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신신제약] ‘파스의 명가’ 오너 2세 등장으로 변화 급물살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신신제약] ‘파스의 명가’ 오너 2세 등장으로 변화 급물살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8.29 12: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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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신신제약 공장 전경.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신신제약 공장 전경.

 

1959년 국민 근육통 치료 위해 설립된 제약회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신신파스’로 잘 알려진 신신제약은 6·25 전쟁이 끝난 1950년대 배고픔 못지않게 국민을 괴롭히던 근육통 해결을 위해 설립된 제약회사다.

창업주 이영수 회장(92)은 1959년 첩부제(파스)를 중심으로 하는 제약회사를 설립, 파스 외길 인생의 첫 발을 내디뎠다. 1966년 전일약품공업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신신전일주식회사로 바꾼 이 회장은 3년 뒤인 1969년 일본 니찌반주식회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경제적인 파스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에 이른다.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최초로 국내 1호 파스를 도입한 것이었다. 이후 1971년 국내 최초로 이란에 의약품을 수출했으며, 1982년 신신제약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신신제약은 일반 상비약인 파스·반창고를 비롯해 100여종에 달하는 의약품 및 의약외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신신파스 아렉스’는 2007년 5월 발매된 신신제약의 대표제품으로 편의점 상비약으로 입점해 있다. 이밖에 모기 기피제, 땀 억제제, 멍 풀리는 연고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의약품이라는 사명감으로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에는 옴 치료제인 ‘린단로오션’도 있다. 국내에서 신신제약에서만 유일하게 만들고 있다.

신신제약은 60년간 첩부제 개발에 매진해오며 국내 첩부제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파스형 ‘관절염치료제’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매출이 정체되기도 했다.

이때 이 회장은 회사의 매출 신장을 위해 맏사위인 김한기 부회장(66)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는 아들이 아닌 사위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것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매출 반등 여부를 주목했다.

 

아들 아닌 사위경영으로 위기돌파 시도

김한기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과 미국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1987년 신신제약 무역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5년 넘게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3년 대표로 승진, 지금까지 경영 전반을 이끌어오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입된 김 부회장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를 외용제 중심으로 바꿔 소화제 등 먹는 약 생산 라인을 아예 없애버렸다. 대신 200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기술력 확보와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렸다.

신신제약의 대표제품 ‘신신파스 아렉스’
신신제약의 대표제품 ‘신신파스 아렉스’

연구개발의 성과는 4년 후 발현됐다. 2007년 시장에 내놓은 ‘신신파스 아렉스’는 관절염과 함께 근육통, 어깨결림, 허리통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까지 신신제약의 대표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필수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된 ‘아렉스’는 시중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김 부회장이 대대적인 사업 개편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장인인 이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한 몫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후 신신제약은 축적된 파스개발 노하우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 일반의약품(OTC)을 넘어 전문의약품(ETC)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치매완화패치제 ‘리바스티그민’을 출시하고 올해 퍼스트 제네릭 요실금 패치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전임상 단계에 있는 수면유도패치는 세계 최초의 개량신약으로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천식, 전립선비대, 발모 등을 치료하는 파스 형태의 ETC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이쯤되면 ‘파스의 명가’ 답게 모든 의약품을 파스화하는 저력을 지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다. 김 부회장은 2017년 신신제약이 창립 58년만에 코스닥에 상장할 당시, 세종 신공장 건설을 통해 위탁생산(CMO)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밝히는 등 경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세종 신공장은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김 부회장은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87년 입사 이후 30년간 실질적인 경영을 해온 사위 경영체제는 여기까지였다. 

 

“변화 주도하기 위해 왔다” ... 오너 2세 전면 등장 

신신제약 오너 2세 이병기 대표이사.
신신제약 오너 2세 이병기 대표이사.

신신제약은 오너 2세가 경영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존의 경영체제에 일대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해 1월 이영수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인 이병기(62) 대표이사가 사장에 취임한 것.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병기 사장은 그동안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지난해 초 신신제약 신임대표로 취임했다. 그 전에도 회사 등기임원으로는 등재돼 있었지만 비상임 감사와 신사업개발 이사 정도로만 활동했을 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동안 학업에 전념해온 이병기 대표가 교수직을 내려놓고 신임대표로 취임하자 업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병기 대표는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약 5~6년 전부터 아버님으로부터 회사에 들어오라는 권유가 있었고 나 역시 교수생활을 25년간 했지만 언젠가는 경영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신신제약은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것 같지만 수면 밑에서는 큰 변화를 도모하고 있고 그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산업경영공학 교수 이력이 제약업과는 멀지 않느냐고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첩부제를 생산하는 신신제약은 생산업의 성격이 강한 제약회사”라면서 “전공이 IT기술을 생산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인 만큼 이를 통해 생산과 품질을 월드 클래스급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신제약은 이병기 대표의 취임을 기점으로 전문의약품과 연구인력을 2배로 확대하는 등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분율에는 변화 없어 ... 경영권 승계 안갯속

(왼쪽부터) 신신제약 김한기 부회장, 이영수 회장, 이병기 대표. 신신제약은 현재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왼쪽부터) 신신제약 김한기 부회장, 이영수 회장, 이병기 대표. 신신제약은 현재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병기 대표의 합류로 신신제약은 이영수, 김한기, 이병기 3인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 회장은 버팀목 역할을, 김 부회장은 징검다리 역할을, 이 대표는 변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영 구도의 변화와 달리 지분율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경영권 승계시기는 아직 안갯속이다. 

