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한국산 의약품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새해들어 R&D 관련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신약 개발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C녹십자, 한미약품 등 상위 제약사뿐 아니라 안국약품, 신풍제약, 한국팜비오 등 중소 제약사까지 연구·개발 분야 수장을 교체·영입하는 등 R&D 관련 역량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녹십자·한미, 연구소장·센터장 '교체'
# GC녹십자는 최근 유현아 R&D 기획팀장을 종합연구소장(상무)으로 승진시켰다. 유 상무가 그동안 회사 R&D 기획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만큼, 승진을 통해 R&D 역량강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 상무는 향후 GC녹십자가 진행 중인 R&D를 가속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며 'IVIG-SN'의 미국 허가 건 등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IVIG-SN은 애초 올해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위해 제조공정 자료의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게 돼 빠르면 내년쯤 허가가 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FDA 허가 심사관 출신의 이지은 박사를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는 이지은 신임 상무는 미국 FDA에서 신약 임상 승인 및 품목 허가 관련 심사관으로 9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 한미약품은 최근 김선진 전 연구센터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귀현 연구센터 부소장(상무)을 센터장(전무)으로 승진시켰다.
경희대학교대학원 화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한 뒤 한미약품 신약개발 실무를 담당해 온 서 신임 센터장은 한미약품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표적항암제 'HM95573' 등의 연구에 참여한 바 있는 '화학 합성의약품' 연구 전문가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는 이관순 상근고문을 다시 부회장에 앉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한미약품의 R&D 전반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중소제약들도 R&D 역량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소 제약사 '상위사 출신' 인력 영입
# 안국약품은 최근 중앙연구소장으로 김맹섭 부사장을 신규 영입했다. 신임 김 부사장은 부산대학교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사·박사를 취득했으며, 한미약품 연구소장, 대웅제약 연구소장, 북경 한미 부총경리를 역임했다.
김 부사장은 한미약품 연구소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아모디핀, 아모잘탄 등 개량신약 개발과 이중 항체 바이오신약, 자가면역질환 신약, 표적항암제 등의 연구·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이번 영입으로 신약 연구개발 분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김 부사장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소가 회사의 성장을 주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풍제약은 김병조 전무를 신임 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개발본부장은 그동안 종근당·현대약품·대웅제약 등에서 100억원 대 대형품목 개발업무를 총괄했으며, 28년의 연구개발·임상·생동 경험을 보유한 개발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회사 측은 김병조 본부장 영입을 통해 개발본부 역량 강화는 물론, 신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 등에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팜비오도 최근 조용백 전 한국프라임제약 연구개발본부장을 중앙연구소장(전무이사)으로 영입했다.
조 전무는 "한국팜비오는 연 매출액의 7% 정도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팜비오를 연구 중심 혁신형 제약 기업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R&D 인력 강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매출 1조원 제약사가 어렵지 않게 탄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약개발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문을 내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연구인력이 몸값이 크게 높아지 있는 것도 최근의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