비미란성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미란성 역류질환(ERD) 치료제 시장보다 2배 이상 크다. 

'놀텍'은 이미 미란성 역류질환 치료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시장을 확대하고자 10년 넘게 NERD 적응증 임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놀텍'은 일양약품의 대표적 '캐시카우'다. 이 제품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은 352억원에 달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직전 연도인 2019년 회사 전체 매출(3246억원)로 보면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놀텍'의 지난해 처방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까지 원외처방액 증가율이 연평균 28.63%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크게 둔화된 셈이다. P-CAB 계열 신약과 PPI 복합제 등 새로운 기전의 약물 등장이 '놀텍'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 등 이후 출시된 신약이 NERD 적응증을 확보해 관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기존 PPI 계열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들도 NERD 적응증 임상을 진행 중인 상황. 일양약품의 이번 임상 실패가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슈펙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실패
메르스 치료에도 효과? … 기대감만 올리고 임상조차 안해

일양약품은 '놀텍'에 이어 백혈병 치료 신약 '슈펙트'(라도티닙)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도 실패했다.

일양약품의 파트너사인 R-PHARM이 러시아에서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3상을 진행했는데, 표준 권장 치료(러시아 MOH 권장 사항)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R-PHARM은 러시아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슈펙트' 마케팅 승인 신청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양약품은 주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5월 임상시험에 돌입한 뒤 진행 경과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일양약품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초 전문로펌을 선임하고 '슈펙트'의 코로나19 중간 임상 과정을 공개하라고 회사 측에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일양약품은 임상 실패 소식으로 답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유행 당시에도 '슈펙트'가 메르스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 업계와 주식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올 때까지 임상 돌입조차 하지 않았다. 

 

일양약품, 매출 절반가량 중국서 발생
'원비디' · 놀'텍' 등 선대가 이룬 성과 의존

일양약품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3246억원이었다. 일양약품과 그 계열사인 일양바이오팜, 중국 법인인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와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가 뒤섞인 실적인데, 이 중 양주일양과 통화일양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을 구체적으로 보면, 일양약품은 2000억원, 일양바이오팜은 110억원, 양주일양은 1055억원, 통화일양은 345억원이었다. 전체 합산액은 3510억원 정도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효과가 제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주일양과 통화일양의 매출 합산은 1400억원에 이른다. 일양약품 연결 기준 매출액(3246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인삼 드링크제 '원비디' 판매 호황 등이 중국 법인의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양주일양과 통화일양은 창업자인 故 정형식 명예회장이 중국 제약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지난 1998년과 1996년 각각 설립한 법인이다. 특히 중국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최초 인삼드링크제 '원비디'(1971년 출시)는 국민 위장약 '노루모'(1957년 출시)와 함께 정 명예회장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정 명예회장은 이를 통해 일양약품을 든든한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를 토대로 일양약품은 1991년 제약업계에서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일양약품의 대표 품목인 항궤양제 '놀텍'도 정 명예회장의 손을 거쳤다.

'놀텍'은 1988년 개발에 돌입해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14호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도언 현재 일양약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1994년으로 '놀텍' 개발에는 사실상 정 명예회장이 공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와 달리, '슈펙트'는 정도언 회장과 당시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장이었던 김동연 현 대표가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국산 신약 18호인 '슈펙트'는 2003년 개발을 시작, 2012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이 물심양면으로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은 매출이 3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지만, 업계 매출 순위는 크게 하락했다. 경쟁사들의 성장폭이 더 컸기 때문인데, 이들 경쟁사는 신약, 개량신약, 복합제 등 시장성 있는 품목 개발에 앞다퉈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일양약품이 '놀텍', '슈펙트', 중국법인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느라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지 못한 사이 경쟁사들과 격차는 점차 커졌다. 

특히 사업 다각화까지 성공한 경쟁기업들은 외형을 더욱 빨리 키울 수 있었다. 덩치가 커진 만큼 기존과 같은 R&D 투자 비중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달리 정도언 회장은 "영양제와 드링크는 옛말"이라며 일반의약품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자사의 간판 드링크제인 '원비디'와 '영비천'의 영업조직을 폐지하는 등 전문의약품 위주로 사업을 단순화했다. 

 

단출한 파이프라인 … 약물재창출 연구가 상당수
대부분 초기 단계 … 상용화 가능성 미지수

일양약품의 가장 최근 보고서인 올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가 새로이 개발중인 파이프라인(국내 기허가 제품 해외 허가 목적 임상 제외)은 총 8개다. ▲'놀텍' 비미란성식도염 치료 연구 ▲'슈펙트' 파킨슨질환 치료 연구 ▲'슈펙트' 코로나19 치료 연구 ▲메르스치료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치료제 ▲프리온질환치료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IYB7002) ▲비뇨생식기 질환 치료제 'IYHCR-17' 등이다.

이 중 '놀텍'의 비미란성식도염 치료제 개발 임상과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이 실패하면서 파이프라인은 6개로 줄었다. 

이들 6개 파이프라인 중 개발이 가장 앞선 것은 '슈펙트'의 파킨슨질환 치료 연구다. 유럽에서 임상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YHCR-17'은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다. 분만 후 기능성 요정체, 방광의 신경성 근이완증 등에 사용하는 베타네콜 성분 약물을 서방형 제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인 'IYB7002'는 지난해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으나, 실제 임상시험에 진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아직 전임상 단계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수년 동안 일양약품에서 '놀텍'이나 '슈펙트' 같은 굵직한 제품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양약품은 2019년까지 매출 호조였으나, 중국 법인과 '놀텍' 등 기존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슈펙트'의 경우 1차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해졌는데도 매출(아이큐비아 기준)이 6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신선한 캐시카우가 필요한데, 일양약품은 현재 마땅한 파이프라인이 없다"며 "회사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데 오너가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방심하다가는 지금까지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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