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金'보다 귀한 마스크 직접 구해보니
[현장] '金'보다 귀한 마스크 직접 구해보니
'코로나19' 확산에 마스크 '품절대란'

공적물량 늘렸지만 '하늘의 별 따기'

한 장 얼마예요? 물으니 "4천원"

구매자 모인 공간 감염 우려도
  • 안상준
  • admin@hkn24.com
  • 승인 2020.03.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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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정부가 원활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공적 판매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렸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금(金)보다 귀하다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거리로 나섰다.

[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월 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KF94 마스크'를 주문했다. 당시에도 마스크를 주문하는 것이 평소보다 어려워 여러 차례 주문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10여 장의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마스크 대란은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불거졌다. 1월 말에 주문했던 마스크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해 인터넷 등을 통해 마스크 구입에 나섰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주문을 넣는 곳마다 '품절'이라는 말만 되돌아 왔다.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한 생필품 매장.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한 생필품 매장.

인터넷으로는 도저히 마스크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동네 마트와 생필품 매장, 약국 등을 돌아봤지만 '마스크 없음'이라는 안내 문구가 발길을 돌리게 했다.  

그러던 중 'KF94 마스크 입고'라는 안내를 붙여놓은 약국을 하나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마스크가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약사는 말없이 뒤쪽 매대를 가리켰다. 마스크를 몇 장 집어 든 뒤 "한 장에 얼마냐"고 묻자 "장당 4000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용히 마스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 4배가량의 가격을 지불하고 마스크를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방법은 하나. TV에서 본 것처럼 직접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줄 서기를 통해 마스크를 구했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폭풍 검색했다. 가장 만만한 곳은 바로 '창고형 대형마트'였다. 아침 일찍 마트로 가 줄을 서면 10개 이상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인터넷 후기를 확인한 뒤, 곧장 집 근처 대형마트에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마스크가 입고되는지 물었다.

마트 관계자는 "우리도 다음날 아침이 돼야 마스크 입고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내일 아침 일찍 마트로 나와 보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오전 7시 30분 경의 대형마트 입구. 주차장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차량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오전 7시 30분 경 대형마트 입구. 주차장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수많은 차량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몰고 집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다. 마트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20분. 아직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단기조차 열리지 않은 가운데, 마스크 입고 여부를 모른 채 '무작정' 대기하는 차량이 꽤 있었다.

시간이 8시에 이르자 주차장 차단기가 열렸다. 마트 개장 시간은 10시. 이 시간에 주차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마스크가 입고됐다는 뜻 같았다. 기쁜 마음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이미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꽤 형성돼 있었다. 급히 주차를 하고 무리로 뛰었다.

현장을 관리하던 마트 관계자는 "오늘은 마스크가 입고됐다. 현재까지 오신 분들은 충분히 구매하실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해 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1인당 30장씩 100명분의 수량이 준비됐다. 100명이 모이면 번호표를 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줄을 선 사람들을 둘러보니 평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마트 측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1인당 1세트(30장)만 판매하다 보니, 4인 이상의 가족이 모두 나온 경우도 눈에 띄었다.

8시 30분경 드디어 100번째 마스크 구매자가 도착했고 번호표 배부가 시작됐다. 받게 된 번호는 19번. 겨우 마스크 하나 사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줄을 서야 하나 싶었지만, 마스크를 30장이나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은 마트 오픈 시간인 9시 50분~10시 20분 사이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차 속에서 약 1시간가량을 대기한 뒤 정해진 시간에 드디어 KF94 마스크 30장을 손에 넣었다.

 

마스크 구입을 위해 받은 번호표(왼쪽)와 구입에 성공한 마스크 30개.
마스크 구입을 위해 받은 번호표(왼쪽)와 구입에 성공한 마스크 30장.

현장에서 함께 줄을 섰던 중년 여성 A씨는 "어제도 왔는데 마스크가 없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다"며 "나야 집에 있으면 돼 마스크가 덜 필요하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가족들을 위해 마스크를 구매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B씨도 "오늘 30장을 구매해도 4인 가족이 하루 한 장씩 사용하면 2주 분량이 채 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연일 불안한데, 마스크 공급이라도 안정화 돼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추위나 지루함이 아니라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였다. 다수의 사람이 한 곳에 모여있다 보니 누군가 헛기침만 해도 시선이 쏠렸다.  

현장에 있던 30대 여성 C씨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명 이상도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 10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있으니 오히려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 지난 3일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언제든 쉽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생필품 매장 앞. 매장 오픈 전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긴 줄이 늘어져있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생필품 매장 앞. 매장 오픈 전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긴 줄이 늘어져있다.

마스크 품절대란이 장기화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공적 유통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 정부가 더 개입할 수밖에 없다. 배급제에 준하는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려 국민 수요를 맞추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이 공평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급 방법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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