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설립 이래 16년 동안 인지도를 쌓아온 자사의 상호를 자칫하면 사용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인 완구 기업인 '레고'(LEGO Juris A/S)와 상표권 분쟁에 휩싸였기 때문인데, 1심에서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승리했으나, 2심에서 그 결과가 뒤집혀 회사의 상황이 난처해졌다.
특허법원은 최근 완구회사 레고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레고켐파마' 상표권 무효심판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의 회사명(레고켐바이오)을 상표로 출원해 현재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레고켐파마'라는 상표를 먼저 등록했는데, 레고 측이 이 상표를 상대로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레고 측은 "'레고켐파마' 상표를 사용할 경우,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선사용상표(레고, LEGO)의 식별력과 명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였으므로 그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앞서 지난해 2월 레고가 제기한 무효심판을 기각하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심판원은 '레고켐파마' 상표에서 식별력(다른 상표와 구별되는 능력)이 있는 핵심 부분을 '레고켐'으로 봤다. '파마'라는 명칭은 '파마슈티컬'(제약사)의 줄인 말로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상표가 유사한지 따져보려면 '레고켐'과 '레고'를 비교해야 하는데 '레고켐'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약칭으로 사용될 뿐, '레고'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특허심판원의 판단이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레고켐파마)가 'LEGOCHEM', '레고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 다수 검색되는 점, 피청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약칭 '레고켐')가 신약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레고켐파마'는 'LEGO' 또는 '레고'로 약칭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선사용상표들을 모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피청구인(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데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인 특허법원은 '레고켐파마'에서 식별력 있는 부분을 '레고켐'이 아닌 '레고'라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레고켐파마' 상표는 선사용 상표인 '레고'와 유사해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허법원 재판부에 따르면, '레고켐파마'에서 '켐'(CHEM)은 화학 또는 화학물질 등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CHEMISTRY), '케미컬'(CHEMICAL)의 약칭이며 '파마'는 약학 또는 제약을 의미하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 '파마시'(PHARMACY)의 약칭으로 의약품류 상품과 관련해 식별력이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레고켐파마' 상표에서 식별력이 없는 '켐파마'를 제외한 '레고'가 식별력이 있는 부분인데, 이는 완구 회사인 '레고'(LEGO)의 선사용상표와 전체적으로 서로 유사하다는 것이 특허법원의 설명이다.
특허법원 재판부는 "양 표장에 대한 상품출처의 혼동 가능성이나 경쟁 관계와는 상관없이 선사용상표들(레고, LEGO)과 유사한 이 사건 등록상표(레고켐파마)를 사용하면 저명 상표주인 원고(LEGO Juris A/S)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구축한 선사용상표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광고선전력, 고객흡인력 등이 다양한 상품으로 분산되거나 희석된다"며 "결과적으로 저명상표인 선사용상표들(레고, LEGO)이 갖는 식별력 또는 출처표시 기능 역시 손상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의미가 큰 이유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현재 등록을 진행 중인 '레고켐바이오'(LegoChemBio) 상표 역시 그 구조가 '레고켐파마' 상표와 비슷해 향후 완구회사 '레고'로부터 또다시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적용하면 '레고켐바이오' 상표는 '레고', '켐'(케미스트리, 케미컬), '바이오'(바이오, 바이오의약품 등) 등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존 판례를 살펴보면 이 중 '바이오'는 의약품에 관해 그 품질이나 효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표장이어서 식별력이 없다. 즉, 이 상표 역시 '레고'가 식별력 있는 부분이어서 향후 상표가 등록되더라도 완구회사 '레고'가 또다시 무효심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법원에서 이긴 레고켐바이오는 2심 특허법원에서도 승소를 장담했으나, 결과가 뒤집어졌다"며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회사 상호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