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1200억원 규모 백신 판권 지켜낼까?
GC녹십자, 1200억원 규모 백신 판권 지켜낼까?
MSD와 백신 3종 재계약 논의 '난항'

HK이노엔·종근당, 유력 경쟁 후보로 거론

판권 빼앗길 시 백신 명가 자존심 '스크레치'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11.18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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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있는 녹십자사 본사 전경.
경기도 용인에 있는 녹십자사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GC녹십자가 연간 매출액 1200억원에 육박하는 도입 백신 3종의 판권 재계약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현재 MSD와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 및 '가다실9'의 공동판매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GC녹십자는 '조스타박스'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MSD와 공동판매 계약을 유지해왔다. '가다실9'은 2016년 1월부터, '가다실'은 2017년 1월부터 각각 공동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수차례 계약을 연장하며 돈독한 우호 관계를 쌓아왔으나, 이번에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재계약 협상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의 판권이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GC녹십자 내부에서는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지만, 경쟁사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GC녹십자의 재계약)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재 GC녹십자의 경쟁사로 거론되는 제약사는 HK이노엔과 종근당 등 2곳이다.

HK이노엔은 한 때 '백신 유망주'로 꼽히던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1986년 B형 간염백신 '헤팍신 B'를 출시해 간염백신 국산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생산·품질검사 기준 적합판정을 받은 후 해외시장에 수출되며 국산 백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HK이노엔은 후속 백신 출시가 이어지지 않았다. 2003년 녹농균 백신인 '슈도박신' 개발에 성공했으나, 시장성 등을 이유로 정식 출시하지는 않았다.

'헤팍신 B' 이후 32년간 백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HK이노엔은 2018년 수족구병 예방 백신 'IN-B001'(엔테로바이러스 71형) 개발에 돌입하며 다시 한번 백신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백신인 'IN-B009' 개발에도 착수해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32년간 공백으로 영업망 등 백신 사업 기반이 사라진 HK이노엔 입장에서는 MSD와 블록버스터 백신 3종 공동판매 계약에 성공할 경우, 차후 시장 복귀를 위한 포석을 마련할 수 있다.

HK이노엔은 내년 주식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 공개(IPO)를 앞둔 상황이어서, MSD 백신 3종 공동판매에 따른 효과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는 "'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 등 3개 품목의 매출은 1000억원을 넘는다"며 "내년 IPO를 앞둔 HK이노엔은 (이들 3개 품목의 공동판매를 맡을 경우) 단번에 매출을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MSD와 협업이 많은 제약사라는 점에서 유력한 공동판매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MSD와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 '자누메트' · '자누메트엑스알'과 '스테글라트로',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과 '바이토린', 비염치료제 '나조넥스' 등을 공동판매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MSD의 주력 품목이다. 

종근당과 MSD는 최근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진행하는 등 공고한 파트너십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종근당은 지난 2018년부터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를 공동판매하고 있는 만큼, MSD와의 공동판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C제약사 관계자는 "아직은 (MSD와 공동판매 계약에 있어) HK이노엔이 종근당보다는 다소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다"며 "다만, 품목별로 일부는 HK이노엔이, 나머지 일부는 종근당이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GC녹십자가) 재계약에 성공할 것이다. (경쟁사로 판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MSD 백신 3종 연간 매출 1200억원 육박
GC녹십자, 판권 빼앗길 시 매출 공백 우려

지난해 기준으로 '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 등 3개 품목의 매출액(아이큐비아 기준)은 1200억원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는 '조스타박스'가 559억원, '가다실'이 206억원, '가다실9'이 405억원으로, 총 1170억원에 달한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GC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461억원으로, 이들 3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MSD와 공동판매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외형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1000억원이 넘는 매출 공백이 발생할 경우,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만에 누적 매출액(연결 기준)이 1조원을 넘어섰다. 백신 매출이 크게 늘면서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블록버스터 백신 3종의 판권을 잃게 되면,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GC녹십자는 백신 명가로 불리는 만큼 백신 판권을 빼앗길 경우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남을 수 있다"며 "특히 경쟁사로 거론되는 HK이노엔과 종근당은 백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GC녹십자의 타격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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