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약 진입 막으려 식약처 허가까지 문제 삼는 다국적사
국산약 진입 막으려 식약처 허가까지 문제 삼는 다국적사
노바티스, 식약처 상대 행정소송 제기

"한미약품 '빌다글정' 허가 취소해달라"

한미약품 "황당한 횡포 … 행정력 낭비"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5.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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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가브스’. (사진=한국노바티스)
노바티스 ‘가브스’. (사진=한국노바티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의 당뇨병 치료제 '빌다글정'에 대해 자사 특허 침해를 주장해온 노바티스가 이번에는 이 제품의 시판허가를 내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겨냥해 압박에 나섰다. 식약처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받은 '빌다글정'이 특허 논란에 휩싸여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에는 "허가 자체에 하자가 있으니 취소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쟁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를 문제 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허가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은 이례적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약물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허가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견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바티스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빌다글정'의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제조판매품목 허가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빌다글'정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가브스' 염변경 약물이다.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는 인슐린 분비 작용을 하는 인크레틴 분해 효소인 DDP-4를 억제하는 약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섬세포 기능을 개선해 인슐린의 분비를 늘리고 글루카곤의 분비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21일 식약처로부터 '빌다글정'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다만, 적응증은 '가브스'(5개)보다 1개 모자른 4개다. 

'가브스'의 '설포닐우레아 또는 메트포르민 또는 치아졸리딘디온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빌다글립틴과의 병용투여 요법' 적응증은 오는 2021년 8월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한미약품은 해당 적응증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적응증(지난해 12월 특허 만료)에 대해서만 허가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은 이들 4개 적응증과 관련해서도 노바티스가 보유한 다른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노바티스를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해 현재 심리를 진행 중이다.

'빌다글정'은 이달부터 급여가 적용돼 한미약품이 결정만 내리면 곧바로 출시가 가능한 상태이지만, 회사 측은 4개 적응증에 대한 특허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시를 늦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모를 특허 논란을 모두 없앤 뒤 제품을 내놓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바티스는 그동안 "한미약품이 '빌다글정'을 출시할 경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가브스'의 적응증 5개는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메트포르민을 언급한 1개 적응증만 제외한 채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적절한 특허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노바티스 측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적합한 특허 전략에 기반한 '빌다글정'의 허가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으니 이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한미약품 측은 노바티스의 이번 소 제기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허가받은 국내 제약사 제품에 대해 거대 로펌을 앞세워 식약처를 상대로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다국적사의 횡포"라며 "특히 권리범위확인심판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사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이번 소송과 관련, 노바티스 측에도 여러 차례 연락해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 "법무팀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에는 항상 경쟁사 사이의 견제가 존재한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여서 시장을 지키려는 회사와 시장에 진입하려는 회사 사이의 갈등이 작지 않다"며 "하지만, 여기에도 선이라는 게 있다. 이 선을 넘으면 압박을 넘어 겁박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바티스의 특허가 영향력이 있다면, 특허로만 싸워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된다"며 "만약 한미약품이 이를 무시하고 제품을 판매하면 자사 특허를 근거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바티스가 규제당국의 허가 절차까지 문제 삼은 배경에는 규제당국을 통해 한미약품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사, 한때 '가브스' 공동판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한편 '가브스' 시장을 두고 법정 다툼에 돌입한 노바티스와 한미약품은 한때 '가브스'를 공동판매하던 연합군이었다.

양사는 지난 2014년 '가브스'와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가브스메트'의 공동 판매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2016년까지 공동판매 전선을 유지해왔다.

약 2년 동안 종합병원은 노바티스가, 클리닉은 한미약품이 영업을 담당해왔지만, 시너지가 크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2016년 말 양사는 상호협의에 따라 '가브스'와 '가브스메트' 공동판촉에 대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노바티스는 당뇨 파트 경력직 사원을 충원하고 이들 2개 제품의 단독 영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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