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신약개발은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만 실험과정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고통 속에 희생된다.
현재 실험의 종류나 방법에 따라 쥐나 토끼, 새, 모기, 바퀴벌레 등 많은 동물이 실험동물로 사용되고 있다. 활발한 신약개발에는 그만큼의 동물 희생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동물도 더 이상 사람의 이익을 위한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그 이정표가 될만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FDA는 약물 개발의 과정에서 동물실험 비율을 줄이고 대신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시범 프로그램인 ‘신약에 대한 혁신적인 과학기술 접근법(Innovative Science and Technology Approaches for New Drugs, ISTAND)’을 시작했다. FDA가 갖는 세계적 위상으로 볼 때 미래 동물실험에 대한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로 보인다.
FDA는 ISTAND 시행과 관련, “기존 약물 개발 도구 자격 기준(DDT, Drug Development Tools Qualification Program)에 규정되지 않은 개발 도구를 이용한 실험도 심사시 유용성을 인정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FDA의 DDT 프로그램은 대부분 동물실험의 데이터만을 인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한 결과는 배제해 왔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친 연구 결과는 특정 사례에만 받아들여졌는데 앞으로 ISTAND 프로그램이 확대되면, 동물의 희생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현장이 아닌 IT도구를 이용해 원격으로 수집한 데이터도 인정될 수 있어 개발 과정에서의 효용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DA는 ISTAND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받아들여질 연구 데이터로 ▲조사 현장이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 방문을 통한 임상 의사 보고 결과(ClinRO) ▲피부과 임상시험에서 환자에게 직접 수행한 디지털 사진 ▲칩을 사용해 실시한 안전 또는 유효성 평가 ▲인공 지능 기반 알고리즘을 사용한 환자 평가 등을 소개했으며 향후 추진할 과제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목표지점 지정 ▲(동물이 아닌 인간 대상 실험 시) 접촉 센서 평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들었다.
FDA는“ISTAND를 통해 제약사와 연구자, 당국 관계자 모두가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력해, 해당 약물 개발 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동물실험 이외의 대안을 고민하려고 한다”며 “이 단계에서의 합의가 마무리되면 제약사는 추가적인 동물실험 사례 연구 없이 사용 승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ISTAND 추진에는 지난 몇 년 동안 동물실험 이외의 대안을 찾고자 FDA와 미국 의회를 설득하며 함께 논의해 온 미국 ’책임의료를 위한 의사위원회‘(The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 노력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베이커(Elizabeth Baker) ‘책임의료를 위한 의사위원회’ 제약 정책 프로그램 이사는 “ISTAND는 당국과 제약사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인간에게 약물 개발 결과를 개선할 새로운 접근법을 만드는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