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시술 합법 여부 전환점 맞나
낙태시술 합법 여부 전환점 맞나
복지부 ‘낙태=비도덕적 진료행위’ 인식에 여성계·산부인과의사들 ‘반발’
그동안 회색지대 놓인 낙태죄 처벌 여부 확실히 가릴 기회 될수도
  • 박수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8.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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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시키자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낙태시술의 합법 여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논란은 복지부가 17일 의료법 개정에 따른 행정처분 기준을 마련하고,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해 처분 기준을 정비하는 등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내용의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생겼다.

복지부는 이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 세분화 및 행정처분 기준 정비’ 항목에 ‘의사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는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참고로 형법 270조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발표는 복지부가 ‘낙태=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인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발표 후 여성계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는 임신중지 실태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라며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행위라고 규정하는 복지부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말이 되나.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시행규칙 개정안을 철회하고, 박능후 장관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계가 분노하는 이유는 앞선 5월, 6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의견 없음’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사실상 역할을 방관한 바 있어서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까지도 헌재에서 심의 중이다.

이처럼 헌재에는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낙태를 비도덕한 의료행위로 낙인을 찍으며 이번 개정안을 고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여성민우회의 주장이다.

복지부가 17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 세분화 및 행정처분 기준 정비’ 항목에 ‘의사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는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키자 논란이 일고 있다.

법 적용 대상자인 산부인과의사들도 분노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실을 도외시한 일방적 정책이자 의료계와 상의 없이 강행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일종의 ‘파업’ 선언을 하기도 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우리에게만 덮어씌우는 것은 반대”
낙태시술에 대한 법적 해석 확실히 할 기회 될수도

복지부와 여성계, 의료계의 대립은 언뜻 의료계에 악재일 듯 하지만, 사실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이 낙태에 대해 ‘자신의 몸에 대한 문제’라며 범죄화 하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같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낙태 시술을 한 의사에 대한 법적 처벌은 그동안 자주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법적 처벌 가능성 때문에 낙태 시술을 한 뒤 걱정하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적지 않았다. 일종의 ‘회색지대’ 처럼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여성계가 ‘낙태=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복지부의 시선에 반발하면서 낙태시술에 대한 범죄 여부를 확실히 가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자신들의 주장에 당장 여성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선 공보이사는 “악법도 법”이라며 “일단 법률로 정해져 있으니 우리가 안 지킬 수 없다. 국가에서 비도덕적이라며 면허 정지를 한다는데 반발하고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 문제를 사회적 해결책 없이 의사에게 (낙태죄에 관한 문제를 전적으로) 덮어 씌우려한다면 우린 거부한다”며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복지부의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 수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24일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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