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주최하는 ‘청와대로 찾아간 간호사들’ 릴레이 1인 시위가 3일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마지막 1인 시위에는 강원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은정 간호사와 대학병원에서 인력난으로 이직을 하게 된 김민정 간호사, 그리고 대구에서 지난 4개월간 코로나19 환자를 돌봤던 익명의 간호사 A씨가 함께했다.
청와대를 찾은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게 된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의 경우 원래부터 사립대 병원과 비교해 심각했던 간호사 인력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졌다”며 “공공의료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볼 때 참고할 감염병 대응 세부지침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질 저하, 직장내 괴롭힘 등 모두가 인력난 때문”
김은정 간호사는 “저희 병원(강원대병원)은 현재 간호 인력이 약 50명 정도가 부족하다. 게다가 기존 인력 중 86명은 수습 중인 신규 간호사로 경력직을 기준으로 하면 약 140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실에서 병원이 돌아간다는 것은 남아있는 인력이 뼈를 갈고 피를 토하며 남은 몫을 채우기 위해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간호사는 그러면서 “의료 질 저하, 직장 내 괴롭힘 등 모든 문제가 결국은 여기에서 파생된다고 생각한다”며 “전에는 환자들을 간호하며 일에 대한 자긍심, 보람이 느껴졌지만 요즘은 보람은커녕 희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조차 스스로 간호하지 못하는 상황에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까지 찾아와 극도의 무력감과 피로감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사스·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이 찾아올 때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됐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일선 간호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간호사 역시 부족한 간호사 인력문제를 비판했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부족한 인력에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소홀할 수 없기에 일찍 출근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한다”면서 “식사는커녕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의료는 의료진들의 헌신으로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도 사람인지라 언제까지고 버틸 수만은 없다. 누구나 누려야 할 의료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에서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들을 준비 없이 받아 혼란을 겪었다는 익명의 간호사 A씨는 “병원 운영진이 해야할 일은 외래 진료를 재개해 (코로나19 진료로) 생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의 기회로 삼아 환자와 간호사가 안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지침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지역 집단 감염 당시 일선 간호사에서 내려진 지침은 “환자에게 직접 간호를 최소화하라”는 등의 큰 원칙뿐 실제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 대한 세부지침은 없었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