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美 공화당 의원의 진단키트 발언
무지한 美 공화당 의원의 진단키트 발언
마크 그린 의원, 한국 제품 폄하

"미국산이 한국산보다 좋다"

자국 비난 여론 무마용 의도적 도발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0.03.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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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마크 그린(MARK GREEN) 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장에서 미국산 진단키트가 한국 제품보다 낫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진 = 마크 그린 의원 유튜브 캡쳐)
미국 공화당 마크 그린(MARK GREEN) 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장에서 미국산 진단키트가 한국 제품보다 낫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진 = 마크 그린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미국 공화당의 한 의원이 한국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평가절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단 기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해당 발언으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했다. 

마크 그린 미국 테네시주 하원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장에서 "FDA가 서면을 통해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적절하지 않으며 FDA는 비상용으로라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한 벤더사가 한국의 진단키트를 구매해서 미국에서 판매하려 했는데 FDA가 해당 제품에 대한 긴급사용은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그린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의 부족한 진단 건수가 한국과 비교되는 등 비판이 일자, 자국 진단 기술의 우수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CDC와 NIH와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진단키트는 하나의 항체(면역글로불린, Ig)만 검사하지만, 미국 키트는 IgG와 IgM 두 개의 항체를 검사한다"며 "미국산 진단키트가 한국산 제품보다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는 명확히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린 의원이 사례로 든 검사법은 항체검사법이다. 병원체 감염 뒤 체내에 형성된 단백질(항체)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진단에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한국 역시 코로나19 진단에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총 5개의 진단키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코젠바이오텍의 'PowerCheckTM 2019-nCoV RT PCR kit' ▲씨젠의 'AllplexTM 2019-nCoV Assay' ▲솔젠트의 'DiaPlexQTM N Coronavirus Detection kit'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M nCoV RT Detection kit' ▲바이오세움의 'Real-Q 2019-nCoV Detection Kit' 등이 그것이다.

이들 5개 제품은 모두 RNA 속 특정 염기서열의 존재를 측정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측정하는 RT-PCR(real-time RT PCR)법을 사용하고 있다. 진단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실제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질병예방통제국(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한국이 사용하는 것은 콧속 시료의 항원을 측정하는 '분자진단법'이라는 기술"이라며 "(그린 의원이) 언급한 내용은 '혈청학적 진단'이라는 다른 기술"이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그런데도 청문회 당일 국내에서는 "미국 FDA가 한국 진단키트 승인을 거절했다"는 마크 그린 의원의 일부 발언만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15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명에 나선 뒤에야 사태가 진화됐다. 

 

 

황당한 한국 기업들 "매력없는 미국 시장 목맬 필요없다"

로슈·써모피셔 시장 선점 … 사보험 탓에 수익성도 불투명

이번 논란에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에 대한 평가절하도 문제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국가인 미국에서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국내 코로나 진단기기 개발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이미 굵직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제적으로 진입한 데다 사보험 체제 특성상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익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FDA는 12일과 13일 로슈진단의 코로나19 진단시약 'cobas SARS-CoV-2'와 써모피셔의 코로나19 진단시약 'TaqPath COVID-19 Combo Kit'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FDA가 민간기업에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CDC와 뉴욕주 보건복지부(NYSDOH) 등 2곳에만 진단 패널(DIAGNOSTIC PANEL) 긴급사용을 승인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해 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5개 업체 중 4곳이 미국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으나, FDA는 로슈와 써모피셔에 우선권을 줬다. FDA가 이들 2개 기업에 가장 먼저 긴급사용 승인을 내어 준 것은 진단키트의 범용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들 2개 기업은 글로벌 진단 시장의 19.6%, 6.3%를 각각 차지하는 공룡 기업이다. 로슈진단은 시장 1위를, 써모피셔는 로슈·애보트(13%)·다나허(10.2%)·지멘스(9.9%)의 뒤를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로슈의 분자진단 검사 시스템인 'cobas 6800' 및 'cobas 8800'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많이 유통돼 있는 상태로, 코로나19 진단시약인 'cobas SARS-CoV-2'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승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공룡 기업이 시장을 선점, 현재로서는 '먹을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이 사보험 체제라는 점도 국내 코로나19 개발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진단 기업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한 철 장사다. 질병 유행이 끝나면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 때문에 적극적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미국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전체 인구(3억2720만명)의 8.5%인 2750만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보험 상품이다 보니 기준이 까다롭고 환자 본인 부담이 엄청 크다.

코로나19 진단 자체에는 비용이 청구되지 않지만, 진단 외 비용 및 확진 이후 진단 및 치료 비용 등은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미국민 중 상당수가 코로나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전에는 진단 자체를 꺼리는 이유다.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기업들은 미국보다 공보험이 적용되는 유럽 시장 진출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5개 회사 가운데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등 3곳은 이미 유럽 CE 인증을 받아 현재 유럽 다수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젠큐릭스·진매트릭스·캔서롭·미코 등이 최근 CE 인증을 획득했으며, 아람바이오·SD바이오센서·수젠텍 등 다수 기업이 CE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긴급승인을 받으면 전 세계적으로 품질과 정확도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는 승인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현재 시장성만 놓고 본다면 유럽보다 매력적이지는 않다"며 "미국에서 진단 건수가 급증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질병예방통제국(CDC)는 현재 자국의 코로나19 진단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BBC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현재까지 미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는 1만1079건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험을 위해 한 명당 두 개의 표본(specimens)을 제공하므로 실제 진단검사를 실시한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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