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적절한 임상검증 이뤄져야”
“AI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적절한 임상검증 이뤄져야”
대한영상의학회, 논문 발표 … “식약처 허가는 임상검증 시작일 뿐”
“식약처 외 평가 배제는 의료행위 확대 창구로 변질될 수 있어”
“충분한 임상적 근거 없으면 도덕적 해이·오남용 이뤄질 수 있어”
“의료기기발전·국민건강 증진 등 위해선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수”
  • 박정식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9.01.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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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이하 인공지능 기반 기기)를 포함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들에 대해 적절한 임상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아가 충분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보험급여가 이뤄지게 되면 산업계와 의료계에 도덕적 해이와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영상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지 2018년 12월호에 ‘첨단디지털헬스케어 의료기기를 진료에 도입할 때 평가원칙’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는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이하 인공지능 기반 기기)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신의료기술평가에 가로막혀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의 허가는 임상검증의 시작 단계일 뿐이며, 이 개념을 산업·기술계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을 작성한 대한영상의학회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식약처 평가 외에 보건의료원구원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배제하는 것은 비합리·비윤리적이며, 비급여 의료행위 확대의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의료 발전에 기여하되 환자에게 위해가 되거나 불필요한 의료비의 증가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들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들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IT 개발 업체들 “여러 절차와 평가과정은 과도한 규제”

인공지능 기반 기기들이 식약처와 같은 규제 기관들의 허가를 통과했으나 신의료기술평가 등에 가로막히면서 발생한 논란의 예로는 IT 개발 업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IT 개발 업체의 경우 식약처를 통과하면 AI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관에 판매하는 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사업 단계까지 가지 못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IT 업체는 식약처 허가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 있는 지식은 있으나, 식약처 이후의 의료기술 및 행위의 도입과정에 대해서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새로운 의료기술 및 행위가 어떠한 임상검증의 과정을 거쳐 실제 진료에 쓰이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매를 통한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산업계는 단순히 의료기술 및 행위의 도입에 관련된 여러 절차와 평가과정들을 과도한 규제라 판단하고 정부를 상대로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정부는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제도 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의료·건강 시민단체 및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또 몇몇 AI 의료용 소프트웨어들이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했으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 “식약처의 허가는 임상검증의 시작 … 산업·기술계 잘 이해해야”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식약처와 미국 FDA의 의료기기 허가 과정 설명과 함께 이 과정이 임상검증의 시작이라는 개념을 산업·기술계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기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와 함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 수가를 책정 받게 되면 의료기기로 환자에게 이용될 수 있다.

미국 역시 비슷하다. FDA의 허가와 함께 AHRQ(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라는 의료기술평가 기구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의 급여와 비급여를 결정하면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를 설명한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문제는 인공지능 기반 기기의 경우 식약처와 미국 FDA 허가가 의약품 허가 수준의 매우 엄격한 근거를 요구하지 않으며 디지털 예외주의로 인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소프트웨어를 무분별하게 퍼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기기의 경우 미국 FDA는 ‘National Evaluation System for Health Technology’라는 체계를 만들어 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선도입-후평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후평가를 위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 정부는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에 대해 식약처 평가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에 이르는 여러 단계의 평가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선도입-후평가와 같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기반 기기에 대한 식약처 또는 미국 FDA의 허가는 임상검증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해당 인공지능 기반 기기가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제대로 임상검증을 하는 것은 진료현장의 의료인의 몫이며, 선도입-후평가 방식의 제도 하에서는 진료현장의 모든 의료인이 보다 많은 임상검증의 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인공지능 기반 기기들이 정말로 환자와 진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면밀하게 평가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약처 또는 미국 FDA의 허가는 단지 임상검증의 시작이라는 개념을 산업·기술계에 잘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기반 기기를 진료현장에 도입하거나 급여를 적용하기에 앞서 임상검증과 평가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공지능 기반 기기를 진료현장에 도입하거나 급여를 적용하기에 앞서 임상검증과 평가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진료현장 도입 및 급여결정에 대한 분명한 원칙 필요”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인공지능 기반 기기를 광범위하게 진료 현장에 도입하거나 급여를 적용하기에 앞서 적절한 임상검증과 평가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히 편향 없이 잘 수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의 치료결과가 좋아짐이 입증돼야 하며,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기기를 사용하는 진료행위가 비용대비효과가 높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반 기기가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로 인한 진단의 오류는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부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유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환자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치료 결과에 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의 도입은 불필요한 의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에 대해 급여가 제공될 경우 제한된 의료보험재원의 소모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꼭 필요한 의료행위를 급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산업·기술계가 이 부분에 대해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의료인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인공지능기반기기의 진료 현장 도입 및 급여결정은 안전성, 임상적 유용성, 경제성 모두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해야 하며, 이는 모든 의료기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 의료용 디지털기기가 환자진료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진료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기존의 진료에 비해 비용대비효과가 낮다면 이 소프트웨어를 진료에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진료라 할 수 없으며 제한된 의료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한영상의학회 사무국 관계자는 “학회가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급여 등을 두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원칙을 제공하기 위해 학회가 연구를 수행했다”며 “향후 이 연구자료가 정부의 정책 및 제도에 가이드라인으로 쓰일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 “심평원·보건의료원구원 평가 자체 배제는 비합리적”

최근 산업계는 인공지능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과정은 과도한 규제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이러한 평가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양 기관의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절차적 개선과 효율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러한 평가 자체를 배제하고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에 대해 무리한 급여나 진료 현장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비윤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 기반 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무리하게 신속·간소화 하는 것은 신의료기술평가를 인공지능 기반 기기와 관련해 비급여 의료행위 확대의 창구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는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가 추구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행위를 가능한 많이 급여로 제공하고 비급여를 줄이려는 정책 방향과 오히려 반대로서 신의료기술평가의 근본 취지를 퇴색 시킨다”고 덧붙였다.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급여나 현장 도입이라는 보상이 이뤄진다면 산업계와 의료계에도 도덕적 해이와 오남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산업계의 경우 ‘대충 만들어도 인공지능 디지털 혁신이란 말만 붙이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의료계 역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급여·보상을 받기 위해 일단 기기를 사고·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와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영상의학회 역시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는 전체적으로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사무국 관계자는 “AI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도 아니며. 이런 상황에 산업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가 AI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NECA 평가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를 만들자고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식약처 통과 이후의 의료기술 및 행위의 도입과정에 대해서 IT산업계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 그리고 산업육성이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산업계·정부의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 그리고 산업육성이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산업계·정부의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 “의료계·산업계·정부의 상호이해와 협력은 필수”

박성호 임상연구네트워크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 그리고 산업육성이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산업계·정부의 상호이해와 협력은 필수라는 뜻을 견지했다.

그는 “첨단 인공지능 기반 기기와 관련해 인공지능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개발, 임상검증, 허가, 진료현장 도입 및 지속적 감시에 있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기술과 산업 중심의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고 의료와 기술·산업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의료의 발전에 기여하되 환자에게 위해가 되거나 불필요한 의료비의 증가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오주형 회장 역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를 진료에 도입할 때, 학술적 원칙과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 전문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제안하며, 산업계 및 유관정부기관들과의 올바른 관계형성과 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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