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일성신약] 무늬는 제약회사 ... ‘멈춰버린 제약시계’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일성신약] 무늬는 제약회사 ... ‘멈춰버린 제약시계’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9.04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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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일성신약 본사.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일성신약 본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항생제를 제조‧판매하는 일성신약은 본업인 제약업보다 투자로 더 유명한 제약회사이다. 창업주인 윤병강 회장(89)은 증권사를 설립한 적이 있는 증권업계 1세대이기도 하다.

일성신약의 역사는 6.25 직후인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병강 회장이 설립한 의약품 제조업체인 일성약업사로 출범해 1961년 일성신약으로 사명을 바꾸고 이때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이후 1970년 범양제약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증권사를 설립한 것도 이 때다. 윤 회장은 1970년 미래에셋이 인수한 KDB대우증권의 전신 ‘동양증권’을 설립했다. 증권업계 1세대로서 주식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기도 했다. 

윤 회장은 2008년 cGMP 수준의 안산 페니실린공장을 준공하면서 항생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페니실린 생산시설을 완비함으로써 타사와 차별화된 생산시설과 원료를 바탕으로 항생제 분야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였다.

일성신약은 이밖에 마취제, 조영제 등에서 라이선스 도입 품목과 제네릭(복제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며 제약업을 영위해왔다. 

 

등기임원 절반 이상이 윤씨 일가 ... 견고한 가족경영

매우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일성신약은 업계내에서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으로 손꼽힌다. 창업주부터 오너 3세까지 현재 3대가 고위 직책을 맡고 있다.

윤병강 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두고 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2세 경영인은 차남 윤석근(63) 현 부회장이다.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일성신약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윤 부회장은 한때 장남인 윤영근(67)씨와 승계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2009년 형인 윤영근씨가 모든 지분을 정리한 이후부터는 별 잡음 없이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윤영근씨는 현재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고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윤 회장의 4남인 윤덕근(60)씨와 장녀인 윤형진(39)씨는 각각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윤석근 부회장의 두 아들인 오너 3세 종호‧종욱 형제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일성신약 등기임원의 절반 이상은 오너 일가로 구성돼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일성신약의 상근 등기임원은 8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오너일가다. 윤병강 회장, 윤석근 부회장, 윤종욱 대표, 윤덕근 상무, 윤종호 이사 외에 윤형진 상무가 상근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윤석근 부회장의 두 아들인 윤종호(36) 이사, 윤종욱(33) 대표는 일성신약 근무 년수가 각각 6년과 2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인 2017년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오너 2‧3세를 등기임원에 올리는 것이 경영 승계의 수순이긴 하지만 재직 기간이 2년 정도로 짧은데 임원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친인척들은 그대로 이사회도 장악하고 있다. 8인의 상근이사와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는 이사회에는 상근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는 5명의 윤씨 일가가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진의 외부 활동이나 노출이 거의 없는 일성신약이 임원진의 대부분을 오너 일가로 채우고 외부 인사의 참여는 극히 제한하면서 배타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외 신뢰도나 투명성 재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고속 승진한 오너 3세 ... 차남경영 돌입

일선신약의 가족 중심 경영은 지난 1월 2일 윤병강 회장의 손자이자 윤석근 부회장의 차남인 윤종욱 이사를 대표로 앉히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이로써 이 회사는 윤석근, 윤종욱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 본격 부자경영에 들어갔다.

슬하에 윤종호, 윤종욱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윤석근 부회장이 장남 대신 차남을 차기 대표로 선택하면서 업계는 일성신약이 장자가 아닌 차남 승계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두 아들이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선임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장자 승계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으나 윤종욱 대표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판을 엎은 것이다.

입사 4년 만에 형을 제치고 일성신약 대표 자리를 꿰찬 윤종욱 대표는 미국 뉴욕 소재 페이스대학 금융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회사에 입사해 현재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장남인 윤종호 이사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11년 회사에 입사해 현재 이사로 재직하며 일반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임 윤 대표가 1986년생으로 나이가 어린 데다 미국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이력이 전부여서 경쟁이 치열한 제약시장에서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다. 

