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최근 미국에서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라는 치료법이 유망산업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치료법이 의약품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 규모는 약 8억8900만 달러(한화 약 9987억원)로 집계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30.7%로, 오는 2023년 시장 규모는 44억 달러(약 4조9429억원)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의학적 장애 또는 질병을 예방·관리하는 테라피(치료법)를 말한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전통적인 치료법과 병행하거나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치료법을 이용하면 우울증 및 불면증과 같은 질환을 약물로 치료하는 기존의 치료법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다. 특히 금연, 라이프 스타일과 같은 행동교정에서는 기존 치료법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클릭 테라퓨틱스(Click Therapeutics)가 개발한 금연 애플리케이션을 예로 들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은 개개인에 맞춰진 ▲금연 계획 ▲흡연 욕구 억제 ▲상담사 연결 등 7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147명의 실험자가 6개월 동안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52명이 금연에 성공했다는 집계가 있다.
성공 사례를 소개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현경 미국 워싱턴 무역관은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 및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며 “우울증 등의 정신과 치료의 접근성을 강화시켜 현대사회에 만연한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 … 제약사 성장 발판으로 활용 가능
하지만 아직은 디지털 테라퓨틱스 산업에 대해 신시장으로 분류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 개발·초기 단계인 걸음마 수준이어서다. 그러므로 선도 기업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편의성 ▲기존 인프라와 호환성 ▲서비스 가격 및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테라퓨틱스가 의약품을 이용한 치료시장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존의 제약회사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무역관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및 의약품 효과 모니터링을 제고할 수 있어 오히려 제약회사들이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laxo Smith Kline)의 데이터 전문가 자스티(Sai Jasti) 역시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이 성장하면 향후 IT 기업과 제약회사 간의 협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현경 무역관과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 … 해결 과제도 많아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인 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디지털 테라퓨틱스가 의약품을 보조 혹은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성공하려면 미국에서는 FDA(미국식품의약국)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인증 획득을 위해서 애플리케이션 및 소프트웨어가 효과적인지를 증명하는 테스트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디지털 테라퓨틱스가 보급화 되고 의료진이 이 서비스를 기존 치료와 병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의료보험 적용도 점검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따라서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FDA 인증, 미국 의료시장 규제와 법규, 의료 보험 적용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함께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이 무역관의 조언이다.
그는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기술력이 전제돼야 해 많은 시간과 자본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라며 “이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기업들과 파트너십 혹은 자본 투자를 통해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에 접근하는 것도 효과적인 진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