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업무 대행, 우리도 불안하다”
“의사 업무 대행, 우리도 불안하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현장 불법의료 실태 고발

“의사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PA가 의사 업무 대행”

“환자안전과 불법의료 근절 위해 의사인력 확충해야”
  • 임도이
  • 승인 2020.08.07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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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과대학 설립 정책에 반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7일 파업에 돌입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4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간호사들이 주축이 돼 결정된 보건의료노조가 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야기되는 불법 의료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안전과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서는 의사인력을 확충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의사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현장의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간호인력으로 구성된 PA(진료보조인력, Physician Assistant)가 의료인력 부족 및 전공의 지원 미달에 따른 진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점 ▶진료보조인력이 행하는 의사 대리업무는 의료법상 권한이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 즉 불법의료행위로서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 ▶의사업무를 대행하다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보조인력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의사인력 부족이 야기한 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이러한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에는 3명의 간호사가 증언대에 섰다.

▶한 상급종합병원 A간호사는 “2009년에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에서부터 전공의 부족으로 PA를 19명 채용했었는데 2016년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36명, 2017년 50명으로 증원한 뒤 이후 현재까지 계속하여 증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A간호사는 “다양한 의사 업무를 잘 대행하기 위해 병원 현장에서는 경력 간호사를 PA로 파견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를 전담해서 케어하는 간호 현장에서는 경력 간호사가 부재해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현재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PA들이 환자를 위한 책임감에 고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 의료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없으나 ‘불법’이란 말에 위축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의사인력 부족으로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한 현실을 묵과할 수는 없다”며 “별도의 교육 체계도 없이 해당 임상과 경험 5년차 정도의 간호사가 PA가 되어 의사 업무를 대행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우리나라 PA간호사는 전국적으로 총 1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국립대병원 의료지원인력(P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만 897명의 PA간호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도 8개 대학병원의 PA만 717명으로, 기관당 평균 89.63명, 100병상당 평균 8.2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조사때 29개 병원의 PA가 모두 971명, 특히 15개 대학병원의 PA가 평균 50.8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심층조사 대상 8개 대학병원 진료보조인력 조사 결과-보건의료노조]

병원명

병상수(반올림)

PA수(명)

100병상당 PA수

A대학병원

960

81

8.5

B대학병원

860

75

8.7

C대학병원

870

58

6.7

D대학병원

1040

85

8.2

E대학병원

840

50

5.9

F대학병원

1200

83

6.9

G대학병원

1400

46

3.3

H대학병원

1340

239

17.8

평균

 

89.63

8.25 

합계

8510

717

 

▶또다른 상급종합병원 B간호사는 PA뿐아니라 일반 간호사들 역시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현실을 증언했다.

그는 “의사만 접근할 수 있는 처방 프로그램에 전공의와 교수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간호사에게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며 대리 처방을 내라고 강요한다. 이러다 보니 신규 간호사가 입사하면 기본 간호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처방을 내는 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며 불법이라고 인지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행하게 되는 과정을 지적했다.

B간호사는 “각종 검사, 시술, 수술을 할 경우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주치의가 서명을 하는 등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니 간호사가 대충 설명하고 동의를 받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간호사는 “업무대행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콧줄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입 시 의사가 청진 등 전문적인 판단을 해서 실시해야 하는데 이 업무를 미숙한 간호사에게 맡겨 관이 위가 아닌 폐로 들어가 환자가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B간호사는 그러면서 “고도의 전문화된 지식을 요하는 업무는 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의사가 부족해서 이들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간호사들에게 떠넘기는 게 현실”이라며 “병원을 믿고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업무를 지시해 그에 따라 열심히 일만 했는데 어느 날 불법의료 행위를 했다며 고발을 당하기도 하는 간호사 역시 불안에 떨게 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지방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C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실태를 고발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의사가 부족하여 코로나 확진 환자를 입원시켜놓고도 전문적인 치료를 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C간호사는 “지방의료원은 지역내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심뇌혈관계나 호흡기계 등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배출되는 의사수가 현저히 적어 지방의료원에서는 아무리 많은 인건비를 준다하더라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 6개월 이상 과를 폐쇄한 상태”라며 “지방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의과대학 설립으로 의사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여당간 ‘의대정원 확대 및 지역의사제도 추진’ 합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보건의료 현장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 역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인력 문제와 관련하여 의협에서는 지역가산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처우개선을 말하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에서는 주 80시간 근무, 처우개선을 위한 전공의종합계획을 5년 마다 세우도록 되어있지만 그동안의 정부들은 이를 이행한 적이 없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도 마찬가지이다. 법이 작년에 제정되었지만 실제로 이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법을 이행하지 않고 방기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의료계, 환자, 국민, 보건의료노동자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6일 '의사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다양한 투쟁과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오는 10일(월요일) 오전 10시에는 청와대 앞에서 ‘불법의료 근절, 의사인력 확대, 보건의료인력 확충,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오는 11일(화요일)에는 같은 내용으로 보건의료노조 산하 11개 지역본부별 전국 동시 공동행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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