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메디톡스] 벤처 신화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메디톡스] 벤처 신화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 곽은영
  • admin@hkn24.com
  • 승인 2019.10.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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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개척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개척해온 선두기업이다. 미생물학자인 정현호 대표가 2000년 5월 설립한 바이오 벤처를 업계의 리딩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벤처 신화’를 이룬 제약회사로 불리기도 한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톡스‘(미국 제약사 엘러간의 상표명)라는 고유 브랜드명으로 대중에게 더 익숙한 제제다. 메디톡스는 안검경련, 다한증, 소아뇌성마비, 눈가주름, 사각턱 및 종아리 미용성형 시술 등에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 필러’를 메디톡신, 뉴로녹스, 뉴라미스 등 상표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주력 분야다.

메디톡스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보툴리눔 A형 독소 의약품인 ‘메디톡신’을 개발, 품목 허가를 획득하면서다. 시장 출시 첫 해만 하더라도 메디톡신의 시장점유율은 8%였지만 3년 후인 2009년 34%를 달성하는 등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디톡스는 그 여세를 몰아 2009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사세를 과시했다.

이후 기존 ‘메디톡신‘과 함께 미용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HA 필러‘를 개발해 2013년 5월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국내 및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2013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액상 보툴리눔 A형 독소 의약품 ‘이노톡스‘를 개발해 제조품목 허가 승인을 받고 이듬해 6월 국내에 출시했다. 이노톡스는 파트너사인 미국 앨러간과 3억36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상장 당시 1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10여년 만에 20배 넘게 올리는 등 명실상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리딩기업이 되었다.

 

한우물 파 온 정현호 대표, 벤처 신화의 주역

메디톡스 창립자 정현호 대표이사.
메디톡스 창업자 정현호 대표이사.

메디톡스를 국내 1위의 보툴리눔 톡신 전문회사로 키워낸 주인공은 이 회사의 설립자인 정현호 대표이사다. 그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관련 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1962년 12월 광주에서 태어난 정현호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세포생물학 석사와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부터 보툴리눔 톡신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관련 연구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후 미국국립보건원(NIH) 객원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선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부교수를 역임하고 2000년 바이오 벤처 메디톡스를 창업,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정 대표는 메디톡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미생물 독소 연구소를 세워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수년간 연구에 매달려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개발에 성공한 그는 창업 후 6년 만인 2006년 ‘메디톡신‘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회사 설립 이래 꾸준히 한우물을 파 온 정 대표는 2007년 벤처코리아 국무총리표창, 2011년 제48회 무역의날 천만불 수출의 탑, 2012년 제46회 납세자의 날 국세청장 표창, 2015년 제5회 산업기술 보호의 날 산업부장관 표창 및 제52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메디톡스의 최대주주(18.59%) 자리를 유지하며 경영권 방어 및 사업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017년 7월 창업투자회사 메디톡스벤처투자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벤처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메디톡스벤처투자는 메디톡스가 50억원을 출자해 지분 50.84%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메디톡스 지배구조.
메디톡스 지배구조.

 

실적 고공행진 ...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메디톡스는 실적에서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2054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0년 매출액(21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지난해 기준 각각 41.63%와 34.0%를 기록,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메디톡스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211

217

363

391

759

885

1333

1812

2054

영업이익

106

79

170

168

500

517

752

870

855

당기순이익

104

73

154

143

436

423

592

700

698

R&D비용

52

61

64

56

76

65

186

261

221

R&D비율

24.72

28.04

17.63

14.20

10.02

7.34

13.99

14.40

10.76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역시 업계 평균(약 7%)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의 10.76%를 R&D에 투자했다. 

