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신이 아니다” … 산부인과 의사 구속에 의료계 반발
“의사는 신이 아니다” … 산부인과 의사 구속에 의료계 반발
  •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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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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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사산아에 대한 유도 분만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법원이 의사에게 8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데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 구속은 과도한 양형이며, 가뜩이나 전문의 구인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 전체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달 27일 형사 2심 판결에서 안동의 개인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의 유도 분만을 시행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진의 부주의로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A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분만을 도운 간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간호사가 활력 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과실 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활력 징후는 환자의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을 측정해 건강 상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8일 공동성명을 통해 “2심 재판부의 판결은 활력 징후 측정을 한번 누락한 것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됐다”며 “당시 산모는 출혈이 자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자궁 내 잠재 공간에 누적되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해 태박조기박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압통이나 동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아가 자궁내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의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이들은 “재판부의 논리대로 활력 징후 측정으로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간호사의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을 이유로 지시-감독 위치에 있는 의사를 금고형 선고 후 법정 구속한 것은 과도한 양형”이라며 “활력 징후 누락이 없이 태반조기박리를 미리 진단하였다 해도 태반조기박리의 주산기 사망률은 3~12%에 이르기 때문에 활력 징후 측정 누락이 금고형에 이르는 중대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의사회도 5일 성명을 통해 “의사는 신이 아니다. 어떻게 진단이 매우 어려운 사례의 조기 발견 및 대처 미숙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어 법정 구속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산부인과 병원이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고, 매년 전공의 모집 때 산부인과는 ‘기피 과’가 된지 오래”라며 “저출산도 문제이지만 의료사고 위험, 24시간 대기 등 힘든 업무 환경이 산부인과 미달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이번 안동 산부인과 사례는 가뜩이나 전문의 부족에 시달리는 산부인과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대부분의 분만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포기하는 일이 현실화 하지 않도록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도 4일 성명을 통해 “해당 의사는 안동지역에서 1인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10년 이상 24시간 산모들을 돌봐 온 성실하고 모범적인 산부인과 의사”라며 “하지만 그런 그가 한순간에 흉악한 범죄자가 돼 법정 구속됐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상실감과 안타까움을 넘어 내일은 바로 내가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어떤 분만 의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으로 대법원이 이번 판결의 황당함과 잘못됨을 제대로 판단하여 바로 잡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만약 대법원조차 이번 판결을 방관한다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발적 분만 현장 이탈과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현실 도외시한 판결을 한 법원에 있음이 명백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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