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에게 神의 손을 기대하지 말아라
[사설] 의사에게 神의 손을 기대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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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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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요즘 의사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의사에 대한 존중과 신뢰, 나아가 존경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의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 폄훼가 도를 넘는다 싶을 때가 많다. 아플 때는 더없이 그리운 존재임에도 언제부턴가 의사에 대한 우리사회의 평가는 이렇게 냉혹해져 있다.

이는 분명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라 말할 수 없다. 건강한 사회라면 그들은 마땅히 존경받고 존중받아야할 대상이지, 결코 배척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당신이 아팠을 때, 당신의 가족이 아팠을 때, 당신의 친구나 지인이, 그리고 이웃이 아팠을 때, 의사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인간에게 있어 의사란, 단순히 질병만 치료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내 가족을, 내 친구를, 내 이웃을 되찾을 수 있고, 우리는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그로인해 얻는 삶의 활력과 행복은 일종의 팁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의사는 분명 자신의 많은 부분을 비워야 가능한 직업 중 하나다. 4년이 아닌 6년을 의과대학에서 의학에 매진해야하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문의를 따기까지 4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야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을 오롯이 의학공부에 전념해야 비로소 의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야말로 의사의 삶이란 창살없는 감옥다. 육체적·정신적 고통마저 기꺼이 감내해야하는 그 인고의 세월이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그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평생을 질병과 싸우며 살아가야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절망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터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겪는 좌절과 절망은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들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의사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감정이 있고, 아플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런 의사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부스럼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

일부를 전체인양 바라보며 모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있는 ‘의사면허 영구박탈’ 같은 주장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고의성이 없는데도 관리하던 양 한 마리가 없어졌다하여 목동을 해고해 버린다면 그 많은 양떼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임은 물론, 수술 도중 환자의 손이 잘렸다하여 의사의 손도 잘라야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의사의 과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에서도 비도덕적 의사에 대해서는 “동료가 아니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터이다.

그런 마당에 의사의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의사.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질병을 치료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존경과 격려는 보내지 못할 지언정 그들의 자존감을, 그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일만은 자제되어야한다. 그 대상이 간호사이든, 물리치료사이든, 위생사이든, 간호조무사이든 간에.

“의사가 전지전능한 신인가. 희귀한 증례라면 어느 의사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힘들다.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누가 의사를 하겠는가.”

“환자를 위해 필요한 필수 인력인 수술할 의사, 분만할 의사,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의사를 더 이상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난 11월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은 이렇게 외쳤다.

 

아래는 오랜기간 회자되는 [어느 의사의 이야기] 이다. 실화이든 아니든,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들이 겪는 고뇌를 엿볼 수 있어 옮겨 본다.

의사

지금으로부터 6년전 내가 진주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이다.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로 뇌를 다친 27살의 한 젊은이가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왔다. 이미 그의 얼굴과 머리는 심하게 손상되어 원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의식은 완전히 잃은 후였다.

서둘러 최대한의 응급 조치를 했으나 살아날 가망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태나 마찬가지인 그가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날 아침.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심전도를 체크하는 기계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의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규칙적이고도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나타내던 ECG(Electrocardiogram 심전도) 곡선이 갑자기 웨이브 파동(V-tach)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힘차고 반복적인 정상적인 인간의 심장박동에서 점차 약해지며 그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것은 곧 죽음이 가까이 옴을 의미했다.

보통 이러한 ECG곡선이 나타난 이후, 10분 이상을 살아있는 이는 나는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운명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느낀 나는 중환자실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환자가 운명할 때가 되었으니 와서 임종을 지켜보라고 일렀다.

이미 가족들은 환자에 대한 어떠한 조치 (응급 심폐소생술)도 포기한 채 그의 죽음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젊은이의 부모님과 일가 친척인 듯한 몇몇 사람들이 슬피 울며 이미 시체나 다름없이 누워있는 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중환자실을 나왔다. 간호사에게는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 곧바로 영안실로 옮기라고 일러두었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잠시 후 다시 그 중환자실을 지나치면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시간이 지난 아직도 그의 심장 박동이 느린 웨이브 파동 ECG를 그리면서 살아있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신기하게 생각되어 지면서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는 쏟아지는 응급 환자들을 돌보느라 더 이상은 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응급실은 거의 매일이 전장의 야전병원같은 분위기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는 둥 마는 둥 그날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웬지 갑자기 생각이 들어 다시 그 중환자실을 가보았다.

물론 지금쯤은 아무도 없는 빈 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있으리란 당연한 생각이었지만 왠지 그의 생각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음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가 있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끊이지 않는 ECG곡선을 그리며 그의 영혼은 아직 거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왠지 이 세상에서 그가 쉽게 떠나지 못할 그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것은 과학적 의학적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였다.

나는 의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어떤 존재를 그 순간 무의식중에 감지했다.

하루가 다시 그렇게 지나고 그의 심전도가 웨이브 파동을 그린지 장장 이틀이 지났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중환자실을 찾았다.

그의 신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영혼은 어떠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더없이 미약하게나마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었다. 심전도를 나타내는 모니터 화면이 그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 역시 그것을 뒷받침 해주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이제까지 보호자 중에 없었는데 마치 멀리서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온 듯 했다.

젊은이의 애인인 듯 했는데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대로 환자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나는 옆으로 비켜주었다.

젊은 여인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까스로 침대 옆에 섰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심전도 파동이 멈추었다. 모니터 화면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던 웨이브 파동이 한순간 사라지고, 마치 전원이 꺼진 것 같은 한줄기 직선만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틀간 미약하게나마 뛰어왔던 그의 심장이 바로 그때 멈춘 것이었다.

내 가슴은 순간 서늘해지면서 왠지 모를 거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젠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곁에 남겨진 여인을 두고 나는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임종 소식을 전하고 나는 보호자 중의 한 사람에게 방금 온 그녀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내게는 그녀가 그의 삶을 오늘까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장시킨 어떤 존재로까지 여겨졌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한 지 3개월에 접어드는 그의 부인이었고 뱃속에 아기를 임신 중이었다.

놀라움과 마음 속 깊숙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옴을 느끼며 나는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과 뱃속의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그 오랫동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얼마나 힘겹고 가슴 아픈 영혼의 기다림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부인과 그의 아기에게 전하는 그의 이 세상 마지막 메시지라고. 그것은 바로 사랑의 작별 인사라고.

듣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넘치는 눈물을 바라보며 나는 두려움과 함께 어떠한 경외심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 한 영혼이 바로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존재를 믿을 뿐 아니라 생생히 느꼈고 경험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이끌어주는 가장 큰 힘이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 역시.

우리에게 가장 없어서는 안 될 영혼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나는 요즘도 이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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