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미 한인연구자 T세포 비밀의 문 열었다
[단독] 재미 한인연구자 T세포 비밀의 문 열었다
황원묵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팀 연구 성과

면역체계, 바이러스 대응과 암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 제시
  • 서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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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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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미국에서 연구 중인 한인 연구자가 면역체계의 핵심인 T세포 작용의 비밀을 풀어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체계가 침입하거나 손상된 세포를 발견하는 매커니즘을 알아내게 되어 향후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과 암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T세포 수용체 단백질의 원자구조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T세포가 바이러스항원(viral antigen)을 정확히 구분해 공격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리력의 작용 기작을 밝혀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가동돼 이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파괴한다. 면역체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는 숙주세포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찾아내어 항원, 즉 이물질에 대한 궁극적인 방어선 역할을 한다.

T세포는 다른 세포 내부에서 파낸(scooped) 물질과 세포 표면의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 분자가 제시한(presented) 물질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항원을 찾아내 공격한다.

이전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T세포가 항원을 찾아내는 정확도는 10만 분의 1에 달한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펩타이드 성분을 표시하는 MHC 분자는 수십만 개에 달하지만, (T세포가 다른 세포에 대한) 침투를 통해 분석할 수 있는 분자도 몇 개에 불과하다. 그 나머지는 세포대사의 정상적인 산물이다. T세포가 건초더미에서 숨은 바늘을 언제나 정확히 찾아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이미지에서 T세포 수용체가 아래쪽에 있고, 위쪽에 위치한 주요 조직적합성 복합체가 가운데 노란색인 항원을 나타낸다. (사진=황원묵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 이미지에서 T세포 수용체가 아래쪽에 있고, 위쪽에 위치한 주요 조직적합성 복합체가 가운데 노란색인 항원을 나타낸다. (사진=황원묵 A&M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렇게 높은 정확도는 화학적인 기작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는데, 최근의 다른 연구를 통해 T세포가 다른 세포를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어떻게 정확도를 증가시키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 작동 원리를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아낸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이다.

황원묵 교수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이메일 대화에서 “이 작동 원리를 찾기 위해서는 T세포의 수용체가 원자 수준에서 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것을 현재 기술로는 실험을 통해 볼 수 없다”며 “그래서 T세포 수용체 단백질의 원자구조를 가지고 여러 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은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T세포가 다른 세포의 표면을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할 때 접촉력이 커지면서 정상세포가 아닌 감염된 세포에서는 이 접촉력이 T-세포 수용체(TCR)와 MHC 분자 사이의 이른바 ‘캐치 결합(catch bond)’을 일으켜 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아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황원묵 교수의 연구 논문

황 교수는 이번 시뮬레이션에 대해 “비유해 설명하자면 마치 공을 어떤 속도로 던졌을때 중력과 공기 마찰의 영향으로 어떻게 날아가는지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듯, 수용체 단백질에 물리적인 힘이 가해졌을때 어떻게 분자 운동이 바뀌는지도 알 수 있다. 단지 (공 던지기 움직임을 보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둘러싸고 있는 물 분자를 비롯해 수십만개 원자들의 운동을 계산하는 것이라 이러한 단백질 시뮬레이션에는 슈퍼컴퓨터로 몇 개월이 소요되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 찍은 사진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올해 여름 한국에 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황 교수는 “T세포 수용체의 역학적인 작동 원리를 알아낸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T세포에 기반한 여러 가지 치료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체(antibody)에 기반한 백신은 주로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공략하는데 이 부분은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T세포는 잘 변하지 않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내부를 공략할 수 있어 항체 기반 백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바이러스뿐 아니라 항암치료에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9월 1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한편 이번 연구를 이끈 황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가야금 연주자 故 황병기(1936~2018) 명인의 차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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