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죽었어" 장수의약품의 외침
"아직 안 죽었어" 장수의약품의 외침
리뉴얼 출시 봇물 … 포장부터 성분까지 다각도 변신

트렌드 반영 못 하면 도태 위기감 … 냉철한 마케팅 필요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9.1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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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출시한 지 수십년이 지난 장수의약품들이 '촌티'를 벗어던지고 새 단장에 나서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경쟁제품이 많이 늘어난 데다 기존 장수의약품의 아성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들의 등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브랜드 충성도만 믿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장수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품 리뉴얼을 시도, 기존 소비자는 물론, 젊은 신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환갑을 맞은 자사의 유산균 브랜드 '비오비타'를 최근 리뉴얼 출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유산균 시장에서 '비오비타'의 재도약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리뉴얼 제품은 핵심 원료인 낙산균을 중심으로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유익균을 비롯,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했다. 별도의 코팅 없이 스스로 보호막을 형성해 장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고, 섭씨 90도의 열에 40분간 가열해도 90%의 생존율을 보이는 등 효용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비오비타'는 일동제약이 창업 초기인 194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195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유산균 정장제다. 지난해까지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됐으나, 회사 측은 이번 리뉴얼 출시를 통해 '비오비타'를 기타가공식품으로 전환하며 판로를 확대했다. 

일동제약은 '비오비타' 리뉴얼 출시와 함께 윤웅섭 대표를 포함, 임원들이 이용하는 관용 차량에까지 '비오비타' 홍보 문구를 입힐 정도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회사 측이 '비오비타'의 재도약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진제약은 올해 27살이 된 한방 신경안정제 '안정액'의 패키지를 변경해 재출시했다. 안정액은 1993년 출시된 제품으로 불안, 초조, 기억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생지황, 산조인 등 13가지 식물성 천연 약제 성분으로 구성돼,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의존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불안과 초조를 진정시켜주는 현삼·당귀·단삼 성분, 건망과 기억력을 개선하는 원지·맥문동·오미자·산조인 성분을 함유했다.

삼진제약은 이번 패키지 변경을 통해 식물성 성분의 젊고 세련된 신경안정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불안과 초조 증상을 겪는 환자는 물론, 시험과 면접을 앞두고 기억력 개선이 필요한 청년층까지 포섭하겠다는 목적이다.

회사 측은 이번 패키지 리뉴얼과 함께 TV, 라디오, 온라인 디지털 매체 등에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한때 '감기, 내 손안에 있소이다'라는 광고카피로 인기를 끌었던 감기약 '광동탕'의 리뉴얼 제품인 '광동탕엠액'을 출시했다.

'광동탕엠액'은 한방생약재료에 양약성분을 더한 양·한방 복합제다. 인후통, 오한, 발열, 두통, 관절통 등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다.

이 제품은 동의보감의 마황탕 처방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마황탕은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며 온몸에 뼈마디가 아프고 기침이 나오는 증상에 쓰이는 생약이다. '광동탕엠액'은 여기에 양약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200mg을 함유해 해열진통에 효과적이다. 액상으로 제조돼 효과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신신제약은 올해로 53살이 된 에어로졸 진통소염제 '에어신신파스'를 리뉴얼 출시했다. 리뉴얼 제품은 후레쉬 유자향을 첨가해 특유의 파스 냄새는 줄이고 보다 부드러운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60도 분사가 가능해 혼자서도 다양한 부위에 편리하게 분사할 수 있다.

국내 첫 에어파스인 '에어신신파스'는 1967년 출시 이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에어로졸 진통소염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스포츠, 야외활동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삠, 타박상, 근육통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프로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일반 스포츠 동호회나 개인 활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에어파스 제품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소염, 진통 효과 이외에도 피부 가려움, 벌레 물린 데와 같이 휴가철 야외 활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동성제약은 올해 초 자사의 건위·정장제 '정로환'(1972년 출시)의 주성분을 크레오소트에서 구아야콜로 교체해 리뉴얼한 '정로환에프'를 출시했으며, #동화약품은 마시는 피로회복제 '알프스'(1968년 출시)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알프스B4'로 리뉴얼 출시했다.

 

"판단 잘못하면 도태될 수도 … 변신 두려워 말아야"

마케팅 업계에서는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 cycle, PLC)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한 제품이 시장에 처음 나와서 사라질 때까지의 전 과정을 일컫는 말인데, 지난 1966년 미국의 경제학자인 레이몬드 버논(Raymond Vernon)이 처음 내놓은 이론이다. 제품의 수명 주기를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나누고 있다.

도입기는 신제품이 처음 시장에 등장하는 시기, 성장기는 제품의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는 시기, 성숙기는 판매 증가율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맴도는 시기, 쇠퇴기는 판매 부진과 이익감소로 회사가 시장을 떠나는 시기를 각각 의미한다.

이 중 성숙기에 들어선 지 오래된 제품을 통상적으로 장수의약품이라고 부른다. 성숙기에 있는 제품은 경쟁이 치열하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업에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장수의약품은 성숙기가 길었던 만큼 쇠퇴기에 근접해, 마케팅 전략을 잘못 세우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수익이 발생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늘고 노후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장수의약품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제약사들이 과감한 리뉴얼을 통해 제품 이미지를 쇄신하고, 신규 소비자 유치에 애를 쓰는 이유다.

다만, 성숙기와 쇠퇴기는 시장 환경에 따라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 시기에는 경영진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A제약사 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장수의약품은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영원히 잊혀지는 제품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변신을 거듭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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