반기보고서 기준 신신제약의 최대주주는 이영수 회장(25.6%)이다. 이어 김한기 부회장(12.6%)과 이 회장의 배우자이자 이 대표의 모친인 홍진식(4.8%)씨가 높은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오너 2세인 이병기 대표는 경영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지분율은 3.6%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51.6%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이 회장이 90세를 넘긴 고령인 만큼 향후 오너 2세의 무리 없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분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이 되지 않고 다만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성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신제약 지배구조.
신신제약 지배구조.

 

매출 상승곡선 ... 인건비·광고판관비 늘어 영업이익 하락

그동안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신신제약의 매출액은 이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역대 최고치(637억원)를 찍었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억원 28억원으로 전년대비(45억원, 35억원) 소폭 하락했다.

[신신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415

417

419

451

467

516

581

617

637

영업이익

21

19

17

19

20

54

55

45

30

당기순이익

14

11

6

11

13

39

44

35

28

R&D비용

6

6

6

7

7

9

10

12

13

R&D비율

1.4

1.3

1.3

1.5

1.5

1.7

1.7

1.9

2.1

이 대표는 “인건비 인상과 마케팅 광고비용이 2015년에 비해 2018년 두 배 정도 늘었다”면서 “소비자층을 3040세대로 넓히기 위해 작년과 재작년 TV광고를 다시 시작하고 트렌드에 발맞춰 디지털 광고를 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기간 영리목적을 추구하기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적정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기업철학이 아닌가 한다”라며 “새로운 설비 투자에 비용이 들어가면서 실적이 줄어든 측면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올해도 투자의 개념으로 실적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OTC 의약품 전문회사인 신신제약의 주요 매출처는 약국과 의약품 도매상. 그 중에서도 소매약국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신제약은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영업지점을 운영하며 전국 소매약국 8500여곳 이상을 거래하고 있다. 향후 1만처 이상의 약국거래처 확보가 목표로 이를 위해 영업인력도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

 

세종 신공장 · 마곡 R&D센터 완공이 변화 기점

한 단계 도약해 ‘파스 한우물’ 정신 이어갈 것

일반의약품 첩부제 생산에 올인하고 있는 신신제약은 주력사업 파트의 성격상 연구개발(R&D) 비용은 적은 편이다. 다만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패치형 치료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파스류를 발전시켜 치매 완화, 수면 유도, 천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R&D 비용이 다른 제약사에 비해서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며 “향후 신신제약의 R&D 투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신신제약은 현재 세종 신공장과 마곡 R&D 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세종시 소정면에 완공된 신공장 전경.
세종시 소정면에 완공된 신공장 전경.

첩부제 매출액 증가에 따른 수급부족을 해결할 카드인 세종시 신공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완공되는 세종 신공장은 현 안산 공장보다 생산력(CAPA)이 3~5배 높은 규모로 패치제 전용 생산라인을 도입해 시간 단축 및 원가 절감이 기대되고 있다. 신신제약은 세종 신공장을 통해 타사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생산(CMO)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2분기 완공 예정인 마곡 R&D센터 역시 변화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350평 부지에 7층으로 설계된 R&D센터는 두 배 이상 늘어날 연구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전문의약품 패치 강화의 주역이 될 계획이다. 신신제약은 마곡 R&D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판교에 있는 본사도 마곡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안산공장의 생산량 한계를 해결할 세종 신공장의 경우 하드웨어는 완성되었고 GMP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승인을 받아 CMO사업과 함께 미국 판매법인 트라이넷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마곡단지 R&D센터의 경우 입지가 좋은 만큼 국내외 연구자들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센터 내에는 바이오 관련 벤처 연구소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신제약은 신공장과 R&D센터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패치형 의약품 개발을 새로운 미션으로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창립 당시 신신제약의 사명이자 기업철학은 ‘값 싸고 질 좋은 파스를 생산해서 고단한 국민들의 통증을 덜어주자’는 것이었는데 그 정체성은 이어나가는 한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 ‘질 좋고 값 싼 파스를 넘어서서 복용이 편리한 의약품을 개발해 노년의 삶에 건강과 행복을 안겨드리겠다’는 새로운 사명과 미션으로 한 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신제약의 과거 60년보다 앞으로의 60년 도약을 더 관심있게 지켜봐달라”고 그는 당부했다.

60년간 첩부제 전문 OTC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해온 신신제약이 기술중심의 제약회사로 도약해 글로벌 파스 시장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토종제약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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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사랑 2019-08-29 16:01:43
교수님 이라서 인지 잘 생기셨네요... 인푸이 묻어납니다. ㅋㅋ. 경영도 잘 ~~ 해주세요. 파스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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