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에 잡아먹히는 중소제약사들
바이오벤처에 잡아먹히는 중소제약사들
사업 구조는 단순, 지배구조는 취약 … 포트폴리오 비슷해 매각도 쉽지 않아

제약업계, 코로나19 속 양극화 가속화 … "우리도 매물로?" 우려 목소리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3.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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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업계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중소제약사들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경영권이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내수 위주의 제네릭 사업 구조로 인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지 못한 데다 지배구조가 취약해 M&A 시장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많은 중소제약사가 이와 비슷한 실정이어서 업계에서는 남 얘기가 아니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례1)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인 뉴지랩은 최근 국내 의약품 전문 제조 기업 아리제약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신약 직접 생산을 위한 GMP 시설을 갖추게 됐으며, 아리제약의 87개 품목허가권과 제약 연구조직까지 흡수해 R&D 역량을 확충하게 됐다.

아리제약은 의약품 유통업체인 기산약품이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세운 제약사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충북 청주시 오창에 공장을 새롭게 지었다.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로부터 자사 공장에 대한 KGMP 인증을 받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치매 치료 성분 '콜린알포세레이트', 위장관 치료 성분 '파모티딘' 등 시장 규모가 큰 치료제 위주로 제네릭을 허가받으며 공격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매출은 기대 이하였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갔다.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업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설립 4년여 만에 뉴지랩에 경영권을 넘겼다.

#사례2) 바이오 벤처기업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에이치엘비는 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메디포럼제약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메디포럼제약의 사명은 에이치엘비제약으로 바뀌었다.

메디포럼제약은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소제약사다.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수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다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하는 해가 많아 수익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 컨슈머헬스케어팀을 신설한 데 이어 임상의학팀을 새롭게 구성하며 제네릭 제조사에서 R&D 전문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경영권이 돌연 에이치엘비 그룹에 넘어갔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메디포럼 경영진과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디포럼제약의 최대주주였던 메디포럼 김찬규 회장은 "메디포럼제약의 경영진은 무자본 인수합병 세력으로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메디포럼제약 경영진은 "메디포럼의 내부 사정을 보니 경영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김찬규 회장이 오히려 회사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했으나, 메디포럼제약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 최대주주가 메디포럼에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으로 바뀌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생산 시설이 필요했던 바이오벤처 기업과 경영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제약사 사이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사례3) 비보존은 계열사인 루미마이크로를 통해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하고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사명을 비보존제약으로 변경했다.

이니스트그룹은 1994년 동우약품으로 시작한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원료의약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이니스트에스티,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의약품 원료를 유통하는 이니스트팜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니스트그룹의 주력사업은 제네릭 원료의약품이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완제의약품의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19년 기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매출액은 6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8% 증가한 금액이지만, 영업이익은 24억원, 영업이익률이 3.8%에 불과하다. 사업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인데, 이 회사는 그동안 제네릭 위탁생산과 일부 일반의약품 생산·판매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기준 경상연구개발비는 11억원으로 매출의 1.7% 수준인데, 광고선전비로는 영업이익(24억원)의 두 배인 48억원을 썼다. 신성장동력 확보는 더디고,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이니스트그룹은 제약사업 진출 기회를 엿보던 비보존에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넘기고 원료의약품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수 시장 갈수록 척박 
M&A 매물 쌓이는 중소제약사

현재 M&A 시장에는 다수 중소제약사가 매물로 나온 상태다. 매물로 이름을 올리고도 수년 동안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해 경영진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지속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약가인하, 품질 고도화 등 정부정책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손쉽게 수익을 올렸던 과거의 제네릭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현재 제약업계는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R&D,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제약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이뤄냈다.

이와 달리 제네릭에 의존하던 제약사들은 대부분 실적이 곤두박질했다. 특히 제약업계에서 사명이 익숙한 중소제약사들도 상위 제약사들과 매출 격차가 이제는 10배 이상 벌어지는 실정이다. 

중견제약사들 중에서도 신성장동력과 캐시카우를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코로나19 시국을 통해 허술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이다. 이는 제약사들의 영업 환경이 예전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치료제와 백신 투약이 시작됐으나, 영업 현장에서는 지난해보다도 실적이 떨어져 불안해하는 영맨이 적지 않다.

한 중소제약사 영업사원은 "안 그래도 2월은 명절이 낀 데다 영업일수가 짧아서 힘든데 올해는 정말 역대급으로 좋지 않다"며 "1월도 정말 많이 힘들었다. 벌써부터 올해 (실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미 사업 구조를 뜯어고친 회사들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걱정이 덜하지만, 제네릭에 의존하던 제약사들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시국에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중소제약사들 사이에서 "이러다 우리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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