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몸은 항상 피로 물들었다”
“환자 몸은 항상 피로 물들었다”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대표 “건선환자는 두려움과 공포에 움추리며 살아”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10.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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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야하고 가려움 때문에 긁다보면 옷은 항상 피로 물든다. 진공청소기로 떨어진 인설을 매일 청소해야한다. 고등학교 땐 다른 엄마들의 항의로 기숙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어디를 가던, 누구를 만나던 항상 움츠러들고 목소리는 작아져 갔다. 이건 많은 건선 환우들이 겪는 어려움들 중 일부분이다.”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회장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건선환자들의 고통을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죽지 못해 사는 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최근 대한건선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건선환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충동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 결과에서도 건선 환자의 26.3%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고, 환자들의 72%가 수영장 입장 거부, 대중목욕탕 입장 거부(64%), 운동 시설 입장 거부(40%) 등 직접적인 사회적 거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20여 개국에서 환자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중증 및 중등도 건선 환자 응답자 중 62%는 건선이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으며, 40%는 상기의 사회적 거부로 인한 단절이나 거부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김성기 회장은 “건선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아픈 경험들로 인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는 건선 질환 자체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진다”며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29일 세계 건선을 날을 맞아 김성기 회장으로부터 건선의 치료법과 예방법, 그리고 정부와 사회에 대한 바람 등을 들어보았다. 

 

-. 건선을 그냥 가려움증 질환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질환인가.

건선은 단순환 피부질환이 아니다. 우리 몸 속 면역계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 있는 붉은색의 볼록한 반점과 판을 주로 하는 발진이 전신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전 인구의 1~1.5%가 앓고 있는 ‘전신성자가면역질환’이다.

성별, 발병부위, 중증도, 초기 발병 시기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나타나며, 가족력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환경적 요인도 많이 작용한다.

 

면역이상으로 인한 질환이기 때문에 피부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반 질환과 연결돼 있다. 건선 환자의 최대 30%가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건선성 관절염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중증 건선환자는 당뇨병 발병 위험이 62%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과 그와 관련된 위험 요인도 증가한다. 예를들면 협심증 위험은 97%, 심근 경색 위험은 157%, 고혈압 위험은 90%가 증가한다. 뇌졸중, 죽상 동맥 경화증,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크론병, 림프종, 대사 증후군, 암, 간 질환도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사망률 위험도 증가한다. 가령 중증 건선환자에서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57%, 암은 41%, 만성 하부 호흡기 질환은  108%, 당뇨병은 186%, 치매는 264%, 신장 질환은 337%나 사망위험이 높다. 

 

-. 합병증 발생 및 부정적 인식으로 건선환자의 삶의 질이 많이 저하될 것 같다.

중증 환자의 경우 피부의 염증이 혈관 벽에도 생겨 동맥경화가 촉진될 수 있다. 심장병,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또는 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 질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증건선은 전신에 각질, 홍반 등이 발생하며, 두피, 얼굴, 손 등 노출 부위에 심하게 나타난다.

10대 후반부터 20~30대 중증건선 환자들은 일찍 발병한 건선으로 인해 결혼, 취업 등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건선 치료제들은 기존 치료제보다 개선된 측면이 많아, 올바른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 치료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8년간의 기나긴 환우들의 노력으로 2017년 중증보통건선의 산정특례적용이 확정돼,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서 10%의 비용 부담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다만 산정 특례 혜택을 받으려면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중증 보통건선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이를 테면 ▲전신치료, 광선치료 모두 3개월씩 (총 6개월) 받았음에도 체표면적의 10% 이상에서 건선이 나타나고 중증도 점수가 10점 이상이어야하고 ▲부작용으로 인해 3개월 전신치료와 3개월 광선치료를 지속할 수 없어야한다.

또 ▲전신치료 또는 광선치료 중 한 가지 이상의 가능한 치료를 선택해 도합 6개월간 치료를 받았음에도 체표면적의 10% 이상에서 건선이 나타나고 중증도 점수가 1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런 복합적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산정특례 혜택을 받는다.

-. 산정특례혜택,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보는가.

중증 건선 환자들은 산정특례를 통해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산정특례 기준이 다소 엄격한 부분이 있어 완화될 필요가 있다. 산정특례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광선 치료 또는 전신 면역억제제를 3개월 이상 복용한 후에도 치료효과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지만, 치료를 중단할 경우 적용 받기 어렵다.

-. 건선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치료제가 많이 좋아졌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줌으로써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특히 경증 중등도 환자들은 건선에 대한 인식이 낮아 치료를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 진단을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습제 자주 바르기, 때밀지 않기, 피부 외상 주의하기, 감기 예방 등 평소 건선환자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 앞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건선 환자들이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건선 치료에 대한 연구 및 개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외국에서는 많은 지원과 연구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건선환자가 전 인구의 1~2% 내외일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아직 건선환자의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 건선은 암보다 정신적과 신체적 고통이 심하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건선 부위는 환자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타인에게 혐오감을 야기하고 전염될지 모른다는 오해로 인해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건선은 단순 미용적인 차원을 넘어 특히 자아가 형성되고 외모에 민감한 10~20대 성장기 환자들에게는 자살충동까지 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연령대에 발병할 수 있지만 건선이 주로 10~30대 젊은 층에서 발병 확률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때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따가운 시선이 아닌 사회적 관심 및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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