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화이자가 엘지화학에 생산을 맡겨 판매 중인 자사의 고혈압 치료 복합제 '노바스크브이정'(발사르탄+암로디핀)의 국내 판매를 포기했다.
'노바스크정'의 허가를 보유하고 있는 엘지화학은 최근 이 제품의 국내 시판허가를 자진해서 취하했다. 업계는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의 여파가 이번 자진 취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바스크브이정'의 주성분은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총 3차에 걸쳐 발암유발 가능 물질인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성분 175개 품목에 대해 회수 및 판매 중지 조치를 했다. '노바스크브이정'은 2차 판매중지가 내려진 59개 품목에 포함됐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발사르탄 사태로 판매정지가 내려진 175개 품목 가운데 회수가 이뤄지고 재발 방지 자료가 제출된 153개 품목의 제조 및 판매정지를 해제했다. 사실상 대부분 제품의 판매가 재개된 것. 그러나 '노바스크브이정'은 판매정지 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시장 복귀가 미뤄지던 상황.
발사르탄 사태로 관련 시장이 쪼그라든 가운데 판매 재개까지 늦어질 경우 '노바스크브이정'의 시장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와 엘지화학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시판허가를 취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약은 안전하다더니...
화이자, 식약처 2차 발표로 '망신살'
엘지화학에 책임 돌리기도
1차 판매중지 품목을 발표할 때만 해도 화이자는 발사르탄 사태를 '노바스크브이정'의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삼았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화이자는 "'노바스크브이'는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 중지 및 제조 중지 대상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브로슈어를 제작해 주요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처방 변경을 유도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2차로 발표한 판매정지 품목에 '노바스크브이'가 포함되면서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
안전한 제품이라며 처방을 권장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화이자는 그 책임을 제조사인 엘지화학과 국내 원료회사인 대봉엘에스에 돌리며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눈여겨볼 점은 '레바캄'(레르카니디핀염산염+발사르탄), '로바티탄'(로수바스타틴+발사르탄) 등 엘지화학이 판매하는 다른 발사르탄 성분 제제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원료의약품 등록현황(DMF) 목록(DMF)에 따르면, 엘지화학은 대봉엘에스 등 다수 제약사와 함께 발사르탄 제조소로 등록돼 있다. 현재는 DMF에서 삭제됐으나, 발사르탄 사태 발생 당시만 해도 엘지화학은 자사 제조소뿐 아니라 인도 제약사인 CIPLA도 자사의 발사르탄 원료 제조소로 등록해 놓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바스크브이정'과 엘지화학의 다른 발사르탄 성분 제제들의 원료 제조소가 달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완제품 생산을 위탁하면 원료 수급도 수탁처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탁사가 원료 제조소를 직접 선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는 엘지화학과 화이자 사이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외부에 알려진 바는 없다.
'노바스크' 이름 이어받은 '노바스크브이'
화이자 '엑스포지' 제네릭 시장 도전
지난해 월간처방액 7억원 돌파하기도
'노바스크브이정'은 지난 2013년 화이자제약의 제네릭 사업부인 화이자바이탈스가 엘지화학(구 엘지생명과학)과 생산 계약을 맺고 출시한 노바티스 '엑스포지'의 제네릭이다.
화이자는 고혈압 치료제 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의 오리지널 제품인 '노바스크'(암로디핀)에서 이름을 따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시판허가는 엘지화학이 받았으나, 이는 계약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품목 소유자는 화이자다. 판매도 화이자가 직접 했다.
'노바스크브이정'의 원외처방액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17년 78억원에 달했으나, 발사르탄 사태의 영향과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로 지난해에는 47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바스크브이정'은 처방액이 꾸준히 성장하던 제품으로, 발사르탄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월간처방액이 7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며 "기존 추세대로라면 블록버스터도 넘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