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드럭의 재발견 …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약물재창출
올드 드럭의 재발견 …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약물재창출
제약업계, 앞다퉈 기존 약물 재활용 방안 타진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약물재창출 기술 특허 출원, 미국 이어 세계 2위

"기술 확보가 관건 … AI·BI 기업과 협업 필요성"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10.1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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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약물재창출 연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관련 환자가 워낙 많은 탓에 1건만 터지면 대박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약물재창출 연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관련 환자가 워낙 많은 탓에 1건만 터지면 대박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됐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케미컬 의약품은 나올 만큼 다 나왔다." 

제약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더는 개발할 수 있는 케미컬 신약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케미컬 의약품을 개발해온 수많은 제약사가 앞다퉈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국내 케미컬 의약품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이 있다. 약물재창출(drug repurposing) 연구다. 인공지능(AI)과 생물정보학(BI)의 발달로 기존 약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바이러스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약물재창출 연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기존에 구충제로 사용하던 '니클로사미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프로젝트명은 'DWRX2003'다. 

대웅제약은 경구투여 시 체내 흡수율이 낮은 '니클로사미드'를 근육주사제로 개발, 이번 임상1상 시험에서 내약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치료원리는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을 활성화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DWRX2003'는 이미 지난 8월 인도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상태다.

#신테카바이오#한미사이언스와 함께 약물 재창출 기술 기반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약물 재창출, 임상 개발, 상업화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신테카바이오가 AI 약물재창출 기술을 활용해 발굴한 후보물질은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개발 진행 상황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의하면, 신테카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가 94.3%로 '렘데시비르'(44.3%)보다 훨씬 컸다.

김장성 생명공학연구원장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한정애 의원(국난극복위 총괄 본부장), 서영석 의원(보건의료특별위원장), 조승래 의원, 김영배 의원, 한준호 의원 등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내 S사(신테카바이오)가 AI 후보물질 탐색 과정에서 찾은 후보물질의 치료 효과를 생명연에서 검증한 결과 사실"이라면서 "현재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임상은 해당 기업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생명공학연구원에서 불과 2주만에 동물실험 결과가 도출됐다. 신테카바이오는 차후 한미사이언스와 협업을 통해 이 후보물질을 흡입형 약물로 개발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도 약물재창출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개발 대상은 자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인 윈트(Wnt)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CWP291'이다.

JW중외제약은 'CWP291'의 기존 표적항암제 임상연구에서 확인된 종양의 저항성 발현에 주요 역할을 하는 GRP78의 저해효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임상 가능성을 검토했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감염저널에 등재된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의 수용체 GRP78 결합 부위 예측' 논문에 따르면, GRP78은 코로나19의 잠재적인 스파이크 결합 부위로 예측된다. 회사 측은 'CWP291'이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과 GRP78의 상호작용을 막아 바이러스 진입과 복제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에 의하면, 'CWP291'은 최근 진행된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에볼라치료제)'를 비롯해 말라리아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치료제 '로피나비르' 등과 비교해 약 4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JW중외제약은 'CWP291'의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뿐 아니라 약물동태(체내 약물농도 변화)와 안전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개발을 결정했다. 앞으로 추가 동물 모델 시험에 돌입하는 동시에 임상시험 착수를 위한 국내외 임상기관과의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박에 #한미약품은 계열사인 #북경한미약품의 진해거담 치료제 '이안핑'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약물재창출 임상을 추진하고 있고 #종근당은 자사의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을, #보령제약은 스페인 파마마(PharmaMar)와 독점판매 계약한 '아플리딘'(플리티뎁신)을 각각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물재창출 연구를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기존 약물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제약사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잘 되면 코로나19 치료제까지 확보할 수 있어 각 제약사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BI 활용 약물재창출,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
우리나라 관련 특허 출원, 세계서 두 번째로 많아

국가별 'AI·BI 활용 약물재창출 특허 출원 동향(자료 = 특허청)
AI·BI 활용 약물재창출 특허 출원 동향(자료 = 특허청)

약물재창출은 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다. 이 분야는 AI와 BI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 분야로, 최근 한국 연구기관과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지난 8월 발간한 'AI·BI를 활용한 약물재창출 기술 특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특허청이 AI와 관련된 약물 재창출 관련 전 세계 특허 가운데 유효 특허 147건을 검토한 결과, 미국이 56건(38%)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이 29건(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위는 중국(24건, 16%), 4위는 유럽(12건 8%) 등의 순이었다. 

관련 특허는 2015년부터 크게 늘었는데, 한국은 매년 2~4건의 특허를 냈으며, 2019년에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출원 기업 및 기관에서도 한국의 성과는 두드러졌는데, 국내 AI 신약 기업인 신테카바이오는 약물재창출 특허 18건을 출원해 미국 보스턴진 코퍼레이션(22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과 관련해서도 용도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정부도 갈수록 활발해지는 국내 약물재창출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약물재창출을 포함, 신약후보 물질 발굴, 스마트 약물감시 등 3개 분야에 3년간 25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 정부지원을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꼽고, 앞으로도 관련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는 케미컬 의약품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뛰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케미컬 의약품 사업이 중심에 있다"며 "이 때문에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AI, BI 등을 활용한 약물재창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물재창출은 제약사의 역량 못지않게 AI 등 제반 기술이 중요하다"며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AI나 B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관련 기술이 앞선 기업들과 협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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