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보다 못한 간호조무사 ... “이게 사는 거냐”
일용직보다 못한 간호조무사 ... “이게 사는 거냐”
10년 이상 경력자 절반이 최저임금 이하

세금 떼고 나면 한달 급여 170만원도 안돼

노동력 착취에 성희롱까지 ... 현대판 노예

간무협, 간호조무사 근무실태조사 결과 발표
  • 임도이
  • admin@hkn24.com
  • 승인 2020.09.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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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10년 경력의 간호조무사 B씨도 마찬가지다. 한달 월급이 200만원도 안된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및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개선되는 기미는 없다. 이들은 말한다. “이게 사는 거냐”고. 

의료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근로여건이 일용직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실(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배진교 의원실(정의당)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는 간호조무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한 눈에 보여준다.

조사결과,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이 무려 61.9%에 달했다. 간호조무사 10명중 6명 이상이 여전히 경제적 궁핍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이란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저임금을 받는 것을 막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도록 매년 정하는 임금의 최저한도을 말한다. 올해의 경우 한달 최저임금은 179만5310원이다. 이는 물론 세전 수익이다. 따라서 4대보험 등 이런저런 지출을 제외하고 나면, 월 170만원도 안된다. 이를 하루 기준으로 계산하면 5만6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라도 일용직의 하루 일당이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2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경력기간 장기근속 인정 못받고

최저임금 인상 빌미 실질임금 삭감 

10명 중 3명 주 6일 이상 근무

연차휴가 15일? ... 있으나 마나  

25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호조무사 인력(국가 자격증 소지자)은 75만명 정도다. 이가운데 21만명(28%) 정도가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취업활동을 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50% 이상은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 이른바 동네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동네병원 간호인력의 85% 정도는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들로 채워져 있다.

간호조무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관련, 동네병원(1차 의료기관) 개원의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개원가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지들은 호의호식하면서 우리는 왜?”라는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주로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 개원의(동네병원)들 밑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경력기간이나 장기근속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경력자의 48.5%,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39.8%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뿐 아니라 43.3%의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실질임금이 오히려 삭감되는 불이익을 경험했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 직접적인 임금삭감이 27.6%, 휴게시간 증가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간접적인 임금저하가 15.7%였다.

간호조무사들은 근무여건도 열악했다. 주당 평균근로시간은 44.1시간이었고,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29.9%)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의원(63.1%)이나, 직원이 4인이하(64.8%)인 경우에는 6일이상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간 휴가 사용일수는 평균 8.0일로 최소 연차휴가 15일에 훨씬 못미쳤으며, 특히 연차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4인이하의 연간 휴가일수는 5.9일에 불과했다. 

미사용 휴가에 대해서도 2명 중 1명(50.2%)은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일근무에 따른 휴일근무수당 역시 49.2%가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 그대로 ‘현대판 노예’가 따로 없는 셈이다.  

 

성희롱 가해자는 주로 환자 및 보호자

10명 중 6명 성희롱 피해 참고 넘어가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권침해와 모성보호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간호조무사는 19.6%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9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성추행 및 성폭력(성희롱 포함) 피해 경험이 12.7%였던 것과 비교하면 간호조무사의 성희롱 피해율은 매우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성희롱 가해자 유형을 살펴보면 환자 및 보호자 65.1%, 의사 16.4%, 동료11.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환자 및 보호자에 의한 성희롱 피해는 71%에 달했다.

간무협은 “환자에 의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간호조무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환자와 가장 많이 대면하고 가까이에서 간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희롱 피해 후 대처 방식 역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미투 확산으로 인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냥 참고 넘긴다는 응답이 59.5%로 가장 많았다. 항의를 했음에도 사과를 받은 경우는 13.9%에 불과했고, 법과 제도를 이용한 해결은 1.9%에 그쳤다. 성희롱 피해를 당한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적절한 구제와 보상 또는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4명 직장내 괴롭힘 피해 당해  

법으로 보장한 출산 휴가도 극히 제한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42.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10명 중 4명꼴로 괴롭힘 피해를 당한 것이며, 직장 내 괴롭힘이 일상화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 경험 응답자들은 인격무시(34.0%)를 가장 많이 받았고, 이어 격무 및 허드렛일 지시(17.7%), 폭언(16.6%), 따돌림(12.5%), 사적 심부름 지시(10.7%)순으로 나타났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로서, 불이행시 사용자가 처벌됨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사용은 각각 27.0%, 24.2%에 불과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간호조무사의 직장 선택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5.4%의 간호조무사가 임금을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이어 근로시간(24.0%), 인간적 대우(19.0%), 승진 및 경력 인정(10.2%), 휴가(5.5%)순으로 나타났다.

간호조무사들이 바라는 희망 월임금은 현재 받고 있는 평균(207만1879원)보다 13.3% 높은 234만774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전체 간호조무사의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을 넘는 것은 대형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조무사들의 실질임금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네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조무사들의 평균 임금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근로환경 개선위해 노동조합 설립해야”

“10명 중 6명 노조 설립되면 가입할 것”

노조 있는 간호조무사 임금 등 더 높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인권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간호조무사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목소리도 매우 높았다. 응답자의 77.7%가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62.4%는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임금 및 근로조건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휴가사용일수는 4.0일 더 많은 11.5일이었고, 연봉총액은 865만원(36.4%) 더 많은 3244만원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한 강병원 의원은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는 필수 보건의료 인력이지만, 근로환경과 노동인권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법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진 의원 역시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은 물론 낮은 임금, 휴가 사용 미보장과 같이 인권침해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의원은 “간호조무사 권익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상당 수 인원이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무협 홍옥녀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호조무사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환자의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강병원 의원실, 이수진 의원실, 배진교 의원실과 함께 오는 11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호조무사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 조건 실태조사’는 2020년 4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로 진행됐으며, 전국 17개 시도 보건의료기관(1차 의료기관 포함),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4252명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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