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홍역(measles)’이 다른 질병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대부분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이 미국 영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홍역에 걸리면 출생 이후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발달시킨 면역체계의 기억들이 대부분 지워져 어린 아이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마이클 미나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과 영국 웰컴생어연구소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연구팀 등은 최근 홍역을 앓을 경우 우리 몸속의 면역체계를 유지하게 하는 단백질인 ‘항체’가 적게는 11%에서 최대 73%까지 파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항체’는 이전에 몸에 침투했던 바이러스 혹은 세균 등에 대한 정보를 기억해 놓은 저장소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몸은 항체에 기록한 정보를 통해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대응한다.
연구진은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수가 증가하고 면역억제력이 떨어지며 몸 안의 림프구 수가 감소한다”며 “림프구 수는 홍역 관련 발진이 사라진 직후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만 면역억제력 저하는 감염 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돼 (다른 병변으로의) 2차 감염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홍역에 감염된 어린이 77명의 다른 미생물에 대한 항체를 홍역을 앓은 적이 없는 115명의 어린이와 성인에게서 추출한 것과 비교하는 방법을 썼다.
홍역을 앓은 어린이들의 앓기 전 항체 수준을 알아내는 데는 지난 2015년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했으며 1000종이 넘는 변종 바이러스의 감염 이력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버스캔’(VirScan)이라는 혈액 검사를 활용했다.
그 결과 홍역에 감염된 어린이는 다른 미생물에 의한 항체가 급격히 감소했다. 연구진은 “홍역이 면역체계의 기억상실을 지원하고 항체의 기능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엘리지(Stephen Elledge)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홍역이 사람들에게 주는 위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이제 우리는 이 메커니즘이 면역 기억의 삭제로 인한 장기적 위험이라는 것을 더욱 더 명확히 인식해야 하며 홍역 백신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사이언스면역학(Science Immunology)’ 10월 31일 자에 각각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