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1. 과제명
2. 연구내용
3. 파급효과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놓은 이가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의료플랫폼상생센터 박상현 교수다. 박 교수는 2009년도부터 현재까지 300회가 넘는 연구과제 계획서를 작성한 베테랑이다.
그는 “202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준비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할 대목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들어가는 과제명”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수많은 연구 계획서를 들여다 본다. 이 때 눈여겨 보는 것이 연구계획서를 요약한 딱 한 줄, 바로 과제명이다. 이들도 사람이기에 연구 계획서에 담긴 내용을 모두 읽고,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과제명은 비전공자가 보더라도 쉽게 와 닿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난해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 있더라도 지나치기 쉽다.
그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다보면 최종 점검 과정에서 과제명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칭을 붙여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과제명은 부르기 쉽고 듣기 편하며, 핵심 키워드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계획서는 과제명을 작성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과제명 외에도 국내외 연구현황, 연구내용, 예산, 사업화 계획,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 최종목표 등을 담아내야 한다. 이 가운데 최종목표는 과제명 다음으로 중요하다. 심사위원들이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연구개발과제에 공고된 내용과 연구계획서가 지향하는 목표가 같아야 하므로, 지원하는 사업과 업체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이나 제품이 해당하는지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는 “본 사업과 연구계획서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면 검토하기 전에 탈락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되도록 최종목표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제명과 최종목표의 작성이 끝났다면 이제부터는 방대한 자료와의 싸움이다.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활용해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핵심이 있다. 단순히 나열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심사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연구개발과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박 교수는 “국가연구개발과제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R&D를 통해 푼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 된다는 사실을, 때로는 선동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채용해 과제 계획서에 녹이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연구 기획자들이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 작성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근거가 동반돼야 한다”며 “정확히 수치로 표현한 후 우리가 제시하는 기술과 아이디어, 서비스가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기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연구계획서에 담긴 연구내용이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연구자들과 회의를 많이 가져야 한다.
박 교수는 “심사위원도 사람이다. 오타, 자간, 줄 간격 등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