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시장 새로운 강자가 온다
국내 백신시장 새로운 강자가 온다
MSD, 녹십자 접고 새 파트너로 HK이노엔 선택

SK 등 자사 백신 7종 판권 회수, HK이노엔에 올인

HK이노엔 "바이오헬스케어 도약, 백신은 필수"

"외형 성장, IPO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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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 본사 전경
HK이노엔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백신시장이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2강 구도에서 3자 경쟁 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 백신사업을 본격 재개한데 따른 것이다. 첫 백신 제품을 출시한지, 34년만이다. HK이노엔은 지난 1986년 B형 간염백신 '헤팍신 B'을 출시했으나, 이후 백신사업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사실상 사업을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백신사업 부문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HK이노엔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백신사업을 성장의 한축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콜마로 인수된 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해 왔다. 사명도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정신인 '새로움'(New), '연결'(and), '미래'(Next)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이오 기업으로서 면모는 부족한데, 이 회사가 보유한 바이오의약품은 재조합단백질 조혈제인 '에포카인'(에리스로포이에틴)이 유일하다. 최근 수년 사이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크게 늘렸으나, 아직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현재 HK이노엔의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에 근접한 약물 중 하나가 수족구병 백신인 'IN-B001'이다. 현재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IN-B009' 개발에도 돌입했다. 백신 사업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된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닌 백신 개발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HK이노엔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백신 사업 재개를 통해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우리가) 갑자기 백신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라며 "바이오헬스케업을 지향하는 만큼 그동안 백신 개발에 대한 의지는 계속 있었다. 백신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은 바이오의약품의 큰 축 중 하나다. 그런데 그동안 포트폴리오에서 백신이 빠져 있었다"며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기 위해 MSD와 백신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은 25일 MSD와 ▲가다실·가다실9(HPV 백신) ▲조스타박스(대상포진 백신) ▲로타텍(로타바이러스 백신) ▲프로디악스-23(폐렴구균 백신) ▲엠엠알(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 혼합 바이러스 백신) ▲박타(A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등 백신 7종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가다실'·'가다실9', '조스타박스'는 GC녹십자가 판매해 왔다. 이들 품목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가다실'·'가다실9'이 611억원, '조스타박스'가 559억원으로 총 1170억원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판매하던 '로타텍', '박타', '엠엠알', '프로디악스'의 연 매출액은 각각 118억원, 73억원, 41억원, 5억원으로 모두 237억원 규모다.

이번 공동판매 계약으로 HK이노엔은 단번에 백신 시장의 강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 회사 측은 이들 품목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인력 보강에도 나섰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기존 인력에서 제품이 확대되는 경우도 있고,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백신 시장은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2강 구도에서 HK이노엔을 포함한 3자 경쟁체제로의 재편이 불가피해진다. 2강 구도가 무너지면서 기존 사업자들, 특히 도입품목의 매출이 1000억원을 넘었던 GC녹십자는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HK이노엔은 MSD와의 백신 공동판매가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와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 유입과도 관련이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IPO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MSD 백신을 판매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HK이노엔은 1986년 B형 간염백신 '헤팍신 B'를 출시하면서 간염백신 국산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생산·품질검사 기준 적합판정을 받은 후 해외시장에 수출되며 국산 백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속 백신 출시가 이어지지 않았다. 2003년 녹농균 백신인 '슈도박신' 개발에 성공했으나, 시장성 등을 이유로 정식 출시하지는 않았다. 2010년을 전후해 독감백신을 판매했으나,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이 회사는 사실상 백신 시장에서 발을 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국가 납품을 통해 백신 사업의 명맥은 이어왔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생물테러 대응용으로 백신을 생산 중이다. 어떤 품목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국가 납풍용으로 백신을 꾸준히 생산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HK이노엔은 이천 공장에 백신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은 바이러스 생산을 위해 별도의 분리된 건물로 운영되며, 세포의 배양, 감염, 수확, 방출 등 모든 공정은 무균시설에서 진행된다. 생산된 제품의 보관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냉동 보관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현재 생물테러 대응용 국가 납품 백신이 생산되고 있는 만큼, 차후 수족구병 백신인 'IN-B001'이나 코로나19 백신인 'IN-B009'의 개발이 완료될 경우, 추가 증설이나 신규 공장 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의 상용화 이후 생산시설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치열하게 전개될 국내 백신시장의 경쟁 구도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선두주자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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