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노조 설립 무엇이 달라질까?
간호조무사 노조 설립 무엇이 달라질까?
열악한 처우 및 근무환경이 노조설립 불씨로 작용

관건은 단합된 힘 ... “행동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어”
  • 임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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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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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온라인 회의 모습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온라인 회의 모습

[헬스코리아뉴스 / 임대현] 낮은 임금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노조 설립을 본격화한다.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간호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개원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는 지난 8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갖고 ‘제1차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추진위는 간호조무사 노조를 기업별 노조가 아닌 직종 노조로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간호조무사의 과반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인 개원가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별 노조 설립이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도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경과보고와 노동권리 실현 추진 자문회의 결과 보고, 그리고 직종노조 설립 관련 향후 계획과 방향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가 처해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어 협회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이유로 간호조무사를 위한 노조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추진위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설립을 위한 닻을 올린만큼 앞으로 간호조무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조설립 추진위원회’의 활동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먼저 전국 각 시도회 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발기인을 모집하는 한편, 간호조무사 신문과 홈페이지 등 간호조무사 관련 온라인 매체를 통해 간호조무사 노조설립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발기인을 모집해 나갈 계획이다.

추진위는 또 직종 노조설립 절차와 일정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와 외부 자문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노조설립 시 성격, 활동, 권한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약을 만들어 설립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간호조무사 노조설립 추진위원회’ 임도연 위원장은 “간호조무사 노조가 설립되면 간호조무사가 처해 있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간호조무사 목소리를 통해 차별과 부당대우가 해소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옥녀 회장도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을 위해 설립되는 노조를 위해 협회에서도 최대한 많은 것을 지원하고 협조하여 설립을 돕겠다”며, “간호조무사 노조 설립과 같은 변화를 통해 국민 건강이 증진되고 나아가 보건의료 서비스가 향상되는 선순환적 보건의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도연 위원장과 13개 시도회에서 추천한 13명의 추진위원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노조설립 추진위’는 다음달 초 2차 회의를 갖고 노조설립 절차 및 일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3월말을 전후해 노조 발기인 모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노조 설립 경과를 감안하면 국내 첫 간호조무사 노조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연말까지는 설립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간호조무사들이 노조설립을 위해 추진위를 구성하고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무중인 간호조무사의 60% 이상이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의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노조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간호조무사 근무환경 얼마나 열악하길래?

일용직보다 못한 처우

실제로 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등과 공동 조사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조무사들의 임금 등 노동환경은 일용직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이 무려 61.9%에 달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10명중 6명 이상이 여전히 경제적 궁핍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면 5만6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라도 일용직의 하루 일당이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2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주로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 개원가(동네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경력기간이나 장기근속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경력자의 48.5%,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39.8%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간호조무사의 43.3%는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실질임금이 오히려 삭감되는 불이익을 경험했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 직접적인 임금삭감이 27.6%, 휴게시간 증가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간접적인 임금저하가 15.7%였다.

간호조무사들은 근무여건도 열악했다. 주당 평균근로시간은 44.1시간이었고,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29.9%)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원(63.1%)이나, 직원이 4인이하(64.8%)인 경우에는 6일이상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간 휴가 사용일수는 평균 8.0일로 최소 연차휴가 15일에 훨씬 못미쳤으며, 특히 연차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4인이하의 연간 휴가일수는 5.9일에 불과했다. 

미사용 휴가에 대해서도 2명 중 1명(50.2%)은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일근무에 따른 휴일근무수당 역시 49.2%가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 그대로 ‘현대판 노예’가 따로 없는 셈이다.  

 

인권침해에 성희롱까지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권침해와 모성보호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간호조무사는 19.6%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9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성추행 및 성폭력(성희롱 포함) 피해 경험이 12.7%였던 것과 비교하면 간호조무사의 성희롱 피해율은 매우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성희롱 가해자 유형을 살펴보면 환자 및 보호자 65.1%, 의사 16.4%, 동료11.3% 순으로 나타났다. 직전 연도 조사에서도 환자 및 보호자에 의한 성희롱 피해는 71%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42.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10명 중 4명꼴로 괴롭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일상화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제도로서, 불이행시 사용자가 처벌됨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사용은 각각 27.0%, 24.2%에 불과했다.

 

“간호조무사 10명 중 6명 노조설립 찬성”

간호조무사들의 이번 노조설립 추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7%가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62.4%는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임금 및 근로조건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휴가사용일수는 4.0일 더 많은 11.5일이었고, 연봉총액은 865만원(36.4%) 더 많은 3244만원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한 강병원 의원은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는 필수 보건의료 인력이지만, 근로환경과 노동인권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법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 조건 실태조사’는 2020년 4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로 진행됐으며, 전국 17개 시도 보건의료기관(1차 의료기관 포함),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4252명이 응답했다.

그렇다면 간호조무사들이 직접 노조를 설립했을 때 과연 기대했던 근무환경이나 처우 개선 등은 이뤄질 수 있을까. 결국은 간호조무사들이 얼마나 단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약업계 노동조합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한 노무사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노동조합이나 마찬가지지만, 노동자들이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조합원들이 얼마나 잘 뭉치느냐에 달려 있다”며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특히 “아무리 노동3권(단결권 · 단체교섭권 · 단체행동권)이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도 근로자들이 단합된 힘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 법율은)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며 “단결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결국 무너지거나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간호사들 역시 오래전부터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으나,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대형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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