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부광약품] 오픈 이노베이션 리딩 기업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부광약품] 오픈 이노베이션 리딩 기업
  • 곽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6.10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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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부광약품 본사 전경.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부광약품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제약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오픈 이노베이션 리딩기업으로 주목받는 제약사가 있다. 잇몸치약 ‘시린메드’로 알려진 부광약품이다.

부광약품은 최근 국내외 6개 바이오 벤처에 75억원을 투자해 18배가 넘는 1400억원의 고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최고 투자수익률로 부광약품의 한 해 평균 매출액과도 맞먹는 액수다.

부광약품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데는 연구원 출신 전문경영인의 경영전략과 회사의 R&D 방향에 힘을 실어준 오너의 힘이 컸다.

 

쌍두체제에서 단독체제로 ... 김동연 회장이 잡은 경영권

부광약품은 지난 1960년 세워진 부광상사가 전신이다. 1962년 부광약품공업으로 사명이 한 번 변경되고, 1973년 고(故) 김성률 명예회장과 김동연 회장(81세)이 공동인수해 1988년 기업공개를 한 뒤, 2000년 지금의 부광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성률 회장은 1999년까지 회장을 맡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부광약품은 이후 김동연 회장, 고 김성률 명예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부회장(83세), 전문 경영인 이성구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김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두 오너일가의 지분은 양측 모두 27%대로 엇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쌍두체제로 균형을 이루던 부광약품의 지배구조는 2006년 7월 김성률 명예회장이 향년 79세로 별세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김 명예회장 타계 이후 그의 지분은 6명의 자녀들에게 균등 분할 상속됐지만, 이듬해 자녀들이 5.19%의 지분을 몇 차례 나눠 처분하면서 지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김동연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면서 이전의 구도가 허물어지고 경영권의 무게 중심은 김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현재 고 김성률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은 약 6.21%로 김 명예회장 사후 특수관계에서 벗어난 정창수 부회장(12.11%)의 지분을 합쳐도 18.32% 정도다.

 

부광약품 지배구조
부광약품 지배구조

김동연 회장은 지난해 세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2대 주주(9.61%)로 내려갔지만 장남 김상훈 사장(7.47%)을 비롯해 장녀 은주씨(3.13%), 차녀 은미씨(3.31%), 손주 6인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더하면 가족지분율이 24.48%에 달해 오너 일가로서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승계 정공법 택한 오너 일가 ... "기업 경영 확신 보여준 것"

지난해 김동연 회장의 주식 증여는 이례적인 승계 정공법으로 업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회장은 본인 소유 주식 약 870만주 중 김상훈 사장에게 200만주, 두 딸에게 각각 100만주씩 총 400만주를 증여했다. 종가 기준 약 1170억원 규모로 예상 증여세액만 700억원에 달했다. 김 회장은 5년 연부연납을 신청하고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장기적으로 증여세 납부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정공법은 증여세 탈피와 절세를 위해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갖가지 꼼수와 편법을 동원하는 타 기업들과 대조되면서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업계는 김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세금 납부를 감수하면서 정공법을 선택한 걸 두고 정도경영 의지와 함께 전문경영인 유희원 대표이사(55세)와 아들 김상훈 사장(51세)의 경영 능력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경영인 → 오너경영 → 전문경영인 체제 반복

부광약품은 공동창업주인 김성률 명예회장 타계 이후 지배구조뿐 아니라, 경영 체제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 사장이 경영 전반에 등장하면서 창립 이래 유지해오던 전문경영인 체제가 흔들리고 오너 2세 체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상훈 사장은 2004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김성률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듬해인 2007년 상무이사에 선임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전무, 2011년 등기임원, 2013년 단독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이때 오랫동안 부광약품 대표이사를 맡아오던 전문경영인 이성구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부광약품은 2년 만인 2015년 유희원 사장과 김상훈 사장 공동대표 체제로 다시 한 번 체제 변화를 겪었다.

