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보여준 재벌기업 제약 성공기
SK가 보여준 재벌기업 제약 성공기
최태원 회장 의지 따라 수십년 연구개발 올인

올해 FDA 승인 신약 3개 ... 하면 되는 사업 입증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아무나 못해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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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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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판교 본사
SK 판교 사옥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제약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재벌기업. CJ그룹, 한화그룹, 아모레퍼시픽,  LG그룹 등 다수 재벌기업이 제약업에 손을 댔다가 포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했고, 코오롱그룹은 '인보사' 악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적잖은 재벌그룹이 제약 잔혹사를 겪은 상황이다 보니 SK그룹의 약진은 현재 업계에서도 이슈 중의 이슈로 꼽힌다. SK그룹은 올 한 해에만 미국에서 2개의 혁신 신약을 허가받으며 그동안 재벌기업이 보여주지 못한 성공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21일(현지시간)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자사가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세노바메이트정)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국내 기업이 혁신 신약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 New Drug Application)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이 신약은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맡아 수행할 계획이다.

'엑스코프리'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다. 지난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거쳐 FDA의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후보 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미국 FDA에 신약판매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달한다.

SK는 '엑스코프리'를 허가받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제품으로 또 한번 FDA의 허가를 따냈다. 이번에는 자체 개발한 치매치료 패치다.

SK 계열사인 SK케미칼은 최근 FDA로부터 자사의 치매치료 패치 'SID710'(리바스티그민)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치매치료 패치의 FDA 승인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SID710'은 지난 2010년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치매치료 패치다. 복약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기 힘들거나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치매 환자들을 위해 하루 한 번 피부에 부착해 약물이 지속해서 전달되도록 했다.

'SID710'의 이번 FDA 승인은 유럽(2013년), 호주(2016년), 캐나다(2018년) 진출에 이은 성과다. SK케미칼은 지금까지 모두 19개국에 진출해 24개 주요 제약사와 'SID710'의 판권 및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원드론패치'라는 브랜드로 지난 2014년부터 판매되고 있다.

치매치료 패치는 지난 2007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처음 개발에 성공했으나 핵심기술인 TDS(경피전달체계·Transdermal Delivery System)의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경쟁사의 동일 제형 제품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SK케미칼은 2012년 자체 TDS 기술을 바탕으로 SID710을 개발, EU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며 유럽 내 첫 번째 제네릭으로 허가를 받는 성과를 올렸다.

앞서 지난 3월에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해 기술수출한 혁신 신약이 FDA로부터 허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 제약사인 재즈파마슈티컬스는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미국 FDA로부터 기면증치료제 '솔리암페톨'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솔리암페톨'은 SK바이오팜이 발굴 및 임상 1상 시험을 마친 후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혁신신약이다. 재즈파마슈티컬스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인수해 '솔리암페톨'의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FDA로부터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을 겪는 성인 환자들의 각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재즈파마슈티컬스는 지난 7월 '수노시'(Sunosi)라는 제품명으로 미국에 '솔리암페톨'을 출시해 현재 판매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묵묵히 견뎌온 수십년의 인내
혁신 신약으로 세계무대 직행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제약업계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1호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 개발 이후 제네릭 기반의 케미컬 의약품과 독감 백신을 국내 시장 위주로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께 SK의 백신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약업계 리딩 기업으로서 면모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08년부터 백신 연구를 시작해 7년 만에 국내 최초로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개발했다. 이후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 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의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백신 선두주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SK케미칼의 세포 배양 백신 기술에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 사노피파스퇴르는 지난 12일 SK케미칼의 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 생산기술을 수입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달러(한화 약 1691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 백신 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SK케미칼은 자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토종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로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도 진출했다. 스카이조스터는 현재 유일한 경쟁 제품인 MSD '조스타박스'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에 혈액제제 사업 분야를 분사해 'SK플라즈마'도 세운 바 있다. 연간 60만리터의 혈장 처리능력을 갖춘 세계적 규모의 공장을 갖춘 이 회사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B형 간염 재발 예방주사인 '정주용 헤파불린'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백신 사업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SK바이오팜을 통해 다음 먹거리인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4월 SK의 생활과학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세워졌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1993년 차세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신약 연구개발(R&D)을 시작한 이래,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20년 이상 혁신적인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약 26년만에 '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 등 굵직한 혁신신약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직판 체계 구축 새로운 숙제
"글로벌 기업 면모 보여야"

제약업계는 SK그룹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직판 체계 구축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도 제약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기술수출을 꼽고 있다. 임상 비용도 문제이지만, 글로벌 영업망이 부족한 탓에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직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해외에서 이름이 생소한 SK그룹의 글로벌 직판 체계 구축 성공 여부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이 26일 자사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와 관련, 미국 직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이 26일 자사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와 관련, 미국 직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26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FDA 품목허가 획득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팜은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혁신 신약을 두 개 보유한 회사"라며 "미국에서 (자체 개발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첫 케이스를 보여드리겠다"고 호언했다.

SK바이오팜은 내년 2분기부터 100~150명의 영업 인력을 투입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판매는 뉴저지에 있는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맡는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이미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세일즈 디렉터 채용을 완료했다. 마케팅 전략 수립도 마쳤으며, 빠른 정착을 위한 막바지 영업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가로 110명의 영업사원을 채용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SK만큼 주목받는 재벌기업은 없었다"며 "SK그룹은 재벌기업이 제약업을 제대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삼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아직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남아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숙제이기도 한 글로벌 직판 체계 국축이다"라며 "만약 직판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샴페인을 터뜨려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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