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허가 받고도 못 파는 '퍼스트 제네릭'
시판 허가 받고도 못 파는 '퍼스트 제네릭'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인정 못 해" … 대법원판결 이후 꼬인 특허 전략

경쟁사 우판권 저지 위해 품목허가부터 획득 … "시장 예측 어려워져"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9.0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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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치료제 약물 약제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품목허가를 받고도 수년 동안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 퍼스트 제네릭이 늘어나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 하나로 제약사들의 특허 전략이 꼬인 탓인데, 제약사들은 우선판매품목허가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 사례1) 경동제약

경동제약은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당뇨병 치료제 '테네리틴정'(테네리글립틴염산염수화물)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테네리틴정'은 한독이 지난 2015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으로부터 도입해 판매 중인 '테넬리아'의 퍼스트 제네릭이다. 

'테넬리아'의 재심사 기간은 지난 4월 종료됐으나, 물질특허가 오는 2022년 10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경동제약은 품목허가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테네리틴정'을 판매할 수 없다.

#. 참고로 한독은 국내 기업이지만, 외국제약사 제품을 들여와 한국의약품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자사가 직접 개발한 신약은 1개도 없다. 때문에 이 회사는 토종제약사도, 그렇다고 다국적제약사도 아닌, 애매한 기업처럼 비치고 있다.

경동제약은 지난 2018년 10월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테넬리아'의 물질특허에 도전장을 낸 제약사다. 한독은 '테넬리아'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1년 2개월가량 연장했는데, 경동제약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기간에는 자사의 제네릭이 '테넬리아'의 특허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특허 전략은 당시 제약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던 것으로, 경동제약이 특허 도전에 나서기 전, 이미 수많은 제약사가 이 특허 전략을 사용해 오리지널의 물질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승소 확률이 높은 만큼, 경동제약은 특허심판 청구보다 한 달 앞선 2018년 9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돌입, 제네릭 개발을 시작했다. 최초 심판 청구(승소 전제), 최초 허가 신청 요건을 만족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경동제약이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을 청구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 및 소송과 관련, 그동안 일관적이던 사법부의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의 회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존속기간연장 특허의 회피를 폭넓게 인정해왔으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부터는 관련 심판을 모두 기각했다. 

'테넬리아' 물질특허에 대해 한창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을 진행 중이던 경동제약은 대법원 판결로부터 9개월이 지난 뒤 결국 기각 심결을 받았다. 당시 경동제약과 함께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을 진행 중이던 국내 제약사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경동제약은 물질특허 공략에 실패해 2022년까지 제네릭 출시 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빠르게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자사보다 앞서 특허도전에 나선 하나제약이 인용 심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제약은 지난 2015년 '테넬리아'의 염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해 4년 뒤인 지난해 12월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내며, 우판권의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만족했다.

하나제약이 허가 신청까지 가장 먼저 할 경우, 9개월 동안 제네릭 독점권(우판권)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경동제약은 일찌감치 끝마친 생동성시험 결과를 토대로 '테네리틴정'의 시판허가를 신청, 하나제약의 우판권 획득을 저지했다.

# 사례2) 보령제약

최근 화이자 '젤잔즈'(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의 제네릭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도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와 관련한 대법원판결로 인해 우판권 획득 기회를 놓쳤다. '젤잔즈'는 과도한 염증 및 세포손상을 억제함으로써 관절염과 대장염을 치료하는 약이다.

보령제약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보령토파시티닙정 5mg'(토파시티닙아스파르트산염)에 대한 시판을 허가받았다. 이 회사는 '젤잔즈'의 주성분인 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의 염을 아스파르트산염으로 바꿔 허가를 획득했다.

보령제약은 '젤잔즈'의 물질특허에 대해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을 청구해 인용 심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화이자 측이 제기한 항소심을 진행하던 도중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의 회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승소가 어렵다고 판단해 소를 취하했다. 

보령제약은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우판권을 획득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가장 먼저 제네릭을 허가받았다. 경동제약과 마찬가지로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갖춘 종근당과 대웅제약, 신풍제약, 네비팜, 하나제약, 알보젠코리아, 아주약품, 콜마파마 등의 우판권 획득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사례3) 한미약품

올해 초 노바티스 당뇨병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의 염변경 제네릭인 '빌다글정'을 허가받은 한미약품 역시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판결이 뒤집히면서 골머리를 앓게 된 제약사 중 하나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8년 '가브스'의 물질특허에 대해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듬해 1월 제약사들의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전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특허심판원으로부터 기각 심결을 받았다.

이에 전략을 수정해 '가브스'의 5개 적응증 가운데 가장 먼저 허가를 받은 1개 적응증에만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고, 나머지 4개 적응증에는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심판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4개 적응증으로만 '빌다글정'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노바티스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다, 해당 특허심판이 지난 7월 특허심판원으로 기각 심결을 받으면서 한미약품은 '빌다글정'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이와 별도로, 한미약품은 '가브스' 물질 특허에 대한 존속기간 연장무효 심판에서 연장된 특허기간 중 187일이 무효라는 심결을 취득한 바 있다. 현재 노바티스 측이 항소해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또한, 2026년 만료 예정인 '가브스' 제형 특허 회피에도 성공한 바 있다.

국내 A제약사의 고위 임원은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로 인해 많은 제약사가 제네릭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 사실이다.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여파가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 회사의 특허 전략이 꼬이면서 시장을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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