 

오너 2세 윤석근 부회장이 최대주주

윤종호 이사의 대표 선임으로 일성신약이 가족경영의 끈을 더욱 조이는 가운데 회사 지분은 최대주주 윤석근 부회장을 중심으로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윤석근 부회장의 일성신약 지분율은 8.44%. 이어 윤병강 회장의 장녀 윤형진 상무이사(8.03%)와 4남 윤덕근 상무(4.68%)의 지분율이 높았다. 윤 부회장의 두 아들인 윤종호 이사와 윤종욱 대표는 각각 0.23%, 0.22%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일성신약 지배구조.
일성신약 지배구조.

창업주인 윤병강(89) 회장은 보유 지분이 없다. 다만 윤병강 회장이 대표로 있는 윤병강장학회가 일성신약 지분 4.22%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다 합치면 32.06%, 자사주도 49.48%에 달한다. 경영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가 간섭을 한다 해도 오너 일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반영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는 일성신약이 당분간 윤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며 급격한 지분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약회사인가 투자회사인가 ... 의약품 판매 매출 증대 과제

수년간 견고한 가족경영 체제를 구축해온 일성신약은 체제 정비에 들이는 공에 비해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오너 일가가 제약회사를 키우기 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87%로 상장제약사 기준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도 평균 3~4%에 그쳐 실적 개선이 코 앞의 과제로 다가왔다.

매출은 지난 10여년간 큰 변화없이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매출액와 영업이익은 각각 617억원, 23억원으로 2017년(670억원, 26억원)보다 감소했다. 순이익은 29억원에 불과했다. 

일성신약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진 건 지난해 하반기 마취제 품목 라이선스가 끝났기 때문으로 아무래도 품목이 빠지다 보니 영업이익도 함께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성신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686

682

771

628

628

617

675

670

617

영업이익

45

45

13

14

24

26

25

26

23

당기순이익

63

351

365

80

40

989

30

26

29

R&D비용

22

22

19

14

12

14

13

13

10

R&D비율

3.2

3.2

2.5

2.2

1.9

2.2

1.9

2.0

1.7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했다. 다만 매출이 하락세일 때에도 순이익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산출될 때가 있었는데 이는 의약품 판매 덕이 아니라 주식투자 덕분이었다.

일례로 일성신약의 2015년 순이익은 989억원으로 매출액(617억원)보다 많았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물산 보유 지분 2.12%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1245억원의 차익을 챙기면서 생긴 수익 덕분이다.

회사 측은 해당 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원가구조개선 및 비용절감에 따른 것이고 당기순이익은 매도가능증권처분 이익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과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의 경우 매출액 682억원, 영업이익 45억원, 순이익 351억원을 기록하고 2012년에는 매출액 771억원, 영업이익 13억원, 순이익 365억원을 얻었다.

당시 수치에 대해 회사 측은 “영업이익 하락은 약가인하 및 사업 전반에 걸친 수익성 악화, 매출원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며 “당기순이익 증가는 매도가능증권(삼성물산)의 처분이익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1%대 R&D 투자율 ... 제약회사로서의 본질 찾아야

심지어 일성신약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용도 1~2%대에서 맴돌고 있다. 이쯤이면 제약회사로서 의약품 연구개발, 특히 신약개발 투자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 일성신약이 제약사 간판만 달고 있지 사실상 본업은 뒷전이고 주식투자로만 재미를 봐온 무늬만 제약회사라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에 대해 일성신약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잘 해서 큰 돈을 벌게 된 것이지만 일부러 투자 이익을 남기려 했다기보다 회장님이 증권사 창업자이다 보니 안목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2015년 순이익도 삼성물산 합병으로 어쩔 수 없이 매도를 진행하면서 이익이 남게 된 것이지 최근에는 투자를 통한 이익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 중 하나가 R&D 회사를 인큐베이팅하는 것“이라며 “향후 2~3년 후에는 R&D 회사를 유치해 충분히 R&D를 강화하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십년째 주식투자에 맛을 들인 제약회사 오너가 계획대로 순수 제약사업에 매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일성신약 윤석근 부회장은 과거 기자들을 만났을때도 주식 이야기를 주로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명만 놓고 보면 신약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성신약. 업종은 완제의약품제조업이지만, 제약회사의 기본인 신의약품 개발을 등한시 하면서 이 회사의 ‘제약시계’는 이미 십수년전에 멈춰버렸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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