메디톡스는 2022년까지 전체 실적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목표액은 매출 1조원. 이를 위해 수출을 늘리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국에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시판 허가를 신청한 메디톡스는 연내 허가 통보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보다 5배 이상 큰 시장인 만큼 중국 진출을 통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메디톡스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영업이익이 113억원으로 전년(222억원)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과의 소송 관련 등 일회성 비용이 들어가면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졌지만 전체 매출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과 균주 출처 공방 ... 내년에 마무리

메디톡스는 2016년 11월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대웅제약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내놓았다. 메디톡스는 2016년 11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전체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이듬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정현호 대표는 지속적으로 나보타 균주 출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대웅제약에 공개토론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균주는 국내 토양에서 확보한 다른 보툴리눔 톡신 균주라고 반박했다.

두 회사간 팽팽한 기싸움은 지난 8월 국내 민사 재판 과정에서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메디톡스가 그동안 자사 균주에서는 포자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대웅제약 측은 “균주 포자가 생성된 나보타는 메디톡신과는 균주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해당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0월 6일 “대웅제약의 실험 방식을 적용한 결과 메디톡신 균주에서도 원래는 없던 포자가 형성됐다“고 발표하면서 양측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말 바꾸기”라고 맹비난했다.

3년간 이어지고 있는 두 회사간 균주 탈취 논란은 균주 전체 염기서열까지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과까지 가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지난 1월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를 균주 도용 및 제품 제조공정기술문서 유출 등으로 ITC에 제소한 바 있다. 양사는 ITC 소송과 관련해 지난 9월 20일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분석을 포함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ITC 소송은 내년 2월에 재판, 5월에 예비판정, 10월에 결론이 날 예정”이라며 “내년이면 균주 탈취 논란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유통에 특혜 의혹까지

“대웅제약과 결탁, 악의적 제보하는 것”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균주 전쟁을 치르는 한편, 메디톡신과 관련한 잇따른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공익제보 및 신고를 통해 메디톡신의 불법 유통과 품질 관리에 대한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제보를 통해 메디톡신이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기 전인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메디톡스가 샘플 형태로 제품을 병원에 불법 유통·시술했다는 의혹과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이후 국가출하승인검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제품을 유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메디톡신 제품에 대한 멸균 작업 미시행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이러한 의혹들은 대부분 2006년 전후에 일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기한이 많이 지나서 관련 문서가 폐기되는 등 증거 자료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 관계자는 본지에 “제보자는 메디톡스에서 2011년까지 근무하다 퇴사한 전 직원으로 대웅제약과 결탁해서 악의적인 내용을 제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다 받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메디톡신 인허가 과정에서 양규환 전 식약청장의 개입설 등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양규환 전 식약청장은 정현호 대표의 대학시절 지도교수이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국내에 최초로 가져와 메디톡스에 넘겨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메디톡스는 양 전 청장이 재임하던 2002년 메디톡신 조건부 제조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앞서 양 전 청장은 2000년 7월 조카 명의로 메디톡스 주식을 취득, 2003년 매도해 3배가 넘는 차익을 거뒀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놓고 스승과 제자가 특혜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역시) 한 사람이 제보한 것”이라며 “(회사의) 입장은 같다”고 일축했다.

 

비자금 의혹 등 오너 리스크 수면 위로

정현호 대표 리더십 주목 

악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에는 정현호 대표가 메디톡스 전·현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차명계좌 주식을 통한 비자금 조성 및 상장주식 명의신탁을 하는 등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문제가 된 내용의 주요 골자는 정 대표가 임직원 명의로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이중 일부분을 다시 회수해가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은 제보를 통해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 계약서에 작은 글씨로 회사에 반환하는 금액에 대한 비율이 따로 표시돼 있었고 계약 조항에 따라 직원들은 스톡옵션 행사 후 금액의 일부를 현금화해 정 대표 개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메디톡스가 코스닥에 상장하던 2009년 전체 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당시 소진되지 않은 일부 물량을 직원 명의로 매입하는 등 차명계좌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조세포탈 행위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불편한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디톡스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5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62만95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35만9700원까지 떨어졌다. 제품에 대한 의혹에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반토막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악의적인 제보라고 하더라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툴리눔 톡신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현호 대표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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