반면, 고 김성률 명예회장 측의 자녀들은 회사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보유 지분을 통해 주주로서 영향력 행사는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3일 앞둔 시점에 고 김성률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당시 3대 주주였던 김기환씨(62)가 주총 결의 안건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참고서류를 공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회사는 현재 기존 사업 성장,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되어 브랜드, 역사 등에 비하여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이 정체되어 있고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수년간 경영진의 방만 경영에 대해 구두 제안을 해왔지만 현 경영진이 제안을 묵과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국세청은 부광약품 주총 하루 전날인 지난해 3월15일, 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2010년에 이어 8년 만의 세무조사인지라, 일각에서는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한 특별한 내용이 국세청에 제보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김상훈 사장이 갑자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행보까지 더해지면서 내부갈등과 리베이트에 대한 억측에 힘이 실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부광약품은 이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였으며, 세무조사 결과 추징받은 세액을 전액 납부하는 것으로 큰 문제 없이 조사가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2002년에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8년마다 정기적 세무조사를 받은 셈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광약품은 그동안 리베이트와 관련한 이슈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동안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못한 것도 R&D 등 투자로 인한 것으로 회사 경영 기조는 리베이트 없이 깨끗하게 간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영권에서도 분쟁 등의 문제는 없었다”면서 “그동안 양쪽 오너 일가는 대주주로서 감시 역할을 하며 직접 경영을 거의 하지 않았고 (김상훈 사장이 물러난 것도 기존의)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분위기에 따른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해외투자와 신약개발이 시작됐는데 (임상연구개발 분야에 있었던) 유희원 대표가 경영을 시작할 때 김상훈 사장이 공동대표로 방향성을 잡아주며 힘을 실어주고 빠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제약업계 첫 여성 CEO 유희원 사장 ... R&D에 주력

부광약품 전문경영인 유희원 대표이사
부광약품 전문경영인 유희원 대표이사

지난해 3월 김상훈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유희원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광약품은 원래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갔다.

유희원 대표는 보수적인 국내 제약 업계의 유리천장을 뜷은 첫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2015년 등장과 함께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화여대 약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약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유 대표는 2년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을 역임하고 1999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2015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이 연구원 출신의 유희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선택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의 승진과 대표이사 3연임 성공도 분산 투자로 성공 확률은 높이고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과를 낸 덕분이란 분석이다.

특히 유 대표는 취임 이후 R&D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2014년 부광약품의 R&D 투자 비중은 9.88%에 불과했지만 2015년 13.67%, 2016년 18.36%, 2017년 20.10%로 증가했다. 유 대표는 R&D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현재 부광약품은 당뇨병 치료제, 이상운동 치료제, 전립선암 치료제 등에 대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11월 인수한 덴마크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관련 이상운동증(LID) 치료제 ‘JM-010’을 개발하고 있다. 6월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간 이 치료제는 파킨슨병 치료제 처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수조원대 LID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미국 제약사 맬리어사와는 당뇨병 치료제 ‘MLR-1023’을 공동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 후기까지 완료된 상황으로 다국적 제약사 기술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자회사 다이나쎄라퓨틱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SOL-804’을 개발하는 중이다. 올해 국내나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창립 58주년 기념식에서 “더욱 단단해진 재무건전성과 R&D 수익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올라섰다”면서 “향후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과 기업 브랜드 가치 재고로 넘버원 제약기업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창립 이래 최대 실적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新 수익모델 제시

부광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1806

1012

1475

1308

1417

1421

1386

1507

1942

영업이익

307

86

214

230

284

233

85

77

351

당기순이익

277

64

165

195

236

251

158

111

1457

R&D비용

132

92

147

104

140

194

255

303

298

R&D비율

7.31

9.08

9.93

7.97

9.88

13.67

18.36

20.10

15.33

부광약품은 지난해 창립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외형성장과 내실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9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약 360%, 1230%씩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 20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광약품의 실적을 견인한 건 약 10년 전부터 시작한 바이오벤처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금 회수 덕분이다.

부광약품은 줄기세포치료제 전문기업 ‘안트로젠’에 39억원을 투자해 774억원을 회수하는 등 투자금 회수와 주식 처분으로 대규모 수익을 발생시켰다. 더불어 지난해 8월 위암 치료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권리 일체를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 40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적에 큰 힘을 보탰다.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태양광업체 OCI와 지분을 5대 5로 투자해 비앤오바이오를 공동설립한 부광약품은 이 합작사를 통해 향후 5년간 연 100억원 이상을 공동투자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형식이었다. 부광약품은 메디파트너 건을 시작으로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 본격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부광약품은 캐나다 벤처패피털 TVM 캐피털 등을 통해 간접 투자를 진행, 현재까지 바이오 벤처 13개사에 투자를 진행하고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바이오벤처 투자, 공동연구개발, 조인트벤처 설립 등 다양한 전략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부광약품은 현재 현금성 투자자산을 20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 수익으로 신약개발 실탄까지 갖춘 것.

부광약품은 이를 기반으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인수 합병까지 진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익을 재투자하는 펀드 형태의 시스템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부광약품의 경영전략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약사로서의 역할보다 투자에만 지나치게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날선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 수익을 통해 R&D 기반을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는 벤치마킹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광약품 또한 튼튼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중견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통적 신약개발 방식을 따르기보다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채택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 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부광약품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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