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사회, 병상 이격거리 요구에 “탁상공론” 비판
정신건강의사회, 병상 이격거리 요구에 “탁상공론” 비판
“밀폐된 공간의 병상 거리 아무 의미 없어”

“개정안 시행시 휴원 또는 폐원 불가피”
  • 박원진
  • admin@hkn24.com
  • 승인 2021.01.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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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정부가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고 모든 정신의료기관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관련 학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신규로 개설하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이미 개설해 있는 의료기관까지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시설을 변경해야한다. 

이와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법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가 일부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이는 전체의 이익에 비해 일부의 희생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에 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번 정신건강 복지법 개정안은 본래의 개정 목적인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인권, 건강을 지킨다고 전혀 볼 수 없다”며 “병상 수와 병상 간의 거리, 면적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이득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병상 간의 간격을 지금보다 50cm 늘린다고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갈 곳이 없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정신 보건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참고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되게 될 경우 의료기관은 공사를 위해서 휴원하거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폐원할 수 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2020년 11월 26일(목)부터 2021년 1월 5일(화)까지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정신의료기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에 따라 입원실 면적 확보, 병상 수 제한, 300병상 이상 격리병실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아래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성명서 전문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성명서

최근 정부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는 등의 입원실 규정을 변경하고 모든 정신의료기관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도록 소급적용하는 법령을 발의하였다. 이에 따라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신규로 개설하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이미 개설해 있는 의료기관까지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시설을 변경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가 일부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 수는 있으나, 이는 전체의 이익에 비해 일부의 희생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에 한해야 한다. 그 변화에 있어서도 일부의 희생을 최소화 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그 방법 또한 적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신건강 복지법 개정안은 이러한 의미에서 본래의 개정 목적인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인권, 건강을 지킨다고 전혀 볼 수 없다.

병상 수와 병상 간의 거리, 면적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이득이 전혀 없다. 정신과 병상 간의 간격을 지금보다 50cm 늘린다고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갈 곳이 없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정신 보건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참고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되게 될 경우 의료기관은 공사를 위해서 휴원하거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폐원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환자들이 갈 곳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수많은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안전하고 이상적인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싶은 것은 그 누구보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가장 간절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매우 감사한 일이나, 그러한 시설 마련까지도 현실적 대안 없이 의무화한다면 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서 애써 온 의료진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비현실적인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하며 졸속적인 법안 통과 대신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의 제시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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