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6년 전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거듭된 자료보완 지적으로 고배를 마셨던 GC녹십자가 순도를 높인 동일한 품목으로 재도전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자사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IVIG-SN 10%)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GC5107'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혈액분획제제다. 지난해 '일차 면역결핍증'(Primary Humoral Immunodeficiency) 환자를 대상으로 북미 임상 3상을 마무리했는데, GC녹십자에 따르면 'GC5107'은 해당 임상에서 FDA 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만족했다.
유효성 측면에서는 12개월 간 '급성 및 중증 세균성 감염'(Acute Serious Bacterial Infections) 빈도가 FDA 기준인 1보다 낮은 0.02의 수치를 나타냈으며, 안전성 평가에서도 약물로 인한 사망이나 심각한 수준의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FDA 품목 허가 신청 절차는 일반적으로 60일 간의 예비심사를 통해 제출된 자료의 수용 여부가 검토되며, 그 이후 통상 10개월 내 최종 품목 허가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81억달러(한화 약 9조817억원)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약 70%를 순도 10% 제품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GC5107'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GC녹십자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GC녹십자의 경우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최종 허가가 좌절된 선례가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GC녹십자는 앞서 지난 2015년 미국 FDA에 자사의 'IVIG-SN 5%'에 대한 시판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에 허가를 신청한 'GC5107'은 기존 'IVIG-SN 5%'의 순도를 높인 제품이다.
당시 녹십자는 'IVIG-SN 5%' 시판승인을 신청한 지 두 달 뒤 FDA의 예비심사를 통과해 이르면 2017년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2016년 11월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자료의 보완을 지적받은 데 이어 2019년에도 또다시 제조공정 자료가 추가 보완을 지적받으면서 허가 절차가 3년 이상 지연됐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FDA는 'IVIG-SN 5%'의 임상 시료와 오창공장에서 생산하는 상업용 제품의 배치 간 동등성 입증 자료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GC녹십자는 결국 'IVIG-SN 5%'의 미국 진출을 포기했다. 대신 시장성이 더 큰 'GC5107'로 미국 시장에 재도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가면역질환 환자 증가에 따라 면역글로불린 수요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특히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격도 국내보다 4배 정도 비싸서 수익성이 좋다. GC녹십자가 실패를 딛고 설욕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