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이 정말 치매를 예방할까?
고스톱이 정말 치매를 예방할까?
전문가들 "별 도움 안돼 ... 차라리 일기를 써라" 

중앙대병원 윤영철 교수, 치매 조기진단 바이오마커 발굴

AI뇌파분석·혈액검사 등으로 치매 예측 및 조기발견 치료
  • 이슬기
  • admin@hkn24.com
  • 승인 2020.11.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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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은 우리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경로당의 유일한 오락거리 중 하나다.
고스톱은 우리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경로당의 유일한 오락거리 중 하나다. "고스톱을 왜 하시느냐"고 물으면 어르신들은 거침없이 "치매 예방에도 좋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좋을 것일까? 전문가의 진단 속에 그 답이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슬기] 의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를 향해 달리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는 어느새 초고령화 사회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질환이 있으니, 바로 치매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은 환자 자신보다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더 크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이런 연유로 치매는 에이즈와 함께 현대사회가 극복해야할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예방이 최선인 셈이다. 노인들이 고스톱을 치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스톱이 실제로 치매 예방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부 뇌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매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치매인구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치매로 진료 받은 환자수는 80만 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에 비해서는 무려 4배나 급증했다. 뿐만아니라,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수는 2019년 27만 6045명으로 최근 10년간 수진자수가 19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치매를 미리 예측해 예방하고,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새롭게 소개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치매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면서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조기발견을 통한 초기 치료가 제시되고 있다. 최근 혈액검사로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되었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뇌파분석으로 정확도 높은 치매 위험 예측 진단을 통해 치매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가 병원을 찾은 한 환자와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가 병원을 찾은 한 환자와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 연구팀은 최근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혈장 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를 밝혀내 진단키트를 상용화하게 됐다.

윤영철 교수팀은 또 인공지능 뇌파분석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인 ‘아이싱크브레인(iSyncBrain)’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에 대한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윤 교수는 “정확도가 높은 인공지능 뇌파분석검사와 간편한 혈액검사만으로 치매 위험을 예측하게 되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초기 치료를 통해 중증 치매로의 진행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진단에 있어 아밀로이드 PET-CT(양전자단측촬영)나 MRI검사 등의 고가의 영상 검사를 이용하기 전에 비교적 저렴한 뇌파검사와 혈액검사로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를 선별해낼 수 있어, 향후 치매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혈관성 치매 조기 발견하면 예방 가능

치매는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고 증상들의 모임을 일컫는 말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병에는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질환(혈관성 치매)에 의한 치매가 있는데 이 두 질환이 치매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 외에 뇌손상을 일으키는 모든 신경계 질환들(파킨슨병, 루이체치매, 전두측두치매, 신경계 감염과 염증 등), 호르몬 장애, 비타민 결핍이 치매의 원인이다.

이중 ‘혈관성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며 또한 초기에 발견만 하면 더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지고 막혀서 뇌로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뇌세포가 죽어서 팔,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얼굴이 돌아가기도 하고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하며 아무 신경학적 증상 없이도 치매가 올 수 있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관을 젊어서부터 깨끗하고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 혈관을 지저분하게 할 만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윤영철 교수는 “40대 이후부터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조절하며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뇌혈관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뇌혈관이 막혀 가벼운 증상으로 팔다리 혹은 안면마비가 있다가 증상이 소실되면 완치된 것으로 알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으로 뇌졸중이 반복되거나, 치매가 발생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 환자가 중앙대병원 치매클리닉에서 뇌파분석검사를 받고 있다.
한 환자가 중앙대병원 치매클리닉에서 뇌파분석검사를 받고 있다.

한편,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 100명 중 5~10명 정도에서 발병하는 심각한 병이지만 아직 병의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건강했던 뇌세포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이상단백질을 만들어서 뇌세포에 독작용을 함으로써 뇌세포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치매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뇌 혈액순환의 장애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학력이 높거나 지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서는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혈관성치매와 같이 뇌혈관 관리를 잘 해서 증상이 있는 뇌졸중 뿐 아니라 무증상의 뇌졸중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치매 발생의 중요한 억제수단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영철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도 삶의 목표를 세우고, 외국어를 배운다든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적극적인 생활과 두뇌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데 중요하다”며, “특히 글을 읽고 쓰는 창조성을 요구하는 뇌 활동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노년이 되어서도 저녁 취침 전 하루 종일 있었던 일과들을 돌이켜보며 어릴 때처럼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지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을 보면, 규칙적인 운동이 뇌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중중신경계의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의 산화손상을 감소시키며, 뇌에서 BDNF나 IGF-1과 같은 뇌 영양인자가 많이 만들어져 뇌세포을 보호하고 성장하도록 해 치매를 예방하고 발병과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영철 교수는 “흔히들 고스톱을 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고스톱은 전체 판세를 읽고 책략을 구사하며 점수를 계산하는 두뇌활동을 요구하는 오락으로써 노인들에게서 인지기능을 증진시키는 수단은 될 수 있으나, 고스톱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주장”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스톱이 일부 뇌기능을 활성화시킬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지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향상시키지는 않다”며 “(오히려) 고스톱만 잘 치는 치매환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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