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프렉사' 특허침해 손배소 최종 판결 26일 나온다
'자이프렉사' 특허침해 손배소 최종 판결 26일 나온다
대법원, 특허침해 제네릭 손해배상 인정 범위에 관심

오리지널 약가인하분까지 인정할 경우, 제약업계 패닉

허가특허연계제도 무용지물, 제네릭 조기출시 불가능

한미약품·명인제약 對 릴리 싸움 ... 업계, 초미의 관심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11.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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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자이프렉사'(올란자핀)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다음 주 나온다.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처음 소송이 시작된 지 약 6년만이다. 제네릭 조기 출시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송인 만큼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 모두 이번 대법원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일라이릴리가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최근 재판부 논의를 모두 마치고 오는 26일 최종 판결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오리지널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오리지널 특허를 침해해 제네릭을 출시한 경우, 해당 제네릭의 판매 수익을 손해배상 범위로 인정해왔다. 이번 소송은 여기에 더해 제네릭 출시 후 약가 인하로 인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 손실분도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해야 하는지가 다툼의 핵심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8년 일라이 릴리의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의 물질특허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으로부터 기각 심결(2009년 12월)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곧바로 특허법원에 항소했고, 특허법원은 2010년 11월 원고(한미약품)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미약품은 특허법원 판결에 근거해 '자이프렉사'의 특허 만료일인 2011년 4월 24일보다 5개월 앞선 2010년 11월 제네릭을 출시했다.

명인제약은 '자이프렉사' 특허에 도전한 제약사는 아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특허법원에서 '자이프렉사' 물질특허 무효 판결을 받아내자, 당초 '자이프렉사' 특허 만료 이후로 계획했던 제네릭 출시일을 2010년 12월로 앞당겼다.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의 제네릭 조기 출시로 '자이프렉사'의 약가는 2011년 2월 20% 인하됐다. 특허만료일이 아직 2개월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1년 뒤, 한미약품의 승소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자이프렉사' 특허를 무효로 판단한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특허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자이프렉사'의 특허는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은 '자이프렉사'의 특허를 침해해 제네릭을 판매한 셈이 됐다.

일라이 릴리 측(한국릴리 포함)은 곧바로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그런데 통상적인 특허침해 손해배상 외에 약가 인하에 따른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 인하분을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 사례였다.

통상적인 특허침해 손해배상의 경우,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모두 인정됐으며,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은 판결을 곧바로 수용해 제네릭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을 릴리 측에 지급했다.

약가 인하에 따른 손해배상은 같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는데도,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의 결과가 달랐다.

한미약품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자이프렉사' 약가 인하에 따른 한미약품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일라이 릴리 측이 항소했으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약가 인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량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 한미약품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와 달리 명인제약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자이프렉사'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손해를 인정했다. 다만, 손해액은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이 아니라, 여기에 이익률(표준소득률 14.2%)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했다.

이에 불복한 명인제약 항소했으나, 2심 특허법원도 '자이프렉사'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손해를 인정했다. 나아가,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에 이익률을 곱한 것이 아닌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 자체를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단, 손해분담의 공평 이념에 따라 명인제약의 책임은 70%로 제한했다.

결국 이 사건은 원고와 피고 모두 불만족을 표하면서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사실관계가 거의 동일한데도 하급심이 상반된 판결을 내놓은 만큼, 대법원은 한미약품 재판(민사2부)에 4년, 명인제약 재판(민사3부)에 약 2년 8개월을 쏟아부으며 고심을 거듭했고 오는 26일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약가인하 손해배상 인정시 제네릭 조기 출시 불가능
허가특허연계제도 사문화될 수도
파생되는 문제 많아 … "뒷감당 힘들 것"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내사가 패소했을 경우 제약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시장 전략인 제네릭 조기 출시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사문화, 약가인하 손해배상의 책임 소재 등 수많은 논란거리가 파생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연매출이 1000억원인 오리지널 품목의 경우, 약가 인하 20%를 적용하면 손해액이 200억원에 달한다. 국내사가 2심 판결에 근거해 제네릭을 출시했는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이 금액을 뱉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몇 년이다. 5년을 잡으면 이 기간 제네릭을 판매한 제약사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000억원(200억원X5)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이 감경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수백억원이다. 이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제네릭을 조기 출시하려는 제약사가 있겠느냐"며 "약가인하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오리지널사는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려 할 것이다. 제네릭 조기 출시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약가인하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허가특허연계제도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핵심은 우선판매품목허가인데, 이는 1심 특허심판원에서 오리지널 특허를 회피하거나, 무효화한 제약사에 부여된다. 문제는 약가인하 손해배상을 인정하면 2심, 3심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우판권을 써먹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제네릭 출시를 강행했다가는 상급심 판결에 따라 자칫 천문학적 금액의 약가인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제네릭 출시 이후 오리지널 제약사가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장은 약가인하에 따른 손해배상 우려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자이프렉사' 때만 해도 오리지널사들은 특허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에 근거해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할 생각을 못 했다"며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특허 소송을 벌이면서 '특허 소송 확정 전에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이 거의 다 인용되고 있다. 이는 약가인하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직은 제네릭 조기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법원이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언제까지 받아줄지는 모른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많다. 이때는 제네릭사들이 약가인하 손해배상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약가인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주체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제약사가 아닌 건강보험 재정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제약사에 약가인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경우, 제약사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관계자는 "보험 약가 100원이 인하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100원 줄어든다. 이득의 주체는 건강보험공단이지 제약사는 오리지널 약가인하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제약사에 책임을 물을 경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의 약가인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약가 인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분이므로 한미약품이 제네릭을 출시한 행위가 한국릴리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허위의 자료를 제출해 행정청을 기망하는 등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미약품의 제네릭 출시와 한국릴리의 손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한미약품이 패소해 제약사에 약가인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너무 많은 문제가 파생된다. 뒷감당이 힘들 것"이라며 "오리지널사, 제네릭사, 건보공단 등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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