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르면 달려가는 노예 아니다”
“우리는 부르면 달려가는 노예 아니다”
정부-전공의, 코로나 대응 투입 놓고 다시 갈등

대전협 “정부는 사과부터 먼저 해야”

“의대생 국시 면제하고 방역 투입하라”

오랫동안 쌓인 불신 해결 쉽지 않을듯
  • 서정필
  • admin@hkn24.com
  • 승인 2020.12.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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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차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전공의들의 갈등이 다시 수면 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7일 있었던 대구경북지역 젊은 의사 단체행동 모습 (사진=대한전공의협의회)
코로나19 대응 차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전공의들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7일 있었던 대구경북지역 젊은 의사 단체행동 모습 (사진=대한전공의협의회)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한재민)가 “올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고 응시 대상자들을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단체행동 유보 이후 잠시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대전협은 14일 저녁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입장은 마치 토사구팽(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음)과 같다”며 “올해 시험을 보지 못한 의대생들의 국시를 면제하고 이들을 (우리 대신)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협은 “올해 6월 1일 기준 의료지원인력 3819명 중 의사는 1790명으로 , 간호사·간호조무사 1563명보다 많았다. 이는 코로나19에서 의사들이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정책과 여론몰이로 의사집단과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협은 지난 8월 단체행동 당시부터 강조했던 ‘신뢰’와 ‘절차’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전협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앞장선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수모와 멸시였다. 4대악 정책과 여론몰이로 정부는 그동안 쌓아왔던 의사집단과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전공의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원한다면 정부는 의사와의 신뢰와 공조, 연대를 깨뜨렸던 이전 발언과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급속한 재유행 상황에서 차출을 거부할 경우, 여론 악화가 불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대전협이 즉각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은 정권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전공의들 사이에 쌓여 온 정부와의 불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진료 거부 단체 행동 당시에도 대전협은 ‘신뢰’의 문제를 강조했는데 이번 성명서에도 다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수련생 신분이지만 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 투석실 등에서 근무하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나 응급 환자의 진료를 맡고 있으며, 공공병원 설립 등 의료 관련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무시돼 왔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전문의 시험이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이 없는 현재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 또한 위배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정부가 지금껏 강조해왔던 공정성과 민주성을 모두 스스로 배반하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대전협은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가 아무 때나 부른다고 달려갈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이러한 고려 없이 전공의를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한다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제 다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지만 전공의들에 대한 사과나 의대생들에 대한 국시 면제 후 투입 제안 모두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은 대전협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전공의 차출에 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성명서]

최근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방역에 전공의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전공의 투입을 위해 전문의시험 면제여부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토사구팽.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선 의사들이 절감하고 있는 언어다. 올해 6월 1일 기준의료인력지원 3819명 중 1790명은 의사로 1563명의 간호사·간호조무사보다 많았다. 이는 코로나19에서 의사들이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처럼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앞장선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수모와 멸시였다. 4대악정책과 여론몰이로 정부는 그동안 쌓아왔던 의사집단과의 신뢰를 깨뜨렸다. 의사들은 피를 흘리는 사투를 벌이며 온몸으로 방패막이가 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라고 발언했다.

정부가 의사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 한다. 이는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중요한 인력을 차출해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는 것이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 받는 의사를 일컫는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의사임에도 대학병원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중환자실, 분만실, 수술실, 투석실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나 응급 환자의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공의들은 고강도로 일하고 있다. ‘주당 52시간’ 규정 대신 ‘전공의 특별법’을 적용받아 주당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당 88시간은 6일 내내 거의 15시간씩 일한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미 마른 수건 짜듯 일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아무 때나 부른다고 달려갈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

전공의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가중 업무에도 시달리고 있다. 일부 국립대학병원에 속한 전공의들의 경우, 코로나19 병동 업무 또한 맡으며 업무 과중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다.기존의 업무량도 이미 과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까지 맡게 된 전공의들에게 정부는 무엇을 주는가. 명예도 실리도 잃어버린 의사들에게 무엇까지 빼앗아가려하는가.

게다가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는 조건으로 3,4년차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전공의들은 격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의 시험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공정성을 바탕으로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정부의 제안은 지금껏 전문의를 검증한 시험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처사이다. 게다가 시험이 50여일밖에 남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이 없는 현재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 또한 위배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이는 정부가 지금껏 강조해왔던 공정성과 민주성을 모두 스스로 배반하는 행위인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에게 요구한다. 전공의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원한다면 정부는 의사와의 신뢰와 공조, 연대를 깨뜨렸던 이전 발언과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 병원 핵심 인력인 전공의 대신 다른 의료 인력 투입을 고려하라. 코로나19 대응 인력 보충을 위해 유럽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의대생 국시면제 및 코로나19 방역에 투입을 고려하라. 이러한 고려 없이 전공의를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한다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2월 15일
대한전공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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