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바이오법 참 좋게 봤는데···” 과연 안전할까?
“첨단재생바이오법 참 좋게 봤는데···” 과연 안전할까?
28일 시행 … 재생의료 기술·바이오의약품 특수성 등 반영

시민사회단체 “제2의 인보사 사태 등 심각한 환자 피해 발생”
  • 박정식
  • admin@hkn24.com
  • 승인 2020.08.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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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바이오법이 지난 28일 시행됐지만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지난 28일 시행됐지만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첨단재생의료의 치료기술과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반영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첨바법)이 지난 28일 시행됐지만 여전히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일정이 앞당겨져 많은 환자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업계의 장밋빛 전망과 정부가 건강권보다 산업 육성을 우선하다보면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충돌하는 탓이다.

첨바법은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융복합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全)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골자로 한 법안이다.

이에 따라 ▲치료 수단이 없는 질환에 투약하는 혁신 바이오의약품을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하는 우선 심사, ▲개발자 일정에 맞춰 허가 자료를 미리 제출 받아 단계별로 사전 심사하는 맞춤형 심사, ▲임상 3상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임상 2상만으로 시판을 허가해 주는 조건부 허가 등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5년 주기로 첨단재생바이오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 수립절차, 관계부처, 범정부 민관협력인 정책심의위원회 운용 등을 수립하고,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 실시를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에 관련된 내용과 심의 신청에 필요한 구체적 절차·방법 등이 명확해 졌다.

 

업계 “파이프라인 개발 박차 … 희귀·난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 제공”

업계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규정됐던 세포치료제 관련 법령이 정비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며, 조건부 품목허가나 신속심사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일정이 앞당겨져 보다 많은 환자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사기간 단축으로 임상에 소모되는 시간이 줄어들고, 상용화 절차가 간소화 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로운 법 시행으로 당장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줄기세포 연구·개발 기업인 SCM생명과학이다.

이 회사는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VHD는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 이식 시 면역 거부반응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사망률은 무려 25%에 달한다. 조혈모 줄기세포 이식환자 중 절반이 이 질환을 앓고 있지만, 부작용이 심한 스테로이드제 외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현재 임상 2상 중인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는 2019년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은 바 있다. 회사측은 이 치료제가 첨바법 시행으로 2023년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으로 줄기세포를 활용한 급성 췌장염 치료제도 신속한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급성 췌장염은 담석, 음주, 대사 장애, 약물, 복부 손상 등의 원인으로 췌장선 세포의 손상이 발생해 췌장의 광범위한 간질성 부종 및 출혈과 함께 전신의 염증 반응, 다발성 장기 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15%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맞춤형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SCM생명과학은 임상 2a상을 진행 중인 급성 췌장염 치료제를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신청했다. 회사 측은 임상 2a상을 수행한 뒤 임상 2b상을 진행, 2024년께 조건부 품목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2023년, 2024년에는 치료제가 제품화 돼 해당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이병건 회장은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된다는 점은 바이오 업계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정부와 기업 간 대화를 통해 하위법령 등을 정비하고,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래 바이오산업에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제2 인보사 사태 우려 … 규제 간소화 아닌 엄격한 잣대 적용해야”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으로 희귀·난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관측과 달리, 시민사회단체는 이 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근거가 불확실한 첨단재생과 첨단바이오 활성화를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포장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약품 규제체계는 최소 3회 다른 목적의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설파닐아마이드’, ‘탈리도마이드’ 등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과 사망사건을 계기로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이 강화된 것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규정하고 있는 조건부 임상 2상 시판허가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임상 2상을 마친 의약품 중 약 54%만이 최종 시판 허가 되며, 결국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은 의약품의 약 절반은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충분한 여구 없이 허가되는 의약품의 사용은 치료 접근성 향상이 아닌 환자가 돈을 주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 당국 산하 심의위원회의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 심의위원회는 첨단재생의료 연구계획의 적합 여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에 관한 사항, 신속처리 대상의 지정 등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법의 시행규칙을 보면 심의위원회는 10명 안팎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유형별 전문위원회 4개를 둔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동 사무국을 설치해 행정과 사무 지원을 하게 된다.

문제는 첨단재생의료의 실시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현재까지 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민간전문가로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심의위원회를 첨단재생의료 산업 종사자나 관련 의료인들로 대부분을 채울 것”이라며, 이른바 ‘재생의료 전문가’ 위주의 위원회가 구성되면 제2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다수가 반대해 허가에서 탈락한 바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 달 만에 이례적으로 회의를 다시 열어 ‘재생의료 전문가’들을 포진시켰고, 결국 인보사를 허가했다.

따라서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을 재생의료 전문가로 채우기 보다 사회·윤리적 타당성을 심의할 수 있는 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성과가 현재 낙관할 수준은 아니며, 안전성 역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민사회단체가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시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은 대체로 사람의 세포나 유전자를 조작해 병을 치료한다. 조작된 세포나 유전자는 오랜 기간 몸속에서 작용해 병인을 치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오랜 기간 체내에 남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치료제의 기전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문제와 함께 향후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절하거나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새로운 치료제를 위한 법이라면 규제를 간소화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첨단재생바이오법은 규제완화와 산업화로 기업이윤만을 보장하고 시민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큰 법”이라며 “재생의료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 부추기며 규제를 완화한 결과는 심각한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생의료 기술은 무분별한 상품화가 아닌 치료필수영역의 연구 중심으로 활성화해야 하며, 환자들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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