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형 복제약 개발 전략으로 승승장구 해오던 한미약품은 과연 성공적 제약기업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의약분업 이후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으로 제약기업의 성공모델처럼 비화됐던 한미약품에 대해 최근 증권업계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개량형 복제약에 대한 성공신화에 강한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영업력 강화에 따른 인건비 증가 및 판촉비 증가로 2분기 영업이익 개선폭은 당사의 기존 추정치를 소폭 하회할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우리증권은 한미약품에 대해 매우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던 대표적 증권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시사적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들어 제약사 중에서 이례적으로 증권사 추천 제외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증권사들은 “기관경과 및 탄력둔화”를 추천제외 사유로 꼽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한미약품의 개량형 복제약이 예전처럼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6일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는 근래의 제약시장 환경변화와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미래에셋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리덕틸’(애보트사의 식욕억제 비만치료제)의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국내 제약사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으나 오리지널 제품의 대폭적인 약가인하와 과당경쟁으로 과거와 같이 복제약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낙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한양행과 LG생명과학 등 신약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는 등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스피드 경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차입금이 1051억원에 달하고 지급보증액이 118억원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 평가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또 주가하락을 우려해야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주판을 튕기지 않을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며 “낙관론을 내놓을 수 없을 때 고민을 하게 되고 개량형 복제약의 성장세에 한계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향후 유망종목으로 동아제약, 유한양행, LG생명과학, 부광약품, 종근당, 중외제약, 대웅제약, SK케미칼 등을 꼽았는데, “이들 기업은 해외시장 진출능력과 신약개발 능력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왜 한미를 제외하느냐”는 질문에 “제외했다기보다는 자체 신약개발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량형 복제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하반기 감가상각비 부담 등 좀 더 지켜보아야할 대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당국이 한미약품의 '슬리머'(리덕틸을 개량한 복제약) 발매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관리팀 홍순욱 팀장은 “비만치료 약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면 심한 우울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상반응 사례 등 부작용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만치료제 사용이유, 복용행태, 부작용 등 실태를 파악해 허가관리 정책에 반영하고 소비자단체와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홍보와 교육활동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2위 제약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개량형 복제약과 주식투자 등에 관심이 높은 한미약품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는 올해가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기업이 돈 잘 벌면되지 신약은 얼어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