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여성 임원의 숫자가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던 국내 제약업계에 '여성 CEO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아직 그 숫자는 적지만 여성에게 CEO를 맡기는 제약사가 나왔고, 여성 임원을 선임하는 제약사도 늘고 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국내 제약업계의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12개 제약사 등기·미등기 임원 총 237명 중 여성 임원은 21명(8.8%)에 불과했다. 남성 임원이 216명인 것에 비하면 아직은 그 수가 턱없이 적고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제약사도 다수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53%로 전체 임원의 절반을 넘어선 다국적 제약사에 비하면 아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국내 제약업계는 여성 임직원 비율도 30%에 불과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45%다.

부광약품, 업계 첫 여성 CEO 배출
이처럼 여성 임원은 물론 여성 임직원의 비율도 낮았던 국내 제약업계에 '여성 CEO'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부광약품은 올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지난 2015년 3월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바 있는 유희원 사장에게 단독 대표를 맡겼다. 유 대표는 국내 제약사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 대표는 지난 1995년~1997년 미국 NIH post-doc 과정을 거쳐 1999년부터 부광약품에서 근무했다.

한독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조정열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조정열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한독 이사회 사내이사로 임명된 바 있다.
조 신임 사장은 의약품뿐 아니라 소비재, 예술, 스타트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전문경영인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니레버 코리아와 로레알 코레아를 거치며 브랜드와 소비재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이후 다국적 제약사 MSD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마케팅 상무를 역임하며 매출 증가를 이끌고 글로벌 제약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했다. 한국 피자헛 마케팅 전무, 갤러리 현대와 K옥션 대표, 카쉐어링 업체 쏘카 대표로도 활동했다.
한독 김영진 회장은 "최근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과 새로운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며 "조정열 사장이 의약품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온 만큼 한독이 토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 첫 여성임원 선임
CEO급 인사는 아니지만, 회사 사상 최초로 여성 임원을 선임한 회사도 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1일 자로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인사를 통해 마케팅실 최영미 부장이 상무대우로 승진 발령된 것이다.

최영미 마케팅실 상무대우는 CJ헬스케어의 첫 여성 임원이다. 공채로 입사해 OBU 사업팀장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마케팅실을 이끌었다. 이번 임원승진으로 지난 7월 허가를 받은 국내개발 30호 신약 '케이캡'과 항구토제 신약 '아킨지오'의 시장공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내부 발탁 임원 승진을 통해 핵심 분야의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고취해 회사의 비전을 높이고자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업계의 여성 임원 비율이 낮았던 것은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데다 그동안 여성 임직원 자체가 많지 않았던 탓이 컸다"며 "최근 여성이 CEO에 오르거나 임원으로 발령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업계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