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항암제 과연 약값은 할까?
고가 항암제 과연 약값은 할까?
한국형 평가도구 없어 불필요한 사용 등 우려 높아

“미국·유럽 평가도구 정확도 떨어져 보험재정 낭비“
  • 박정식
  • admin@hkn24.com
  • 승인 2020.01.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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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평가 조사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최근 국내에 고가 항암제들이 도입되면서 임상적 가치 평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항암제 가치평가 도구가 없어 개발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평가도구가 없을 경우, 불필요한 항암제 사용 등으로 의료비가 낭비될 뿐아니라, 환자 치료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8일 공개한 ‘의약품 가치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제한된 보험재정 내에서 임상적 불확실성이 있는 항암제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 및 근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개발한 ‘ASCO VF’와 유럽임상암학회(ESMO)에서 개발한 ‘ESMO-MCBS’ 두 가지 평가도구를 사용해 6가지 약제를 평가했다.

평가한 약제는 폐암에서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Osimertinib),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과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니볼루맙(nivolumab), 발성 골수종에서 사용되는 카르필조밉(carfilzomib),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다.

그러나 이들 평가도구는 항암제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많은 한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이 두가지 평가도구를 통해 이들 약제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 독성, 삶의 질 등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각 평가도구마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평가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연구자와 약제에 따라 다른 평가 결과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평가 항목에 대해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ASCO VF의 경우 임상적 이득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독성 평가 항목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았다. ESCO-MCBS는 삶의 질 향상의 지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독성의 개선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번 평가결과와 관련, “늘어나는 암환자와 고가 항암제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보다 더 객관적인 가치기반의 평가척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임상암학회와 유럽임상암학회의 평가척도 개발자들 역시 보다 객관적인 가치기반 평가척도를 개발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팀이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항암제 가치평가도구의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대부분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두 가지 도구 중 어느 하나를 선호하기 보다는 두 가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평가도구는 건강보험에 활용해야한다는 의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대다수였다.

연구팀은 “두 가지 도구의 장단점을 살펴볼 때 예상했던 결과였다”며 “암전문의들이 항암제를 처방할 때 고려하는 효능의 임상적 가치와 ASCO 도구 적용 시 고려하는 효능의 임상적 가치 사이에 차아기 있는 만큼 향후 항암제 임상적 가치평가를 적용할 때 이 부분을 어떻게 정의하고 반영할 것인지 보다 본격적인 의견 조사가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팀은 ASCO VF와 ESMO-MCBS 한글판 번역본에 원본 대비 수식(formula)과 평가지침 등을 추가해 평가의 수월성을 도모했다. 한글판 평가도구는 ASCO VF와 ESMO-MCBS에서 의미가 모호했던 부분을 구체화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계산들을 수식으로 표현,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독성 항목들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증상완화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평가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연구책임자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과제로 지목된 부분은 전체 암 전문의는 물론 암 종별 전문가 그룹에서 독성 항목, 추가적인 평가 항목들에 대한 암종별 평가지침을 개발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모델 개발 역시 앞으로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국내 현실과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항암제 가치기반지표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탐색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완성도 높은 한국형 가치평가도구 개발을 위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한국형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로 고려돼야 할 요인, 제외돼야 할 요인, 근거 및 가중치 부여와 관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활용과 관련해 항암제 건강보험급여 등재 이후 사후 평가에 우선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의견과 함께 가치평가척도 결과의 적용 시점과 적용 방법,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연구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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