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암세포가 화학요법 약물에 내성을 갖게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암세포 속 원형 DNA의 역할이 밝혀졌다.
호주 루드비히 암 연구소(Ludwig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와 영국 생거센터(Sanger Cente) 공동연구팀은 초미세현미경을 통한 전체 게놈 시퀀싱과 광학 매핑 기술을 사용하여 DNA 구조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통해 암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는 ‘염색체 밖 원형 DNA(circular extrachromosomal DNA, ecDNA) 조각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돌연변이를 촉진하는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암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화하며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매일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성된다. 새 암세포를 만드는 돌연변이는 DNA 염기서열의 한 글자를 바꾸는 것부터 염색체 전체를 재정렬하는 것까지 다양하며 돌연변이가 활발하게 생성될수록 공격성과 약물에 대한 내성이 커진다.
가장 극단적인 재배열은 염색체를 아예 산산조각 내는 것인데 산산이 부서지는 염색체는 ‘염색체 밖 원형 DNA(circular extrachromosomal DNA, ecDNA)라고 불리는 유전 물질의 고리를 남긴다.
지난해 루드비히 연구소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대학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ecDNA가 암과 관련한 종양유전자의 발현을 어떻게 조절하고 악성으로 발전하게 하는지를 밝혀낸 바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에 내성을 갖게 하는 기전까지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체 게놈 시퀀싱을 통해 암세포의 진화 과정에서 세포의 DNA 서열 변화를 분석해 세포가 분열하는 동안 염색체가 반복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산산조각난 염색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하며 돌연변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어 항암제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자 산산조각난 염색체의 부산물인 ecDNA가 메토트렉세이트에 대해 저항하는 유전자를 포함한 다양한 여러 유전자조합을 만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cDNA가 이렇게 활발하게 암의 치료에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그 형태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보통 사람의 DNA는 일반적으로 길고 꼬여진 이중 나선의 유전 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인간의 정상적인 DNA는 히스톤 8량체(histone octamer)라고 불리는 단백질 복합체를 단단하게 둘러싼 채 세포 핵 내에 위치하고 있다.
세포는 정상 DNA의 유전 정보에 접근하고 읽어내기 위해 효소와 복잡한 부속단백질을 이용해서 조금씩 움직이게 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열린 스크롤을 읽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 번에 한 부분에만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염색체 밖 원형 DNA는 형태적으로도 자유롭고 여러 다른 유전자와 접근할 수 있어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오퍼 쇼사니(Ofer Shoshani) 루드비히 암연구소 연구원은 “약물 저항은 암 치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약물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면 많은 암환자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항암제와 DNA 수리 억제제(repair inhibitors)를 결합하는 접근법이 잠재적으로 암 환자의 약물 저항의 시작을 막고 임상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