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일명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어머니가 보균자일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이나 천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팀은 HIV에 노출됐지만 감염되지 않은 13세에서 28세 사이의 젊은이들과 HIV에 노출된 적이 없는 또래 14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HIV에 노출됐지만 감염되지 않은 상태(HIV-exposed but uninfected, HEU)’인 사람들이란 어머니 몸속에 HIV가 있어 태아 시기 HIV에 노출됐지만 감염되지는 않은 상태의 이들을 말한다.
HIV에 노출됐음에도 감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임신 시기 중 모성 전염을 예방하기 위한 태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현재 HIV 보균자 어머니에게 태어나는 이들의 98%가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HEU 상태에 있는 이들 중 42%가 비만으로 판정돼 대조군의 22%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천식 증상을 보이는 이들도 HEU 상태 40%, 대조군 23%로 역시 비슷한 비율이었다.
연구팀은 임신 말기 3개월 동안 어머니 몸 속 ‘CD4 T 세포’의 수치 추이를 살펴보면서 이 문제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어머니의 CD4 T 세포 수가 적을수록 태아도 그 영향을 받아, 천식 등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자녀들의 체질량지수(BMI)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수석저자인 린제이 포맨(Lindsay Fourman) 메사추세츠 의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HEU 상태인 이들은 18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번 연구를 통해 어머니의 자궁에서 HIV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신진대사와 면역체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후천성면역결핍증저널(Journal of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