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보툴리눔톡신(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둘러싸고 수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웅제약(피고)과 메디톡스(원고) 간 소송전이 17일 열린 4차 변론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제61부(재판장 윤태식)는 이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4차 변론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변론에서는 보툴리눔톡신 균주 감정 진행 여부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대웅제약 측, 비공개 재판 요청
하지만 변론은 시작부터 다른 방향으로 어긋났다. 피고인 대웅제약 측이 그동안의 재판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며 한국미생물학회가 대웅제약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재판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변론 내용 중에는 회사의 영업비밀도 섞여 있어 재판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피고의 요청에 재판부는 잠시 논의를 했고 원고인 메디톡스 측도 재판장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명확한 결론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
메디톡스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은 균주의 특성을 밝히기 위함인데 영업비밀이 공개된다고 해서 재판을 비공개로 하는 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피고가 원한다면 재판부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번 변론에서 균주 감정을 의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객관성을 가진 전문 기관이 균주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도록 하자며 한국미생물학회 등 복수의 기관을 추천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한국미생물학회가 메디톡스 대표이사와 서울대 미생물학과로 연결돼 있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메디톡스 측 “우리가 균주 빼돌리려고 한다? 불쾌해”
메디톡스 소송대리인 측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의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메디톡스 소송대리인은 “피고 측이 우리가 감정 대상 균주를 빼돌리려고 한다는 둥, 기자에게 흘린다는 둥 소송을 예의 없이 진행하는 데 불쾌하다”며 “우리가 언론에 흘리는 게 아니라 이곳 현장에 기자가 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웅제약 소송대리인은 “우리는 들은 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반박해 재판 분위기가 다소 격화되기도 했다.
재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기미가 보이자 재판장이 즉각 제재에 나섰다.
재판장은 “자꾸 지엽적인 것으로 가면 다음 사건이 진행이 안 된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재판에) 15분을 배정했는데도 이미 시간이 다 지나갔다. 오늘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게 하고 싶지만 압축해서 하려고 한다”며 “지나간 얘기, 나온 얘기로 싸우게 되면 언제 재판을 하나? 오후까지 잡아줘야 하나? 이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진전이 될 수 있는 변론을 해야 한다, 진전이 안 되는 변론만 하면 어떻게 재판을 진행하나. 균주 확인 방법에 대해 큰 진전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세세한 부분들은 방법을 찾아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감정기관 선정, 결국 다음 기일에…
이후 감정기관 선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원고 측은 생명공학연구소를, 피고 측은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한 박사를 추천했다.
이에 재판장은 “프랑스에서 박사가 올 경우 비용이나 시간이 훨씬 많이 들 수 있다”며 “또 감정 내용이 원고나 피고,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이 될까, 그런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피고 측은 “우리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며 “프랑스 쪽과 재판부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한 뒤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답하며 변론기일을 마무리했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소송의 다음 준비기일은 오는 10월 8일로 정해졌다.