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폐의 선세포에서 발생하는 폐선암(肺腺癌, adenocarcinoma)은 비소세포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비흡연자나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암질환이다.
폐선암을 비롯한 비소세포폐암은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는데 폐선암 환자 3명 중 한 명에만 효과가 있어 표적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었다. 특히 이 표적치료제는 효과가 있더라도 일부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감안해야한다.
그런데 미국 연구팀이 폐선암세포에서 암세포의 ‘철분으로 인한 세포자살(Ferroptosis) 과정’을 막는 두 개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는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암환자 치료가 어려운 것도 이 돌연변이 세포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개발될 경우 암세포의 세포자살을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해, 그동안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던 폐선암 환자 치료에 희망을 주고, 표적치료제 자체의 부작용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대규모 암 연구·치료 기관인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KCC) 연구팀은 폐선암세포 중 KEAP1과 STK11이라는 두 가지 유전자에서 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암세포의 ‘세포자살’ 과정을 방해해 암세포를 계속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포자살’이란 암세포에 활성산소(ROS) 비율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사멸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포자살’은 원래 ‘아폽토시스’(Apoptosis)라고 일컬어졌지만, 지난 2012년 이 사멸과정이 철분(Fe)에 의해 촉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철분에 의한 세포사멸(Ferroptosis, 페롭토시스) 이라고 부르고 있다.
연구팀은 센터가 보유한 종양에서 수백 개의 돌연변이를 찾는 검사인 MSK-IMPCTM의 데이터를 이용해 폐암을 분석하면서 KEAP1과 STK11의 돌연변이가 각기 페롭토시스의 작용을 막으며 암세포의 특정 부분에 돌연변이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ER)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두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폐선암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페롭토시스를 촉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활성산소가 암세포에 많아질 경우에는 반대로 세포사멸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 따라서 정상세포에는 없는 것이 좋고 암세포에는 많아야 좋은 것이 활성산소임 셈이다.
연구팀은 “페롭토시스는 아직 개발된지 10년도 되지 않은 치료법이지만 그 효과가 여러 암을 치료하는데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며, “이제 폐선암에서도 이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추가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찰스 루딘(Charles Rudin) MKCC 교수(흉부종양학 책임자)는 “우리 센터에는 페롭토시스 치료를 연구하는 팀이 많다”며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팀과 협력할 것”이라고 연구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